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2인자 신예은, '정년이' 최대수혜자

기사등록 2024/11/21 07:36:43

최종수정 2024/11/25 15:44:22

정년이와 대립하는 악역 '허영서' 열연

더글로리보다 인지도↑ "중장년 알아봐"

"김태리와 선의의 경쟁? 뒤처지지 말자"

"2인자일때 많았지만, 좌절하지 않고 즐겨"

1년간 판소리 공부 "다섯 작품한 느낌"

"어떤 캐릭터도 '잘 할수 있다' 확신 생겨"

신예은
신예은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배우 신예은(26)은 tvN 종방극 '정년이'의 최대 수혜자나 다름없다. 정년이는 드라마 최초로 여성 국극을 다뤄 의미 있지만, 그만큼 호불호도 갈렸다. '윤정년'(김태리)은 민폐 캐릭터 논란이 일었는데, 오히려 악역인 '허영서'(신예은)는 응원과 지지를 받았다. 신예은 역시 극본을 받았을 때부터 "영서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겠구나' 싶었다"고 예상했다. '더 글로리'(2022)에서 학교폭력 가해자 '박연진'(임지연) 어린 시절을 맡아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였는데, 이번에도 주인공과 대립하는 반동인물로 제 몫을 해냈다.

"영서는 많은 분들이 한 번쯤 겪어볼 만한 감정을 보여주지 않느냐. 만인에게 인정 받고, 잘해서 1등 하고 싶은 마음을 가졌다. '영서는 마음이 단단한 아이다. 상대의 실패를 보고 올라가는 게 아니라, 같이 즐기고 성장하는 자체가 배울 점'이라는 댓글이 공감됐다. 누군가의 실패, 좌절에 안도하면서 나를 올리기도 하는데, 영서는 그렇지 않아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은 게 아닐까. 더 글로리 때와 달리 엄마, 아빠 세대도 알아봐줘서 감사하다."

이 드라마는 1950년대 한국전쟁 직후, 소리 하나 만큼은 타고난 소녀 정년의 여성국극단 입성과 성장기를 그렸다.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김태리(34)와 선의의 경쟁을 하지 않았을까 싶었지만, "태리 언니한테 그런 마음이 들지는 없었다"며 웃었다. "언니는 당연히 잘하는 사람이었다. '따라잡을 순 없지만, 따라 가자. 밀리거나 뒤처지지 말고, 언니 옆에 붙어있자. 그 정도로 열심히 하자'는 각오로 했다"고 털어놨다. "당연히 난 언니보다 부족한데, 영서는 정년이를 이겨야 했다"면서 "'아사달' 마지막 오디션에서 정년이한테 '네가 이겼다'고 할 때 너무 슬펐다. '언니와 나의 대결이 이제 끝나는 구나' 싶어서 눈물 글썽거렸다. 많이 애틋해졌고 큰 힘이 됐다"며 고마워했다.

"난 2인자 일 때가 많았다. 질투도 했지만 영서처럼 좌절하진 않았다. 그땐 몰랐다. 단순했다. 승부의 세계에서 경쟁하며 즐겼다고 할까. 내가 여기 왔으니까 이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우리만의 리그다'라면서 누리고 싶었다. 환상 속에 산 것 같아서 다행이다. 연기를 잘하고 싶어서 승부욕이 생겼다. 이전엔 부족한 점을 보완하려고 했는데, 영서를 만나고 내 장점과 재능을 살리려고 노력했다. 지금은 내 자신을 믿고 '난 사랑스럽다. 할 수 있다'며 세뇌시키고 있다(웃음)."

정년이는 12회 시청률 16.5%(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막을 내렸지만, 우여곡절이 많았다. 방송 전 MBC와 편성 갈등이 불거졌고, 각색하며 정년이와 러브라인을 형성한 퀴어 캐릭터 '부용'을 없애 논란이 일었다. 중·후반부로 갈수록 여성 서사가 무너졌고, 엔딩도 혹평이 쏟아졌다. '홍주란'(우다비)이 결혼해 매란국극단을 그만두고, 매란국극단이 와해된 뒤 요정이 들어서 갑론을박이 일었다.

