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최홍 기자 = 실손보험금 누수를 막기 위해 정부가 실손보험 비급여에 대한 여러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의료쇼핑을 일삼는 일부 가입자로 인해 대부분 가입자의 보험금이 오르는 비정상적인 구조를 뜯어고치겠다는 것이다.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실손보험금을 아예 청구하지 않았거나 소액을 청구한 비중은 95.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4.4%의 가입자가 전체 보험금(3조8379억원)의 약 65%(2조4761억원)의 보험금을 수령했다.
소수가 전체 보험금의 절반 이상을 받아 간 셈이다. 이는 비급여의 허점을 이용한 과잉진료, 의료쇼핑 때문이다. 이를 악용해 수천만원, 수억원의 보험금을 타가는 조직형 보험사기도 활개 치고 있다.
이로 인해 선의의 가입자만 보험금이 오르는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비급여 보험금의 누수 때문에 보험사의 손해율이 오르고, 이것이 다시 소비자의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금융당국, 보건당국 등 정부는 이런 실손보험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대책을 마련 중이다. 보험업계와 의료계의 논의를 거쳐 '실손보험 제도 개선 방안'을 연내 발표할 계획이다.
우선 상품구조 변경을 논의하고 있다. 비급여 항목 의료행위의 이용 횟수와 보장 한도를 더 축소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예를 들어 비급여 보험금 중 유독 비중이 높은 도수치료, 체외충격파, 증식치료, 비급여 주사제 등과 관련해 보장 금액과 한도를 제한하는 방식이다.
그간 3·4세대 실손보험에도 연간 보장금액과 통원 횟수 한도가 있었지만, 고가의 도수치료를 한 번에 과잉 진료하는 방식으로 규제 우회가 가능했다.
실손보험의 건강보험 본인부담제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경증 환자의 상급병원·응급실 비용 본인 부담을 상향하고, 건강보험 본인 부담 보장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방안이다.
또 의료법을 개정해 의료기관의 실손보험 가능 여부를 광고·설명하거나 보유 여부를 질문하는 것을 금지하는 방안도 제도화될 전망이다.
비급여 기준과 가격 설정을 의료기관과 보험사가 공동 책정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가입자가 아닌 의료기관이 진료비를 보험사에 청구하면, 보험사와 의료기관이 가격을 협의하고 별도 전문기구를 통해 보험금을 심사 후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환자-보험사-의료기관'으로 구성된 별도 전문기구가 설립된다. 해당 기구는 비급여 진료 적정성과 가격을 감시하고 심사하는 역할을 맡는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실손보험의 의미 있는 개혁을 위해선 비급여 관리가 강화돼야 한다"며 "보건복지부와 협의를 통해 연말까지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방안에 대해선 "의료계, EMR 업체와 적극적으로 소통을 하겠다"며 "참여 또는 연계 병원 정보 제공도 확대해 국민들이 참여하는 병원, 가능한 병원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노력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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