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m높이 맨몸 척척' 나무 걸린 패러글라이딩 운전자 구출
수색견과 야산서 실종자 발견…눈길·야간 산행 조난자 구조
광주·전남 산악구조대원 "법정 탐방로 이용·조난 장비 소지"
[광주·무안=뉴시스]김혜인 기자 = "산 절벽이든, 오지든 반드시 찾아야죠. 애타게 구조만 기다리고 있지 않겠습니까."
산이 울긋불긋한 옷을 입는 가을철이면 더욱 바빠지는 이들이 있다.
산 곳곳을 누비벼 길을 잃거나 부상을 입은 등산객들을 구조하는 광주·전남 지역 산악구조대원들이다.
가을철이면 단풍을 구경하러 온 전국 각지 등산객들이 몰리면서 신고 출동은 배가 늘어난다.
가을에는 특히 낙엽이 쌓여 탐방로가 안 보이거나 미끄러워 실족·조난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바쁜 시기에는 일주일 산악 출동만 10건 이상 달한다.
대원들은 출동 지령이 내려지면 물·랜턴·등산스틱·호루라기와 산악용 들것·요구조자 배낭 등이 든 구조장비를 챙겨 산으로 향한다.
조난자를 찾는 과정은 쉽지 않다. 깊은 골짜기나 돌산에서 통신이 두절될 때에는 수색에만 3~4시간, 오래는 일주일이 걸리기도 한다.
안전하게 하산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야간이니 눈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에는 헬기 이송이 어려워 대원들이 부상자를 업고 도보 하산을 해야한다.
길이 좁아 들것 이송이 어려우면, 대원들이 직접 70~100㎏ 성인 남성을 들춰 업고 10시간이 넘는 산행을 이어갈 때도 있다. 엄청난 체력 소모 뿐만 아니라 부상과 같은 2차 사고 위험도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최근 3년간(2021년~2023년)광주 지역 산악사고 구조는 871건 중 가을철인 9~11월에 237건 발생했다.
산악 구조 유형은 실족 313건(35%), 질환139건(15%), 탈진 120건(13%), 조난 88건(10%), 기타 211건(24%)등이다.
김현철 광주시소방본부 119특수대응단 산악구조대 소방위(40)는 24일 신속한 구조를 위해서는 "정확하고 빠른 접근로를 짜는 게 관건"이라고 했다.
평지와 달리 기온 변화가 심하고 해가 빨리 지는 산에서는 요구조자의 건강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거나 구조에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 있어 '골든타임'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단거리 접근로를 짜기 위해서는 산 지리를 꿰고 있어야 했다.
김 소방위는 광주의 명산인 무등산국립공원의 주요봉과 샛길, 탐방코스 지도를 항상 머리에 담고 있다. 매달 산을 오르며 꼼꼼한 지리·지형 조사도 빠뜨리지 않고 있다.
김 소방위는 "무등산 지리는 거의 꿰고 있고, 그래야 한다"며 "신고자가 두루뭉실하게 설명하더라도 알아들어야 빠른 접근로 설정과 구조가 가능하다"고 했다.
김 소방위는 취미로 시작한 암벽 등변을 계기로 산과 인연을 맺었다. 위기에 놓인 구조자를 구하는 뿌듯함에 16년째 '무등산 지킴이'를 자처하고 있다.
지역 소방서에서 근무하면서 가을철이면 탐방객 사고 출동으로 무등산·삼각산·어등산 등 지역 산 곳곳을 누볐다.
지난 10월에도 어김없이 "산에서 길을 잃었다"는 신고가 이어졌다. 친구들과 무등산을 오른 한 남고생은 일행과 멀어진 채 샛길로 빠져 길을 잃고 구조를 요청했다.
일몰이 약 1시간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라 서둘러야 했다. 휴대전화의 위치를 토대로 접근로를 설정, 30~40분 만에 산을 올라 꼬막재 인근에서 수색을 시작하던 중 산악대원들의 인기척을 느낀 학생이 "여기요!"라며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김 소방위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지만 구조된 시민들이 '고맙습니다' 한 마디 해주시면 보람을 느끼고 힘이 솟는다"고 밝혔다.
정해진 탐방로를 벗어나 조난을 당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장남직 전남도소방본부 구례소방서 산악119지역대 소방장(42)은 "반드시 법정 등산로를 이용하고, 국립공원 통제에 따라야한다"고 당부했다.
단거리 등산 혹은 버섯·약초 등 임산물 채취를 위해 법정 등산로를 벗어나 등반하다 길을 잃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장 소방장은 수 년 전 폭설로 탐방로가 통제된 지리산을 오르다 길을 잃은 등산객들을 구조했다.
당시 눈이 허리까지 허리까지 차올라 차량 진입도 어려운 데다, 통행로가 보이지 않아 자칫하면 대원들까지 절벽 아래로 추락할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대원들은 칼바람이 몸을 에는 영하권 날씨 속 눈길 8㎞를 헤쳐갔다. 호루라기 소리를 들은 조난자들은 무사히 대원들을 만나 하산했다.
극한 상황에서 탐방객들의 '온정'에 고마움을 느꼈다고도 했다. 대원들은 옷이 젖어 추위에 떨다 대피소에서 몸을 녹였는데, 탐방객들이 나눠준 양말과 따뜻한 국물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2년 전에는 지리산 피아골에서 나무에 걸린 패러글라이딩 운전자를 구하기도 했다. 줄을 걸고 맨몸으로 15m소나무를 척척 올랐다.
장 소방장은 안전한 탐방을 위해 법정 탐방로 이용과 위치 파악을 당부했다. 만일에 대비한 조난 장비 소지도 강조했다.
장 소방장은 "산 곳곳의 산악위치표지판·국가지점번호를 확인해 자신이 어디에 위치해있는지 파악해야 한다"며 "산은 변수가 많은 지역인 만큼 조난에 대비한 물과 랜턴, 여벌 옷과 비상약을 챙겨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구조자를 태운 구급차를 떠나는 뒷모습을 볼 때 가장 뿌듯하다"고 했다.
박정빈 전남도소방본부 119특수대응단 특수구조대 소방장(38)도 '모두를 가족 품으로 돌려보내자'는 마음으로 구조에 임하고 있다.
박 소방장은 5년째 수색견 포비(저먼셰퍼드)의 핸들러로 활동하며 붕괴 현장과 산악 지역에서 수색과 수난 구조 활동을 하고 있다.
수색견은 사람이 쉽게 접근하지 못한 지역까지 진입하거나, 냄새로 실종자를 찾는 역할을 한다.
박 소방장과 포비는 2년 전 담양 나물을 캐러 갔다가 미귀가한 노인을 해가 진 야산에서 출동 수십분 만에 찾아내기도 했다.
박 소방장이 매일 꾸준한 체력 단련과 복종·수색훈련을 이어간 덕분이었다.
매 출동 마다 수 천, 수 만보를 걷고 험한 산지를 오르내리다 보니 막강한 체력은 필수다. 그는 매일 헬스장과 격투기 체육관을 다니며 체력 단련을 해오고 있다.
박 소방장은 "구조는 누군가가 반드시 해야하는 일"이라며 "실종자가 내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모두를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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