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대까지 따라가 협박…불법 대부업체 주범 2심서 감형

[서울=뉴시스]이소헌 기자 = 불법 대부업체를 운영하며 채무자를 감금하고 협박해 신고당하자 지구대까지 따라가 피해자를 위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불법 대부업체 일당의 주범이 2심에서 1심보다 가벼운 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2부(부장판사 최해일·최진숙·김정곤)는 22일 폭력 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공갈) 등 혐의로 기소된 주범 이모씨의 항소심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앞서 1심은 그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바 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가담자 1명은 1심과 같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나머지 2명에게 각각 1심보다 감형된 징역 1년2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도 명령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씨가 피해자에게 빌려준 것이 현금이 아닌 게임포인트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이씨가 채권추심법에서 말하는 채권추심자 지위에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원심은 이 부분에 대해서 피고인들 모두를 유죄로 판단했다"며 "사실이나 법리를 오해해 판결 선고된 부분이므로 파기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씨를 포함한 피고인들에게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씨에 대해 "피해자를 감금하고 돈을 갈취하려다 미수에 그치는 등 피고인의 범행이 무겁고 죄책 또한 무겁다고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가담자 중 1명에 대해서는 "피해자와 어릴 적 친구이기도 한데 이런 점을 비춰보면 피해자가 느꼈을 절망감이 아주 컸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피해자와 합의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했다.

나머지 가담자들에 대해서는 "죄책이 가볍지 않지만 가담 정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점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씨 등은 불법 대부업체를 운영하며 평소 알고 지내던 채무자 A씨를 상대로 인터넷 도박을 권유하고 수천만원의 빚을 지도록 종용해 채권 추심 명목으로 A씨를 협박 및 감금하고 금품을 갈취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아울러 이씨 일당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A씨를 지구대로 데려가자 따라가서 위협한 혐의도 있다.

이씨 일당 중 일부는 조직폭력 단체 조직원들과 함께 문신을 드러내고 촬영한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시하는 등 조직폭력배처럼 행세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지난 5월 주범 이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가담자 1명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나머지 2명은 각각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1심은 이씨에 대해 "죄질이 몹시 불량하고 사안이 중하다"며 "수차례 범행을 저질러 왔는데 준법의식이 미약하고 피해자가 이 사건으로 인해 현재까지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다"고 판시했다. 가담자 3명에 대해서도 "죄질이 불량하고 죄책이 무겁다"고 지적했다.

피고인들과 검찰 측은 1심 선고 후 판결에 불복해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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