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 금융안정계정 재추진…이번엔 국회 통과될까

[서울=뉴시스] 최홍 기자 = 금융위기 때 금융회사에 유동성을 선제 지원하는 '금융안정계정'이 다시 한번 추진된다. 지난 2년간 국회에서 번번이 좌절됐던 관련 법이 이번 22대 국회에서 통과될지 관심이 주목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이르면 오는 25일 법안심사 소위원회를 열어 금융안정계정 설치 내용이 담긴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논의한다.

금융안정계정은 금융시장 위기가 우려되는 상황으로 판단될 경우 일시적 어려움에 부닥친 금융사에 선제적으로 유동성 공급(채무보증·대출) 또는 자본확충(우선주 등 매입)을 지원하는 제도다. 예금보험공사의 예금보험기금 내에 별도의 계정을 설치해 운용하는 방식으로 마련된다.

금융안정계정은 2022년 코로나19 상황이 종료된 후 금리가 급등하고 자산 가격이 크게 조정되는, 이른바 '퍼펙트스톰(금융복합위기)'를 선제적으로 막기 위해 추진됐다.

지난해에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 금융 리스크가 현실화면서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예보는 21대 국회에서 금융안정계정을 도입하지 못했다.

당시엔 예보기금 소진 우려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이 일어날 수 있고, 예보기금채권이 과다하게 발행될 경우 레고랜드 사태 때처럼 채권시장이 경색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또 금융안정계정의 주체를 예금보험공사가 아닌 금융당국으로 수정해 정부가 더 책임있게 유동성 대응을 해야 한다는 점도 거론됐다.

일각에서는 한국은행의 유동성 지원 방안이 있는데, 굳이 예금보험공사에 유동성 지원 제도를 마련하는 게 맞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예보는 여전히 금융 불확실성이 잔존하고 있는 만큼, 내년에도 금융안정계정 도입을 중점으로 삼고 업무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선진국들은 이미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비슷한 정책을 10년 넘게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도 금융안정계정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유재훈 예보 사장은 지난 18일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안정계정은 대한민국이 최초로 도입하는 제도가 아니다"라며 "이미 선진국에서는 10년 넘게 글로벌 금융위기 때부터 이런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도 과거 금융위기 때 한시적으로 유사한 기능을 가진 제도(금융안정기금)를 운영한 적이 있다"며 "지금 금융상황을 보면 어느 때보다 이 제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여러가지 지정학적 여건과 국제정치 및 경제·금융 환경을 봤을 때 금융안정계정의 필요성이 줄어들었다고 판단하지 않고 오히려 그 반대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예보는 금융안정계정 처리를 논의할 때 거론되는 다양한 기술적인 문제들을 적극 해결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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