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테마 ETF 승인 보류…"입장 변화 없다"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 감감무소식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비트코인의 신고가 랠리가 이어지고 있지만 국내에선 여전히 관련 금융투자상품 출시가 지연되고 있다. 가상자산을 투자 상품으로 보지 않는 당국의 시각이 급변하는 시장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비판과 함께, 투자자들의 선택지를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1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 자산운용사는 금융감독원에 가상자산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출시에 대해 문의했지만 아직 승인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업계에서 비트코인 관련 상품에 관심이 있어 문의를 줬는데 입장 변화가 없다고 전달했다"며 "정부 정책에 큰 틀의 입장 변경이 있기 전에 펀드 상품만 허용해주긴 어렵다"고 말했다.
당국은 수년째 가상자산 테마의 공모펀드·ETF 등의 출시를 허용해주지 않고 있다. 비트코인 자체의 변동성과 더불어 가상자산 거래소, 가상자산 산업 자체에 위험 요소가 많아 투자자 보호를 위해 보수적인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근 수년 간 각종 펀드 환매 중단 등 사건·사고가 터지면서 금융소비자 보호 이슈가 엄격해졌던 특수한 배경도 있다. 또 이후 2022년 당국의 우려처럼 세계 3위의 가상자산 거래소 FTX가 파산하면서 세계 최대 코인거래소인 코인베이스의 주가가 약 80% 하락한 일도 당국이 보수적 입장 고수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이미 주요 연기금 등이 가상자산 기업에 투자 중인 상황에서 정부가 이 같은 기조를 이어가는 것이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국민연금은 비트코인의 신고가 랠리에서 이미 간접적인 수혜를 누리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3분기 말 기준 마이크로스트래티지 24만5000주와 코인베이스 26만5646주를 보유하고 있다. 두 종목의 평균 매입 단가는 각각 146.34달러와 95.69달러, 전날 종가인 473.83달러와 320.01달러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두 종목의 평가차익만 1억3092만달러(1955억원)에 달한다.
해외 기업에 달러를 투자하는 한국투자공사(KIC) 역시 코인베이스 등 가상자산 관련주들에 투자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현물을 기초로 ETF도 만들고 이를 옵션 상품으로까지 거래하고 있다. 국내에서 현물 ETF 출시는 자본시장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지만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금융상품은 법적으로 문제 삼을 소지도 없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상품 다각화를 위해 반도체, 2차전지 테마처럼 가상자산 관련주 ETF도 팔고 싶은 상품일 수밖에 없다"며 "비트코인이 신고가를 찍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투자 흐름에서 뒤처지고 있단 생각이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또 "금융회사 입장에선 투자자들에게 상품으로 옵션을 제공해야 하는데 제약이 생기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취임 이후 아직 비트코인 현물 ETF 등과 관련한 입장을 내놓은 적 없다. 그는 7월 인사청문회 당시 "가상자산 ETF과 관련해 투자자 보호, 시장에 미치는 영향, 우리 기업의 자금 조달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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