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부터 감미료까지…100년 역사 삼양그룹의 '큐원설탕'[장수브랜드 탄생비화]

기사등록 2024/11/24 07:00:00

최종수정 2024/11/24 07:08:16

100주년 맞은 삼양그룹, 순수 민족자본으로 설립된 삼수사가 모태

1955년 울산 제당공장 건립해 이듬해 삼양설탕으로 제당사업 시작

2002년 밀가루·식용유 등 통합 식품브랜드 큐원 출시

1957년 삼양사 울산 공장 초창기 전경. (사진=삼양그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957년 삼양사 울산 공장 초창기 전경. (사진=삼양그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주동일 기자 = 삼양그룹이 올해 창립 100주년을 맞이했다. 한 세기 동안 영속해온 국내 기업이 10여곳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창립 100년 기업'이라는 타이틀은 그 자체로 특별하다.

삼양그룹은 지난 100년간 변화와 발전을 거듭하며 식품, 화학, 의약바이오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지만, 사업 초창기부터 기업의 초석을 다지고 성장을 뒷받침해온 원동력은 식품사업이다.

국내 창립 100년이 넘은 장수기업 중에서도 국민들의 일상에 필수적인 식생활을 개선하는 데에 기여한 식품기업은 한 손으로 셀 수 있을 만큼 수가 적다.

삼양그룹의 모기업이자 식품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삼양사는 올해 여기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삼양그룹의 모태는 1924년 수당 김연수 창업주가 전라남도 장성군에 세운 삼수사(三水社)다.

삼수사는 당시 일제의 농업자본에 맞서 민족자본이 형성되는 과정에 순수 민족자본으로 설립된 근대기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수당 김연수 선생의 모습. (사진=삼양그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수당 김연수 선생의 모습. (사진=삼양그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수당은 삼수사 창립 이후 고향 인근의 농지를 조직화하는 데 힘을 쏟았다.

1925년 전북 부안군 줄포면과 보안면, 산내면의 경지를 묶어 줄포농장을 출범시켰다.

이듬해엔 신덕, 부안, 신림 지역의 농지를 고창농장으로 통합하고 인근 고창군에도 농장을 신설했다.

또 1927년에는 법성, 월산, 신장 등 농지를 묶은 법성농장을 출범하기도 했다.

이렇게 삼수사는 1931년까지 총 7개 농장을 조성해 영농의 근대화에 기여했다.

삼수사가 지금의 삼양사(三養社)로 사명을 변경한 건 1931년이다.

사명은 '분수를 지켜 복(福)을 기르고, 마음을 너그럽게 만들어 기(氣)를 기르며, 비용을 절약해 재(財)를 기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를 일컫는 삼양훈(三養訓)은 지금까지도 삼양그룹의 경영철학을 관통하는 메시지로 계승되고 있다.

삼양사는 해방 이후 시행된 농지개혁법에 의해 줄곧 운영해온 농장사업을 정리할 수밖에 없게 되자, 염전사업으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삼양사 해리염전 전경. (사진=삼양그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삼양사 해리염전 전경. (사진=삼양그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당시 농지로 조성하지 못한 간척지가 남았던 점, 소금 부족 사태로 국민들이 식량난을 겪고 있던 점 등이 주된 이유였다.

그렇게 탄생한 해리염전(고창군 심원면 일대)은 1940년대에 국내 최대 규모인 314만㎡(95만평)로 조성됐다.

삼양사는 생산 첫해부터 천일염 8998가마를 수확했다. 이런 성과로 해리염전은 국내 최초의 민영 염전이자, 국민 식생활 개선에 기여한 국내 민영 염전의 효시로 평가받고 있다.

삼양사는 1950년 발발한 한국전쟁이라는 큰 파고를 겪으며 염전 운영이 어려워지자 신사업 발굴에 나섰다.

당시 창업주는 전쟁으로 피폐해진 국민들의 식생활을 개선하고, 전후 국가 경제에 기간산업 발전이 필수적이라는 판단 아래 식품과 섬유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이때 식품사업의 핵심 품목이 바로 설탕이었다.

여기엔 당시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던 설탕의 국산화를 이끌어 설탕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외화 절감을 통해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수당의 뜻이 담겼다.

하지만 제당사업은 공장 위치 선정부터 난항을 겪었다.

제당공장은 냉각수가 풍부하고 선박 접안이 용이한 곳에 지어야 하는데, 최초 후보지로 거론됐던 부산이나 마산은 부지가 없거나 협소했다.
1957년 삼양사의 초창기 설탕 제품. (사진=삼양그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957년 삼양사의 초창기 설탕 제품. (사진=삼양그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다음 후보지였던 울산 장생포 일대는 개발되지 않은 전형적인 어촌이었다.

얕은 수심, 인접한 높은 산 등의 이유로 울산이 적합하지 않았음에도 수당은 야산을 허물고 바다를 메워 지리적인 단점을 극복하기로 했다.

그렇게 간척한 땅에 지금의 삼양사 제당공장이 들어섰다.

삼양사의 제당사업은 1955년 울산 제당공장 건립을 계기로 본 궤도에 올랐다.

당시 일일 생산능력 50t으로 국내 최대 규모였던 울산 공장은 이듬해 가동을 시작해 '삼양설탕(현 큐원설탕)'을 시장에 선보였다.

