정신병원서 '강제 전기충격 치료' 中 트랜스젠더, 6만위안 보상금 '승소'

[서울=뉴시스]황소정 인턴 기자 = 강제로 전기충격 치료를 한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건 중국 트랜스젠더 여성이 승소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22일(현지시각)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중국 허베이성의 창리현 인민법원은 본인 동의 없이 전기충격 요법을 한 정신병원이 '링얼(靈兒)'이라는 예명을 가진 트랜스젠더 여성(28)에게 6만위안(약 1161만원)을 보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지난달 30일 선고했다.

링얼은 북부 허베이성 출신 라이브 스트리머다. 메이크업하고 여성복을 입은 자신의 영상을 주로 올린다.

그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생물학적 성은 남성이지만 어릴 적부터 여자와 어울리는 것을 더 좋아했다"며 "대학에 진학하면서 자신이 여성임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링얼은 주요 여성 성호르몬 중 하나인 에스트로겐을 복용하기 시작하면서 털은 점차 없어졌고 목소리가 부드러워졌다. 또 머리카락은 길어졌다.

중국에서는 신분증 등 공식 문서에서 성별을 바꾸는 것은 성전환 수술을 받은 후에만 허용된다. 부모의 동의가 있어야 하고 시술 비용은 최소 15만위안(약 2904만원)이다.

법적 성별이 '남성'인 링얼은 자신의 정정 성별로 '여성'을 선택했고 2021년 부모에게 커밍아웃했다.

하지만 링얼의 부모는 이에 극렬히 반대하는 태도를 보이더니 링얼의 정신이 온전치 못하다면서 입원을 진행했다.

결국 링얼은 지난 2022년 7월 친황다오시의 한 정신병원에 97일간 강제 입원했다.

링얼은 "나는 밧줄로 침대에 묶였다"며 "내 동의 없이 7번의 전기충격 요법이 진행됐고 이에 따라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심장질환을 얻었다"고 폭로했다.

이어 "병원에서 이를 거부할 수 있는 선택권이 없었으며 전기충격 요법이 가해질 때마다 기절했다"며 "병원 측은 사회적 기대에 순응하는 사람으로 교정하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링얼은 지난 8월 병원을 상대로 "인권을 침해당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병원 측은 "전기충격의 목적은 정신질환 환자의 감정을 통제하고 자기 인식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성 정체성 문제로 링얼의 부모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면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맞섰으나, 법원은 링얼의 손을 들어줬다.

링얼의 승소 소식이 알려지자 국제 성 소수자(LGBTQ+) 진영은 "중국에서 트랜스 인권이 승리했다"며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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