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자 부동산 매매 주선 대가' 주장…1심은 "고의 없어 무죄"
항소심 "28억7000만원 안 갚았다…고의 인정" 징역 4년 선고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산업집적지 매매와 관련해 지인에게 돈을 빌려 갚지 않은 혐의로 기소돼 1심서 무죄를 받은 70대 사업가가 항소심에서는 일부 유죄가 인정돼 법정구속됐다.
광주고법 제1형사부(고법판사 박정훈·김주성·황민웅)는 21일 301호 법정에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기소돼 1심서 무죄를 받은 여모(70)씨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도주 우려를 고려해 법정구속했다.
여씨는 지난 2020년 3월 17일 전남의 한 산업집적지(230억원대 지식산업센터 관련 부지)를 매매 계약하던 지인 A씨에게 3차례에 걸쳐 34억7000여 만원을 빌려 갚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여씨는 수사·재판 과정에서 줄곧 "사업 인허가가 불가능한 토지인 줄 모르고 땅 매수자로 참여했다가 계약 열흘 뒤 이를 알았다. 이후 계약금을 돌려달라고 A씨에게 요구했으나 A씨가 35억원 할인을 약속해 기다려줬다. 제 권리를 제3자에게 양도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A씨가 소유한 땅의 매수인 지위를 포기하고 제3자에게 팔 수 있도록 해준 데 따른 정당한 대가였다"며 사기가 아니라고 항변했다.
반면 검사는 약정서 내용(대여·이자 포함) 등을 토대로 여씨가 부동산 공동 매수인 행세로 A씨에게 부지 매각을 도와주겠다고 접근했다고 주장했다. A씨가 여씨에게 빌려줬다고 인정한 6억원을 제외한 28억7000만원 만큼은 여씨가 빌려준 뒤 갚지 않았다는 것이다.
앞선 1심은 "약정서 내용이 비상식적인 측면이 있지만, 중요한 사실을 허위 고지하거나 여씨가 빌린 돈을 갚지 않으려고 피해자를 속이려는 의사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매매 과정과 여씨의 자산 상태를 봐도 사기의 고의성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인정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여씨가 A씨에게 빌린 돈의 대부분을 사적으로 쓰고 갚지 않았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약정서에도 '매매대금 차용' 목적이라고 기재돼 있고 사건 관계인의 법정 진술 역시 피해자 A씨의 일관된 주장과 일치한다. 빌린 돈 중 28억7000만원은 부동산 매매 대금에 쓰지 않고 당좌수표 결제 등에 사용하는 등 개인 용도로 썼던 것으로 보인다"며 "사기 범행으로 인한 피해액이 크고 범행을 부인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죄책이 무겁다. 피해자의 엄벌 탄원 등까지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앞서 여씨는 A씨가 제기한 대여금 반환 소송 민사 재판에서도 패소, 빌린 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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