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폰 8㎏ 중 6㎏ 압수…2㎏은 국내 유통
초콜릿 위장하거나 커피가루에 숨겨 반입
경찰, 인터폴에 '현지 총책' 적색수배 요청
나머지 17명 검거…운반책 등 6명은 구속
[서울=뉴시스]이태성 기자 = 서아프리카 나이지리아에 거점을 두고 해외 마약상들과 연계해 국내에 26만7000여명이 동시에 투약이 가능한 필로폰 8㎏을 밀반입한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특정범죄가중법(향정),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총책 A(57·나이지리아)씨 등 18명을 입건하고 이 중 15명을 송치했다고 21일 밝혔다.
나이지리아에 거주하는 A씨는 해외 메신저를 이용해 조직원 및 국내외 마약상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한국을 대상으로 마약류 밀반입을 반복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아직 검거 전으로 경찰이 우선 검거한 17명 중 11명은 밀수·판매자, 6명은 매수·투약자다. 이 중 마약 운반책 등 6명은 구속됐다.
경찰은 A씨에 대해 인터폴 적색수배를 요청하고, 지난 9월 경찰청이 주최한 '국제 마약수사 컨퍼런스'에서 나이지리아 마약단속청에 공조를 요청했다.
A씨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캐나다, 멕시코 등에 있는 조직원과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국내 반입에 성공한 필로폰 사진을 국내 마약상에게 전달해 인증받는 방식으로 거래를 성사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과거 국내에서 7년간 거주하다가 외국인에게 대마를 판매한 사실이 적발돼 해외로 추방된 전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당은 마약류를 교묘하게 은닉해 통관을 피하는 수법을 이용했다. 지난 4월 멕시코시티에서 들여온 필로폰 3㎏은 시중에서 판매되는 멕시코 초콜릿의 포장지를 벗겨 내용물과 같은 무게, 모양의 필로폰 덩어리로 교체해 다시 개별 포장했다.
지난달 캐나다 토론토에서 밀반입한 필로폰 3㎏은 등판을 뜯어낸 배낭 안에 진공 포장된 상태로 숨긴 뒤, 그 배낭을 다시 커피가루가 뿌려진 여행용 캐리어에 넣어 마약 탐지견을 속였다.
온라인에서 포섭한 고령의 외국인을 마약 운반책, 일명 지게꾼으로 활용해 단속과 처벌을 피하기도 했다.
이메일이나 메신저를 통해 접촉한 노인들에게 한국에서 대출이나 투자금을 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는 명목으로 유인 후 "국내 관계자에게 선물을 전달해달라"고 제안하는 방식으로 마약류를 운반하게 했다.
이번 사건에서 검거된 해외 운반책 3명은 모두 스웨덴, 캐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국적 고령의 외국인으로 이들은 각자 '복권 당첨금 수령', '투자 대출', '국제연합(UN) 후원금 관련 계약'을 목적으로 국내에 입국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지난 3월 국가정보원 국제범죄정보센터로부터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착수했다.
이번 수사를 통해 시가 200억원 상당의 필로폰 6.15㎏을 압수했다. 이는 20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또한 지난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검거된 3건의 필로폰·대마 밀수 사건이 A씨의 지시로 이뤄진 사실을 확인하고 A씨 등 나이지리아인 7명을 범죄집단 조직·가입·활동죄로 별도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폴 적색수배한 A씨에 대해선 국정원·현지 마약청과 공조해 현지 검거 후 엄중한 사법 처분을 받게 할 계획"이라며 "모르는 외국인이 이메일이나 메신저를 통해 접촉하는 경우 각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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