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2마리 2000원'…강남도 '1마리 1000원'
소비자 '이제 인당 1마리만 사서 맛 보는 수준"
폭등하는 재료값 탓…"에너지 바우처 지원해야"
[서울=뉴시스] 조성하 기자 = "붕어빵 값이 너무 비싸요. 오죽하면 횟수를 정해놓고 먹자는 얘기까지 나왔어요."
직장인 홍모(29)씨는 불쑥 찾아온 영하권 추위에 친구들과 전날 붕어빵 가게에 방문했다. 대표적인 겨울철 서민 간식인 붕어빵마저 고물가 영향으로 값이 오르자 그는 "한 달에 한 번만 사 먹을 것"이라며 지갑을 굳게 닫았다.
20일 겨울철 간식을 반기며 발길을 향한 시민들은 오른 붕어빵 가격을 확인하고는 발걸음을 돌렸다. 길거리 음식이기엔 점점 부담스러워지는 가격 때문에 '겨울철 간식=붕어빵' 공식은 서서히 흐려지고 있다.
수년 전만 해도 붕어빵 3~4마리에 1000원을 받던 가게도 있었지만 현재는 3마리에 2000원을 넘어선 곳이 대부분이다. 몇 배로 뛴 가격에 길거리에 붕어빵을 든 시민들은 많지 않았다. 특히 강남 같은 서울 도심에는 붕어빵 가격이 1마리에 1000원을 호가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지하철 1·3·5호선이 교차하는 종로3가역 인근 한 붕어빵 가게. 이곳에 궁서체로 인쇄된 '붕어빵' 글씨 옆에 나란히 적힌 '2개 2000원' 가격표가 눈에 띄었다.
이곳에서 18년째 붕어빵 장사를 이어 온 정모(67)씨 부부는 "가스 값이고 종이봉투 값이고 다 올랐다"며 "그렇다고 가격을 더 인상하면 손님들이 사지를 않으니 돈이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정씨의 아내는 "요새 뭐 되는 게 있어야지"하며 혀를 찼다.
겨울철 출퇴근길 길거리 간식의 유혹을 참기 어렵다는 직장인 오모(27)씨는 "솔직히 지출 못할 비싼 돈은 아니어도 '공깃밥 1000원' 같은 일종의 '국룰(국민의 룰)'이 깨진 느낌"이라며 "배신감마저 든다"고 토로했다.
항상 주머니에 1000원 지폐 세 장을 들고 다닌다는 이기주(34)씨도 "예전만 해도 종종 가족들과 인당 2마리씩 먹으려고 집에 사갔는데 이제는 인당 1마리씩만 사가서 맛만 보는 걸로 한다"고 했다.
소비 심리가 얼어붙자 상인들은 단가를 낮추는 대신 '미니 붕어빵'을 내놓는 슈링크플레이션 현상도 관찰됐다. 미니 붕어빵은 일반 붕어빵과 형태와 맛은 유사하지만 크기를 절반 혹은 3분의 1로 줄인 소형 간식이다.
종로3가역 인근에서 '미니 붕어빵' 가게를 운영하는 30대 A씨는 "(원재료값 상승으로) 미니 붕어빵으로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데, 찹쌀로 만들어서 큰 것보다 작은 게 더 맛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는 저렴한 노점을 공유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한 알뜰 소비도 늘고 있다.
겨울 간식의 몸값이 빠르게 오른 원인으로는 재료와 가스비 등 각종 원부자재 가격 상승이 꼽힌다.
실제 붕어빵 주재료로 사용되는 붉은팥·밀가루 등의 가격이 폭등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공개한 붉은팥(국산)의 중도매 가격은 이날 기준 40㎏ 당 68만200원으로, 41만6643원 수준의 평년 평균 가격보다 큰 폭으로 올랐다.
밀가루와 식용유 가격도 지난달보다 각각 5.1%, 5.9% 오르며 노점 간식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붕어빵을 굽는 LPG 가격도 다음 달 인상 가능성이 커진 만큼 '금(金) 붕어빵' 현상은 지속될 전망이다.
재료 가격 상승에도 인건비를 건지지 못해 하나둘 붕어빵 가게들은 거리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이날 서울 명동 일대는 붕어빵은커녕 노점상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대부분 영세 사업자이다 보니 고물가에 가격 인상으로 매출도 추락할 것으로 보인다"며 "지자체에서 집중 지원에 나서 가격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붕어빵 같은 길거리 간식은 지역 주민들을 위한 감성과 춥고 배고플 때 간단히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실용성까지 갖췄다"며 "에너지 바우처 등의 영세 사업자 지원을 통해 개당 6~700원 선에서 가격을 유지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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