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감자→염가 유상증자…2억으로 지분 7% 확보
전 최대주주 김상훈씨 지분율 6.74%…2대 주주로
[서울=뉴시스] 김경택 기자 = 디딤이앤에프의 최대주주였던 '모험가좌' 김상훈씨가 단돈 2억원에 최대주주 지위를 상실하는 이례적 상황이 벌어졌다. 김씨와 경영권 분쟁을 진행 중인 경영진이 거래정지를 틈타 무상감자에 이어 염가에 유상증자를 발행하면서 지분이 뒤집혔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디딤이앤에프는 전날 최대주주가 김상훈씨에서 황정아씨로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변경 사유는 유상증자 납입에 따른 것으로 황정아씨가 52만5459주(7.47%)를 보유하면서 기존 김씨의 소유주식수인 47만3999주(6.74%)를 앞서게 됐다.
디딤이앤에프가 6억6005만원 규모로 추진한 이번 일반공모 유상증자에는 3인이 총 4억8020만원을 납입했다. 그 중 황 씨의 취득 단가는 381원으로, 유상증자에 납입한 금액은 총 2억20만원이다. 앞서 김씨가 최대주주에 이르기까지 투자했다고 알려진 총 금액인 50억원보다 한참 적은 수준이다.
이처럼 적은 금액으로 최대주주가 바뀐 배경에는 무상감자가 있다. 현재 감사의견 거절로 거래가 정지 중인 디딤이앤에프는 지난달 말 10대 1 감자를 완료했고, 유상증자의 신주발행가액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기준가가 무상감자 전 주가로 책정되면서 시가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지분을 대거 사들일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유상증자 신주발행가액은 과거 1개월 간의 가중산술평균주가, 1주일 간의 가중산술평균주가 및 최근일 가중산술평균주가를 산술평균한 가격과 최근일 가중산술평균종가 중 낮은 가격을 기준주가로 해야 한다. 하지만 디딤이앤에프 측은 현재 거래가 정지돼 시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외부평가기관인 이정회계법인에 평가를 의뢰했고, 이를 통해 주당 298원의 기준 주가를 산출했다. 여기에 27.85%의 할증을 적용해 거래 정지 전 주가와 동일한 381원으로 최종 발행가액이 정해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경영진의 꼼수 의혹도 제기된다. 앞서 김씨는 김대은 디딤이앤에프 대표이사 등과 경영권을 놓고 충돌해왔는데, 김 대표 등 경영진 측이 최대주주인 김씨를 몰아내기 위해 수를 쓴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업계에서는 새 최대주주로 등극한 황정아 지비와이 소프트(G.B.Y SOFT) 이사가 경영진 측 사람일 것이란 추측을 내놓고 있다.
이와 관련, 회사 측에 새 최대주주 및 자금 활용 계획 등을 묻고자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감자가 진행된 것을 감안하더라도 시가총액 220억인 회사에 단 2억원을 투자하는 것 만으로 최대주주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게다가 현 주가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의 주식이 대거 늘어나면서 향후 거래가 재개되더라도 기존 주주들의 피해가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기존 디딤이앤에프의 최대주주였던 김상훈씨는 각종 기행으로 투자자들 사이에서 '모험가좌'로 알려진 슈퍼 개미다. 1978년생의 전업투자자로 알려진 김 씨는 지난해 3월 '주식 등의 대량 보유 상황 보고서' 이른바 '5% 공시'를 통해 처음으로 이름을 드러냈다. 2022년 6월부터 디딤이앤에프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한 김씨는 기존 최대주주의 반대매매 등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8월22일 얼떨결에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이후 각종 기행과 함께 회사 경영진과 분쟁을 겪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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