연기자들의 노력 덕분에 작품이 빛날 수 있었다. "시청자들이 그 마음을 알아준 것 같다"며 "배우들의 노력이 잘 보인 작품이라고 하더라"면서 만족했다. 1년 동안 판소리 연습하며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지 않았을까. "소리를 배우는 건 재미있었다"면서도 "고음이 잘 안 났다. 연습하면 할수록 목만 나갔다. 병원에서 '당분간 연습하지 마세요'라고 하는데, 그럴 수 없었다. 목소리가 안 나와서 리딩도 못하고, '연기 연습도 하지 말아야 하나'라는 혼란이 왔다. 남들보다 목이 많이 약해서 지쳤지만, 점점 튼튼해졌다"고 돌아봤다.

국극 무대를 길게 보여줬는데, "다섯 작품을 동시에 한 기분이었다"고 짚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로 '바보와 공주'를 꼽았다. "정년이에서 선보인 국극 중 유일하게 밝은 캐릭터"라며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해봤고, 인물 자체도 귀여웠다"며 "'춘향뎐'이 첫 작품이라서 제일 어려웠다. 선생님이 '나만의 것을 찾아라'고 했지만, 뭔지 모르겠더라. 걸음마를 떼듯이 했다. 사람들이 '어디 말이냐'고 해 따로 레슨 받고 나머지 공부도 했다"고 회상했다.

"처음엔 막막했다. 완벽한 소리꾼, 무용수가 될 순 없지만 '다 끝났을 때 아쉽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하자'는 마음으로 도전했다. 레슨 1~2시간 받고, 개인적으로 연습했다. 소리가 안 나와서 '고음에 접근할 때까지 집에 안 가겠다'고 각오하고, 하루 9시간 연습했다. 득음했냐고요? 득음은 못합니다(웃음). 긴장을 많이 해 심장 박동수가 빨리 뛴다. 노래할 때 너무 긴장해서 '어떡하지?' 싶었다. 회사에 가서 직원들 일하는데, '소리 한 구절 부르겠습니다' 하고 '사랑가'를 부른 적도 있다."

국극 분장하는 데만 1시간30분~2시간 정도 걸렸다. "무대 의상과 분장이 신선했다. 구레나룻 다는 게 신기했고, 헤어스타일, 옷 등도 엄청 화려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라며 "군무 등도 아름다웠고, 관객 입장에서 보는 것도 재미있었다"고 귀띔했다. 남장 연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목소리를 억지로 긁어서 내 '이상하다'고 하더라. 계속 긁어서 목이 상하니 저음이 잘 나더라"면서 "여성은 부르면 어깨부터 움직이는데, 남성은 고개부터 돈다고 하더라. 이런 작은 디테일도 신경 썼다. 난 어깨가 좁아서 남자태가 안 났는데, 일부러 큰 옷을 입고 자신감을 가졌다. 겨드랑이에 계란을 하나 끼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걸었다"고 덧붙였다.

신예은은 2018년 웹드라마 '에이틴'으로 데뷔, 매 작품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차기작도 확정한 상태다. JTBC '백번의 추억'와 디즈니+ '탁류'로 인사할 예정이다. 정년이는 '나만의 것을 찾아라'는 메시지를 줬는데, "아직 신예은만의 연기가 뭔지는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어떠한 캐릭터를 줘도 '다 할 수 있다'는 확신은 줄 수 있다.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다"며 "배우로서 큰 꿈은 없다. 건강하고 평안하고 싶은데, 제일 어렵다. 주변 사람들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정년이로 얻은 거요? 영서가 얻은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영서가 국극을 얻었다면, 난 연기를 더 사랑하게 됐다. 오랜 시간 연습하고 소통하면서 동료애가 생겼고 작품에 임하는 마음, 극본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다. 예전엔 이성적이었다면, 요즘은 감성적으로 바뀌었다. 영서처럼 자신을 더 챙기고 용기를 가지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됐다. 매번 즐길 수는 없어도, 가끔씩 즐겨도 볼 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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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2인자 신예은, '정년이' 최대수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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