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에 취해 운전 중 행인 치고 도주
피해자 전치 24주…115일 만에 숨져
1심 "무고한 희생" 징역 20년 선고
2심, 뺑소니 혐의 무죄 판단해 감형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수면 마취 약물에 취해 운전 중 행인을 치어 사망케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일명 '롤스로이스 남성'에게 징역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20일 오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신모(29)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신씨는 지난해 8월 서울 강남구에서 피부 미용시술을 빙자해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 수면 마취를 받고 난 뒤 롤스로이스 차량을 운전하다 행인을 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된 신씨는 행인들이 달려와 차에 깔린 피해자를 꺼내려 할 때도 휴대전화를 보고 있었으며, 수 분 뒤엔 사고 현장을 이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고로 20대 여성 피해자는 뇌사 등 전치 24주 이상의 상해를 입었으며, 사고 발생 115일 만에 숨졌다. 이후 검찰은 신씨의 혐의를 특가법상(도주치상)에서 특가법상(도주치사) 혐의로 공소장을 변경했다.
신씨는 재판 과정에서 자신이 방문한 병원에 피해자 구조를 요청하고자 현장을 벗어난 것이라며 도주를 부인했다. 하지만 검찰은 압수수색 결과 신씨가 병원 측과 약물 투약 관련 말 맞추기 시도를 위해 사고 현장을 이탈한 것으로 봤다.
1심은 신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범죄는 통상의 운전이 아닌 약물 투약 후 운전으로 요즘 우리 사회에서 늘고 있는 향정신성 약물 투약에 대해 무고한 사람이 희생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여실히 보였다"며 "참담한 결과에 따른 책임은 무겁게 평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2심은 1심과 달리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일명 '뺑소니'로 불리는 사고 후 미조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해 형량이 절반가량 줄어들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약기운에 취해 차량 안에 둔 휴대전화를 찾으려고 잠시 사고 현장을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이후 현장으로 돌아와 사고 차량의 운전을 인정하는 등 도주의 고의가 인정됐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20대 피해자가 고통 속에 사망한 중한 범죄가 발생했고 이전에도 약물을 여러 차례 투약하고 운전했다"며 "사고 당일에도 정상적인 보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약에 취해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무죄 부분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도주치사)죄, 도로교통법 위반(사고후미조치)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원심이 피고인에 대해 징역 10년을 선고한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한편 신씨는 지난 4월 2022년 6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14개 의원에서 총 57회에 걸쳐 소위 '병원쇼핑' 방법으로 프로포폴 등 수면마취제를 상습 투약하고 그 과정에 타인 명의를 도용한 혐의로 추가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검찰과 신씨 측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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