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앞으로 다가온 '플라스틱 협약' 막판 협상…부산에 쏠리는 눈

기사등록 2024/11/24 09:00:00

최종수정 2024/11/24 09:26:16

"플라스틱 오염 끝내자" 2년 논의…원료물질 규제 '최대 쟁점'

주최국 한국, 협약 성안에 주력할 듯…절충안 내놓을 수도

협상 타결 난망 전망도…내년 추가 협상 이어갈 가능성도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플라스틱 문제를 뿌리 뽑는 연대가  지난 9월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플라스틱 협약 대응 입장 비공개로 일관하는 한국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09.11. kmx1105@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플라스틱 문제를 뿌리 뽑는 연대가  지난 9월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플라스틱 협약 대응 입장 비공개로 일관하는 한국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09.11.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성소의 기자 = 파리협정 이후 가장 중요한 환경 협약으로 평가 받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 관련 5차 협상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플라스틱의 생산·소비·폐기물 처리에 대해 2년 간 진행된 국제사회 논의가 결실을 이룰지 이목이 집중된다.

다만 국가 간 대립이 워낙 팽팽해 내년에 추가 협상이 열릴 것이란 전망도 있다. 특히 플라스틱 원료물질인 1차 폴리머 생산 규제 여부를 두고 이견이 큰 상황이다. 국제사회에서는 한국이 주최국으로서 어떤 역할을 할지 주목하고 있다.

"플라스틱 오염 끝내자" 2년 논의…원료물질 규제 '최대 쟁점'

24일 환경부에 따르면 25일부터 내달 1일까지 부산에서 국제 플라스틱 협약에 관한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 협상이 진행된다. 이번 5차 INC에는 전세계 170여개 유엔 회원국 정부대표단과 31개 국제기구, 산업계·시민단체·학계 약 3500여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사회는 2022년 5월 열린 제5차 유엔환경총회(UNEA)에서 플라스틱 오염에 대응하기 위해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 협약을 올해 말까지 성안하기로 결의하고 지금까지 총 네 차례 협상을 진행해왔다. 내일부터 부산에서 열리는 5차 INC가 계획상으로는 '마지막' 협상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합의해야 할 쟁점이 많아 추가 협상이 열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당초 33페이지 분량이었던 협상 초안은 77페이지로 늘어나고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영역을 나타내는 괄호가 3700여개 초안에 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 초안에는 플라스틱의 생산부터 소비, 처리까지 모든 수명주기와 관련해 총 12개의 핵심 의무를 제시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첨예한 쟁점은 플라스틱 원료물질인 1차 폴리머 생산에 관한 규제 여부다.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의 상징인 환경감시선 '레인보우 워리어호'(855t)가 12일 부산항 북항 앞 해상에 묘박하고 있다. 2011년부터 전 세계를 누비고 있는 레인보우 워리어호는 길이 57.9m, 높이 54.2m(돛 포함) 크기이며, 20여 명이 승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린피스는 이달 말 부산에서 열리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제5차 협상회의(INC5)를 통해 강력한 플라스틱 협약을 촉구하는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2024.11.12. yulnetphoto@newsis.com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의 상징인 환경감시선 '레인보우 워리어호'(855t)가 12일 부산항 북항 앞 해상에 묘박하고 있다. 2011년부터 전 세계를 누비고 있는 레인보우 워리어호는 길이 57.9m, 높이 54.2m(돛 포함) 크기이며, 20여 명이 승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린피스는 이달 말 부산에서 열리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제5차 협상회의(INC5)를 통해 강력한 플라스틱 협약을 촉구하는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2024.11.12. [email protected]

플라스틱 생산 기반이 없는 유럽연합(EU)과 플라스틱 폐기물 오염의 피해국인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등은 '플라스틱 종식을 위한 야심 찬 목표 연합(HAC)'을 만들어 1차 폴리머 생산 규제를 포함한 플라스틱 전(全) 주기 관리를 주장하고 있다.

HAC에는 현재 67개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이들 국가는 1차 폴리머 생산량을 2025년 대비 2040년까지 40% 줄이자는, 구속력 있는 감축 목표를 협약에 담아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반면 플라스틱 최대 생산국인 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등 산유국들은 자국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원료물질 생산 규제에 반대한다. 이들 국가는 플라스틱 오염 문제 해결책으로 폐기물 관리와 재활용을 강조하고 있다. 이른바 '플라스틱 지속 가능성을 위한 국제연합(GCPS)'으로 현재 6개국이 이 연합에 참여 중이다. 인도와 브라질도 비공식적으로 이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일본과 미국 등은 중간국으로, 국가별 자율 조치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 밖에 플라스틱 오염 관리를 위해 어떤 화학물질을 금지해야 할지, 협약에서 결정된 사항들을 이행하기 위해 각국이 어떻게 자금을 지원할지, 각국에 구속력 있는 의무를 부여할지 아니면 국가의 자발적 조치에 맡길지 등에 대해서도 입장 차가 있다.

이에 영국 주재 에콰도르 대사인 루이스 바야스 발디비에소 INC 의장은 협상의 기초가 될 수 있는 '비문서(Non-paper)'를 개발해 당사국들에 제안했으나 이 역시 일부국들이 반대 중이다.

