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의장국' 헝가리 "세계적 충돌 조짐 보이게 할 수도"
"바이든 결정은 트럼프 선출한 미국 시민 의지에 반해"
슬로바키아 "트럼프 정책에 부정 영향…美 결정 부동의"
[서울=뉴시스] 이명동 기자 =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내걸었던 러시아 본토 타격 제한을 해제한 가운데 헝가리와 슬로바키아가 이를 비판하고 나섰다. 영국과 프랑스도 지원했던 '스톰 섀도' 장거리 순항미사일에 같은 조치를 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유럽 안에서 불협화음이 나고 있다.
AP, RT 등 외신을 종합하면 페테르 시이아르토 헝가리 외무장관은 18일(현지시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장거리 미사일 타격 허용 결정에 "전쟁을 확대하고 세계적 충돌 발생 조짐을 보이게 할 수 있다"고 날을 세웠다.
시이아르토 장관은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은 이달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선출한 (미국) 유권자의 의지와 모순된다"면서 "양쪽 바다의 주전론(主戰論)을 지지하는 정치 엘리트가 새로운 현실과 국민의 의지에 마지막으로 절망적이고 맹렬한 공격을 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과 관련해 우크라이나 국민 요구와 일부 나토 회원국의 허용적인 의견이 있다"라며 "우크라이나의 이 같은 가입은 제3차 세계대전의 실제 위협을 매우 가깝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는 "이는 전례 없는 긴장 고조"라면서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평화회담을 좌절하게 만들고 지연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피초 총리는 "일부 유럽연합(EU) 회원국이 보도된 (바이든 대통령의) 움직임을 환영하는 속도에 놀랐다"며 "이는 EU가 스스로 근본적인 외교 정책 입장을 수립할 능력이 없으며 서방이 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계속되기를 원한다는 것을 확인해 줄 뿐"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슬로바키아는 미국의 결정에 강력하게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이는 슬로바키아 국익을 위협하는 무의미한 조치로 판단한다. 우크라이나의 이웃 국가로서 슬로바키아는 분쟁이 가능한 한 빨리 종식되기를 원한다"고 언급했다.
올해 말까지 EU 순회의장국으로 활동하는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는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를 놓고 회원국과 갈등을 빚고 있다. 두 국가는 회원국 중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과 물자 지원에 반대하면서 휴전협정을 요구해 왔다.
앞서 뉴욕타임스(NYT), AP 등은 미국 정부가 최대 사거리 300㎞인 미국 육군 지대지 전술탄도미사일체계 에이태큼스(ATACMS)를 러시아 본토 내륙에 쏠 수 있도록 허용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는 정권교체를 앞두고 우크라이나 지원 지속 여부에 우려가 큰 상황이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이 퇴임 전 정책 변경을 결단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제3차 세계대전까지 거론, "미국과 서방이 분쟁에 개입하는 것"이라고 반발 중이다.
이전까지 미국 등 서방 국가는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무기를 지원하면서도 확전을 우려해 그 사용 범위를 우크라이나 국경 안이나 국경 일대 일부 지역으로 제한해 왔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대규모 공격을 감행하지 못하도록 본토 안 깊숙한 원점을 타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 왔다. 서방에서 제공한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가 대규모 공격에 나서지 못하도록 발사 지점, 공군기지, 물류거점, 지휘 통제소, 병력 집결소 등 주요 시설을 무력화하겠다는 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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