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이견 못 좁히는 여야정협의체
전공의·의협은 한 뜻으로 강경 투쟁 모드
정부, 내년 초 전공의 복귀책 마련 고심
수도권 전공의 비율 조정…"의견 수렴 중"
[서울=뉴시스]정유선 기자 = "국민에게 성탄절 선물을 드리겠다"며 야심차게 출발한 여의정협의체가 쉽사리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2025년도는 물론 2026년도 의대 정원 증원을 두고서도 이견이 좁히지 않는 가운데, 정부는 내년 상반기 사직 전공의들의 복귀를 끌어낼 대책을 고심 중이다.
24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여의정협의체는 지난 11일 출범한 뒤 2번의 실무회의와 1번의 전체회의를 열어 의정갈등 해법에 대해 논의했으나 2주 가까이 합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의료계가 2025년도 의대 정원 증원과 관련해 수시 미충원 인원의 정시 이월 제한, 예비합격자 정원 축소 등을 요구했으나 정부에선 소송 위험 등 법적 문제를 고려해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2026년 정원도 의료계는 증원을 유보하자는 반면, 정부는 인력수급추계위원회를 통해 원점에서 논의하자며 이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여의정 협의체가 당초 계획인 12월 말까지 제대로 운영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의료계의 곱지 않은 시선 속 여의정협의체 참여를 결정한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가 성과 없는 협의체에 계속 머무를지 알 수 없다는 우려가 협의체 내부에서 나온다. 야당도 전공의들이 참여하지 않는 협의체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며 불참인 상태다.
전공의단체에선 여의정협의체 내 의료계 제안보다 더 나아간 '2025년 의대 증원 백지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9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올해 의대 신입생이 내년에 돌아오면 2025학년도에 원래 정원인 3000여명이 아니라 1000명이 들어온다고 해도 정상적으로 교육할 수 없다"고 했다.
박단 비대위원장이 합류한 대한의사협회(의협) 비대위에서도 전공의 측 주장에 힘을 실어주며 강경 투쟁 모드다.
의협 비대위는 21일 1차 회의 결과 2025학년도 의대 모집 중지를 촉구하기로 의결했다. 이와 관련한 정부 입장에 변화가 없다면 여의정협의체에도 불참하기로 했다.
박형욱 의협 비대위원장은 "비대위는 정부의 의료 농단에 맞서 싸워 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와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 입장을 적극 지지한다"며 "'선무당'과 '눈먼 무사'가 벌이는 의료 농단에 강력히 저항하고 투쟁할 것"이라고 했다.
증원 문제와 관련해선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정부는 곧 시작될 내년 상반기 모집 때 전공의들이 최대한 돌아올 수 있도록 대책 마련에 나섰다.
그 중 하나로 사직 후 1년 내 동일 과목 동일 연차로 복귀할 수 없도록 한 전공의 수련 규정에 예외를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공의들이 대거 사직서를 제출한 건 지난 2월이었지만 정부는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철회한 6월을 사직서 처리 시점으로 봤다. 정부 기준에 따르면 내년 3월 복귀가 어려운데, 여기에 특례를 적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올해 하반기 전공의 모집 때도 이러한 특례가 적용됐다.
내년 수도권과 비수도권 전공의 비율을 5.5대 5로 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앞서 지역의료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현재 5.5대 4.5인 비율을 내년 5대 5로 맞추기로 했으나, 전공의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 수도권 정원을 유지할 가능성이 생겼다.
복귀를 희망하는 전공의들의 입영을 미루는 조치에 대해서도 복지부와 관계부처가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병역 미필인 사직 전공의들은 의무사관후보생으로 이른 시일 내 군의관이나 공중보건의로 복무해야 하는데 내년 상반기 복귀할 경우 이를 미뤄주는 방안이다.
지난달 말 기준 전공의 수련기관에서 퇴직한 의무사관후보생은 3000여명으로 매년 1000명 정도인 군의관·공보의 수요를 크게 웃돈다. 이에 실제 입영까지 최장 4년을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이러한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2025년도 전공의 정원은 확정되지 않았으며 현재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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