삼양설탕은 출시 이래 소비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으며 국내 대표 설탕 브랜드로 발돋움했고, 명절이나 연말연시에 인기 있는 선물로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이후 삼양사는 지속적인 설비 증설과 품질 개선으로 국내 제당시장 점유율 2위를 지키고 있다.

두 개 공장으로 구성된 지금의 울산 공장은 설탕 외에도 전분, 물엿, 올리고당, 대체 감미료 등을 생산하는 종합 식품공장으로 변모했다.

삼양사는 제당사업 성장에 만족하지 않고 지속적인 신사업 발굴과 품종 다각화를 추진했다.

그 일환으로 1972년 국내 제당사와 함께 선일포도당공업을 공동 인수했다.

1976년 인천에 전분당 공장을 설립하고, 1984년 선일포도당공업 지분을 완전 매입함으로써 옥수수 가루를 원료로 하는 새로운 사업 영역을 개척했다.

또 1988년 신한제분을 인수하며 제분업에도 진출했다.
삼양사 알룰로스 PLUS 제품 2종. (사진=삼양그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삼양사 알룰로스 PLUS 제품 2종. (사진=삼양그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듬해 원맥 수입에 유리한 충남 아산을 공장 후보지로 결정하고, 1994년 아산 제분공장을 준공했다.

특히 영양가를 높인 양질의 밀가루 뿐만 아니라 밀가루에 첨가물을 배합해 소비자가 편리하게 가공식품을 만들 수 있는 프리믹스 제품을 선보이며 가정용 홈메이드 시장을 개척했다.

1988년 출범한 삼양그룹은 다각화된 식품사업을 하나의 브랜드로 묶는 동시에 젊고 진취적인 이미지로의 변신을 꾀했다.

이에, 2002년 'Quality No.1(퀄리티 넘버원)'의 약어로 소재 식품의 차별성과 전문성을 강조한 브랜드 '큐원'을 론칭했다.

현재 큐원은 설탕, 밀가루를 비롯한 식용유, 마가린, 쇼트닝 등 삼양사가 생산하는 식품 소재를 아우르는 식품 통합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삼양그룹은 2000년대 이후에도 식품사업의 포트폴리오를 지속적으로 다각화했다.

2004년에는 식용유와 마가린, 쇼트닝 등을 중심으로 한 가공유지 사업에 진출하고 2013년에는 B2C 사업 및 유통 역량 강화 차원에서 식자재의 제조와 판매, 유통을 아우르는 식자재유통 전문 브랜드 '서브큐(ServeQ)'를 론칭했다.

이듬해에는 숙취해소제품 '상쾌환'까지 선보이며 사업 영역을 넓혔다.

삼양사는 창립 100주년이라는 타이틀에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 100년을 책임질 미래 먹거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개발한 식품 소재가 '알룰로스'다.

삼양사 스페셜티(고기능성) 제품인 알룰로스는 자연계에 있는 희소당으로, 설탕 대비 70% 정도의 단맛을 내지만 칼로리는 제로인 대체 감미료다.

과당과 물성이 유사해 음료, 과자, 유제품, 소스 등에 두루 쓰인다.

삼양사는 일찍이 대체 감미료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내다보고 2012년부터 알룰로스 개발에 착수했다.

삼양사가 알룰로스 개발에 필요한 효소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고, 대체 감미료 중에서도 비교적 안정성이 높다고 알려진 감미료로 알룰로스가 적격이었기 때문이다.

삼양사는 약 4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2016년 액상 알룰로스 개발에 성공했고, 같은 해 7월 식약처 승인을 받았다.

이후 설비 투자를 거쳐 2020년부터 울산에서 본격적인 양산을 시작했다. 같은 해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안전원료인증(GRAS)'을 획득해 해외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2022년엔 해상 운송에도 균일한 품질 유지가 가능하고, 순도가 99% 이상인 '결정 알룰로스'를 개발하기도 했다.

최근엔 울산 공장 부지에 알룰로스와 프리바이오틱스 소재를 생산하는 종합 스페셜티 공장을 준공해 시장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울산 남구에 위치한 스페셜티 공장은 알룰로스 공장과 프리바이오틱스 공장 각 1개동씩 총 2개동으로 나뉜다.

스페셜티 공장은 약 1400억원을 투입해 연면적 6700평, 연간 생산량 2만5000t 규모로 조성했다.

특히 알룰로스 공장은 연간 생산량이 기존 대비 4배 이상 커진 1만3000t으로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현재 삼양사는 B2C 프리미엄 당 브랜드 '트루스위트(Trusweet)'와 차세대를 선도하는 건강한 당류라는 의미의 B2B 브랜드 '넥스위트(Nexweet)' 알룰로스를 공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음료, 유제품, 소스, 빙과 등 식품 카테고리 전반에 걸쳐 200여개 제품에 쓰이고 있다.

이 외에도 삼양사는 알룰로스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프리바이오틱스 소재로 난소화성말토덱스트린과 프락토올리고당을 생산하고 있다.

난소화성말토덱스트린은 ▲배변활동 원활 ▲식후 혈당 상승 억제 ▲혈중 중성지질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수용성 식이섬유다.

프락토올리고당은 장내 유익균 증식 및 배변 활동 원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 원료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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