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경매 최고가 신고인, 농지 소유하게 해 원상 회복 유도해야"
"반려하면 불법전용 그대로 방치, 대집행 철거 안 한 불이익 전가"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불법 건축물을 방치해온 지자체가 "농지 원상 복구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농지 취득 절차 자체를 가로막은 것은 위법하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광주지법 2-3행정부(재판장 이민수 부장판사)는 A씨가 전남 영암군 모 면사무소 면장을 상대로 낸 '농지 취득 자격증명 발급신청 반려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면장에게 A씨에 대해 한 농지 취득 자격 증명 신청 반려 처분을 취소하라'고 주문했다.
A씨는 지난해 4월 법원 토지 경매를 통해 영암군 소재 밭을 최고가로 매수하겠다고 신고했다. 이후 면사무소 면장에게 토지 매각 허가에 필요한 농지 취득 자격 증명서를 발급해달라고 신청했다. 신청서와 함께 주말·체험영농계획서, 농지 원상복구 계획서도 제출했다.
그러나 면장은 해당 토지에 오랜 기간 방치돼 있는 무허가 주택을 문제 삼았다. 면장은 "무허가 주택이 있는 상태로 토지만 취득해 농지로 복구하겠다는 계획은 복구비용 등을 감안할 때 실현 가능성이 없다'며 반려했다.
행정 심판 청구까지 기각되자 A씨는 이번 행정소송을 냈다.
A씨는 "설령 농지라 해도 농지 취득 자격 증명을 발급받아 토지를 취득하면 소유자로서 철거 소송으로 불법건축물을 철거, 원상회복시킬 수 있다. 농지가 불법으로 형질 변경됐다고 해도 농지 소유권을 취득하기 전에는 원상회복 조치를 할 권원(정당화할 법률상 원인)이 없다. 농지가 불법전용됐다거나 불법 건축물이 있다는 이유 만으로 신청을 거부한 것은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해당 토지의 용도는 공적 기록상 지목이 '전(田)'이었고 반려 처분 이전부터 불법건축물이 존재하고 있었다. 해당 토지는 여전히 '농지'에 해당한다. 철거 등으로 농지로 복구 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지 않고 토지 중 일정 기간 농지가 아닌 용도로 사용됐다고 농지로서 효용가치 상실을 단정하기도 어렵다. 적법 허가 없이 불법으로 전용된 부지는 농지로 원상회복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농지로 인정하는 이상 A씨가 토지를 취득하려면 농지 취득 자격 증명을 받아야 한다. 면장이 처분 근거로 삼은 농림축산식품부 예규인 '농지취득 자격증명 발급심사요령'은 행정기관 내 사무 처리 준칙에 불과, 법규 효력은 없다. A씨가 제출한 '농지 원상복구 계획서'에는 구체적인 방법이 기재돼 있어 계획 실현이 불가능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영농 여건과 의사 역시 충분히 갖춰져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농지 취득 자격증명 발급을 거부, 매각이 허가되지 않는다면 농지의 불법전용이 지속된다. A씨가 소유권을 취득하게 해 스스로 원상 회복하게 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시정명령 등 행정조치를 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며 "오히려 행정기관이 대집행 철거 등 위법행위 단속 의무를 방기하고, 그에 따른 불이익을 최고가 매수 신고인인 A씨에게 전가하게 되는 점을 고려하면 반려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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