발디비에소 의장은 생산 감축 등 대립이 첨예한 조항은 우선 '선언적' 수준으로 합의하고 세부 기준과 가이드라인 등은 5차 회의 이후 마련하자고 제안했고 다수국은 의장의 제안을 수용했다. 그러나 생산국 등 일부 국가는 생산 관련 조항을 삭제해야 하고  내년에 추가 협상을 이어가자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플뿌리연대가(플라스틱 문제를 뿌리뽑는 연대) 20일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에서 한국정부에 플라스틱 내 유해 화학물질의 엄격한 관리를 포함한 강력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 지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11.20.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플뿌리연대가(플라스틱 문제를 뿌리뽑는 연대) 20일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에서 한국정부에 플라스틱 내 유해 화학물질의 엄격한 관리를 포함한 강력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 지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11.20. [email protected]

주최국 한국, 협약 성안에 주력할 듯…절충안 내놓을 수도

한국은 생산 규제를 주장하는 HAC에 가입돼있긴 하지만 입장이 모호하다.

지난 4일 김완섭 환경부 장관이 플라스틱 협약과 관련해 "폐기물 관리보다는 감축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히면서 다소 진전된 입장을 내놨으나 정부의 속내는 보다 복잡하다. 석유화학이 아직까지 한국의 주력산업으로 자리 잡혀 있고 플라스틱 소비도 많은 편이라 유럽처럼 강력한 규제를 주장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 트럼프 집권, 대중 관계 등 지정학적 이해관계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일각에서는 한국이 협상에서 특정 입장을 관철시키려 하기보다는, 주최국 지위를 활용해 협약을 성안시키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한다. 국가들의 의견 대립을 줄여 '큰 틀'의 합의라도 만들어 내는 데 방점을 둘 것이라는 시각이다.

데이비드 아줄레이 국제환경법센터(CIEL) 제네바 사무소 변호사는 지난 19일 진행된 미디어 브리핑에서 "주최국의 경우, 회의의 성공을 바라고 있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며 "논의를 적극적으로 원한다면 더 강하게 할 수 있고 이에 따라 각 국가들의 이견을 좁힐 수 있는 주요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최국이 일반적으로 뭔가를 더 할 여지가 많다"며 "예를 들어 비정례 회의를 따로 빼 추가적인 논의를 진행하면서 이견을 좁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협약을 성안시키기 위해 한국이 '절충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난 19일 진행된 백브리핑에서 "협약 성안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각국에서 필요하다고 하면, 절충안을 제시하는 부분까지도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5차 INC 회의가 열리면 한국 정부 대표단도 보다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수원=뉴시스] 김종택 기자 = 세계 환경의 날을 하루 앞둔 4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시자원순환센터에 각 가정에서 쏟아져 나온 플라스틱 폐기물이 가득 쌓여 있다. 2024.06.04. jtk@newsis.com
[수원=뉴시스] 김종택 기자 = 세계 환경의 날을 하루 앞둔 4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시자원순환센터에 각 가정에서 쏟아져 나온 플라스틱 폐기물이 가득 쌓여 있다. 2024.06.04. [email protected]

협상 타결 난망 전망도…내년 추가 협상 이어갈 수도

 
플라스틱 오염이 생태계와 건강에 가하는 위협은 날로 커지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전세계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은 2000년 1억5600만t에서 2019년 3억5300만t으로 약 20년간 2배 이상 늘었다.

그 중에서도 수명 주기가 6개월도 채 되지 않는 플라스틱의 생산·소비가 전체 폐기물의 67% 정도를 차지한다. 반면 재활용율은 9%에 그친다. 플라스틱의 99%는 화석연료로부터 만들어지기 때문에 생산, 가공, 폐기 등 과정에서 막대한 온실가스를 뿜어내는 문제도 있다.

따라서 플라스틱 오염을 끝낼 국제 협약이 마련되면 그 자체로 의의가 크다. 일각에선 이번 협약이 만들어지면 파리협정 이후 우리 삶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환경 협약이 될 것이라고 평가한다.

정부 역시 "국제 플라스틱 협약은 유엔기후변화협약 이후 최대 규모의 다자 간 환경 협약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다만 합의해야 할 쟁점이 많이 남은 만큼 협약이 성안돼더라도 기본적인 사항만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추가적인 협상을 거쳐 추후 의정서·협정 등으로 세부 사항을 규정하는 '골격협약'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유엔기후변화협약과 교토의정서, 파리협정 등이 대표적인 골격협약 형태다.

협약이 성안되면 내년 6월 열리는 전권외교회의에서 공표되고, 각국은 비준을 위해 협약에 공식 서명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최소 115개국이 비준해야 협약이 발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부산에서 협상을 끝내지 못하고 2~6개월 뒤 추가 협상을 이어갈 가능성도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협약이 성안되지 않을 경우 이후에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번 5차 협상위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협상의 최종 결과는 다음달 1일 개최되는 마지막 본회의에서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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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앞으로 다가온 '플라스틱 협약' 막판 협상…부산에 쏠리는 눈

기사등록 2024/11/24 09:00:00 최초수정 2024/11/24 09:2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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