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양곡법·농안법·재해보험법 개정안 의결
"양곡법 쌀값 하락 유발할 수 있는 입법 모순"
[세종=뉴시스]임소현 기자 = 농림축산식품부는 야당이 '양곡관리법(양곡법)' 개정안을 단독 의결한 데 대해 "입법 모순"이라고 지적하며 "과잉 생산의 부작용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농식품부는 2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야당이 양곡법 개정안과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개정안, '농어업재해보험법(재해보험법)' 개정안을 단독 의결하자 즉각 입장자료를 내고 이같이 밝혔다.
농식품부는 이날 "국회 농해수위에서 당일 법안 소위에 이어 안건조정위원회까지 거치면서 자정 무렵 4건의 법률안을 충분한 논의 없이 단독 처리한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이어 "특히 양곡법 개정안은 쌀값 회복과 함께 벼 재배면적 감축 등 구조적 공급 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현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무력화하고 이미 한 차례 대통령께서 재의 요구한 바 있는 '남는 쌀 강제 매수법'에 '양곡가격안정제도'까지 추가해 과잉 생산의 부작용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는 최근 쌀값 하락에 대해 강도 높게 정부를 비판하면서 새로운 제도 도입으로 과잉 생산을 고착화시켜 쌀값 하락을 유발할 수 있는 입법 모순"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그간 야당이 추진해 온 양곡법 개정안, 농안법 개정안, 재해보험법 개정안, 재해대책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상당 수 농업인단체(59개 중 40여개)도 양곡법 개정안, 농안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야당의 법안 강행 처리→ 대통령 재의요구권 행사→ 법안 폐기'에 이르는 소모적 논쟁이 반복되지 않도록 민관학 협의체를 구성해 '한국형 농업인 소득·경영 안전망 구축 방안'을 마련하는 등 농업계와 적극 소통하며 대안도 마련한 바 있다고 부연했다.
양곡법 개정안은 남는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고 양곡의 시장 가격이 평년 가격(공정 가격) 미만으로 하락시 차액을 정부가 지급하도록 '양곡가격안정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골자다.
이에 농식품부는 "현재도 구조적인 쌀 공급 과잉이 고착화돼 쌀값을 계속 하락시키고 막대한 재정부담이 우려되는 상황으로 벼 대신 타작물 재배로의 전환을 가로막아 쌀 공급 과잉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농안법 개정안은 주요 농산물에 대해 최저가격 보장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는 '특정 품목 생산쏠림→ 공급과잉→ 가격하락→ 정부 보전'의 악순환을 초래하고 막대한 재정부담이 발생하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농산물 가격변동성도 높아질 수밖에 없어 농가 경영부담 및 소비자 물가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재해보험법 개정안은 보험요율 산정시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에 대해 할증 적용을 배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농식품부는 일반적으로 보험료는 재해발생 위험도 등에 비례해 산정(급부·반대급부 균등의 원칙)해야 하지만 개정안은 위험도와 무관하게 보험료를 부과하기 때문에 보험 가입자 간 형평성 문제, 민간 보험사의 지속 가능한 보험 운영 저해 등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재해 발생시 재해 이전까지 투입된 생산비 보장(전부 또는 일부), 실거래가 수준으로 지원기준 적용 등이 포함된 재해대책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재난 등에 관한 일반법인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재해 발생시 '응급복구 및 생계지원'을 하는 재난재해 지원의 원칙과 상충 등 법률 간 충돌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농식품부는 타 분야 지원과의 형평성 훼손, 도덕적 해이, 보험 가입 의욕 저하 등의 부작용도 우려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정부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등 앞으로 남은 법안 심의 과정에서 개정안들의 문제점과 입장을 설명드리면서 충분히 소통할 수 있기를 간곡히 요청드린다"며 "국민 여러분께서도 농업·농촌의 미래를 위해 이번 법안 내용과 처리 과정에 많은 관심 가져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