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최윤서 인턴 기자 = 서울 용산구의 한 골목길 운전 중 트럭과 부딪힌 보행자를 보지 못해 뺑소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운전자는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가 2심에서 혐의를 벗었지만 그간 면허 취소로 직장을 잃었다.
유튜브 채널 '한문철 TV'에는 지난 21일 '무죄 받기까지 2년 걸렸습니다. 하루아침에 뺑소니로 몰려 운전직 잃은 억울한 2년, 누가 보상해줍니까?'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 따르면 사건은 2년 전 12월21일 오후 9시께 서울 용산구 청파로의 한 골목길에서 발생했다.
배송 업무를 하고 있다는 트럭 운전자이자 제보자 A씨는 당시 트럭을 타고 골목길에 있는 편의점 앞을 지나고 있었다. 이때 편의점에서 여성 두 명이 함께 나왔는데, 그중 한 명이 길에 떨어진 물건을 주우려는 듯 잠시 멈춰서 자리에 주저앉았다 일어났다.
이에 또 다른 여성이 뒤처진 그를 챙겨 함께 가려던 중 A씨의 트럭이 그를 툭 쳤다. 하얀색 롱패딩을 입고 있던 이 여성은 곧바로 길에 주저앉아 한참 동안 일어나지 못했지만, 트럭은 우회전해 그대로 현장을 떠났다.
피해 여성은 이날의 사고로 약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인대 염좌 상해를 입었다. 트럭 운전자 A씨는 뺑소니 사고를 낸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고 당시 상황을 한문철TV 라이브 방송을 통해 접한 누리꾼 50명은 방송 중 진행된 투표에서 전원 '운전자가 사고난 것을 모르고 간 것 같다'며 해당 사고가 뺑소니가 아니라는 의견을 내놨다.
그러나 1심 판결은 달랐다. 서울서부지법은 지난해 10월 A씨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그간 운전을 하며 배송 일을 해왔던 A씨에게 4년의 면허취소 처분도 내려졌다.
재판부는 A씨가 경찰 조사에서 앉아있는 피해자 일행을 목격했고, 당시 동승한 회사 동료에게 "술을 얼마나 먹었길래 계속 주저앉아 있냐?"고 말한 게 기억난다고 진술한 점을 들어 A씨가 접촉 사고 직후 피해자가 주저앉는 모습을 지켜본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폐쇄회로(CC)TV에 사고 직후 트럭이 흔들리는 모습이 담긴 것으로 미뤄 A씨가 사고가 발생한 것을 알았을 것이라고 판시했다.
A씨는 1심 판결에 억울함을 호소했다. 자신은 트럭에 부딪힌 여성이 아닌, 일행이 주저앉은 모습을 본 것이고 그만큼 사이드미러 등을 확인하며 안전하게 운전했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럭이 흔들린 건 사고 발생 지점에 맨홀 뚜껑이 있었기 때문이라고도 덧붙였다.
이러한 A씨의 주장을, 항소심 재판부는 받아들였다. 지난달 31일 서울서부지법 제1형사부는 A씨에게 죄가 없다고 보고 공소를 기각, 검찰이 항소하지 않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2심 재판부는 A씨의 '주저앉아있다'는 발언에 대해 "변호인이 없는 상태에서 받은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에 대한 발언인지, 피해자 일행에 대한 이야기인지 정확히 구분됐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일부 진술만을 발췌해 'A씨는 피해자가 차량에 부딪힌 사실을 알았다'는 증거로 사용하는 건 함부로 허용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차량이 보행자를 정면에서 충격한 것이 아니라 차량 뒷부분에 피해자가 부딪히는 방식으로 사고가 발생했다"며 "A씨는 피해자를 충격하는 장면을 확인하지 못한 채 앉아있는 장면만 확인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이미 피해자 일행이 물건을 줍기 위해 주저앉는 것을 한 번 본 A씨는 술 먹고 비틀거리던 피해자 역시 같은 이유로 주저앉은 것이라고 착각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했다.
폐쇄회로(CC)TV에 담겼던, 트럭이 흔들린 것에 대해서는 "사고 발생 지점의 노면에는 맨홀 뚜껑 4개가 있었다"며 "설령 트럭이 피해자와 부딪혀 흔들렸다고 하더라도 A씨는 맨홀 뚜껑으로 인한 것이라고 인식해 차량이 평소와 다르게 흔들렸다고 인식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시했다.
A씨는 앞서 1심 선고 후 한문철 변호사에게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에 2심에서는 한 변호사 측에서 변호를 진행했고, 이후 이번 사건이 한문철TV를 통해 알려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한 변호사는 "뺑소니 혐의는 수사 받고 40일간은 임시면허증을 주지만, 그 다음 날부터 바로 면허 취소가 된다"며 "A씨가 일하지 못한 2년은 누가 배상할 거냐?"고 전했다.
이어 "A씨가 정말 억울할 텐데, 그래도 뺑소니 혐의에서 벗어났다고 울면서 전화가 왔다"며 "경찰이 정말 판단을 잘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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