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불법 사채업자 협박 시달리다 숨진 30대 女
사망 전 '불법 추심' 경찰 신고…경찰, 46일 간 손 놓아
청장 "불법 사금융은 피해자의 직접 신고·제보가 중요"
[서울=뉴시스] 조성하 기자 = 불법사금융업자(사채업자)의 불법추심에 시달리던 한 30대 싱글맘이 스스로 세상을 등진 가운데, 피해 상황이 경찰에도 전달됐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늑장대응 지적이 일었다. 서울경찰청은 이에 대해 "사건의 심각성 때문에 수사부서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조금 더 시간이 지체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은 18일 오전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경찰이 고인의 지인으로부터 피해상황이 담긴 제보를 받고도 뒤늦게 정식 수사에 착수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어 "고인 지인의 제보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아 내용 파악에 시간이 소요됐다"며 "(수사가 지연된) 부분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며 해당 사건에 대해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의 추가 설명에 따르면 서울 종암경찰서는 지난달 25일 고인의 피해 사례에 대해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했다. 종암서는 이를 '불법사금융' 피해로 보고 수사과에 배당했지만, 수사과보다 강력팀에서 해당 사건을 집중 수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해 사건을 재배당했다.
이날 김 청장은 미아리 성매매종사자 대상 불법채권 추심 추가 피해 사례에 대한 관련 첩보를 적극 수집하고 있다며 적극적인 신고를 당부했다.
김 청장은 "수사 기능, 정보 외근 등 여러 기능에서 관련 첩보를 수집하고 있다"며 "불법 사금융 부분은 피해자의 직접 신고·제보가 중요한데 피해자가 꺼려하는 부분이 있어서 잘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며 "그런 상황에서 풍문만 갖고 수사에 착수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그런 신고와 제보가 (피해자로서는) 부담될 수 있겠지만 적극적인 신고와 제보하는 것이 불법사금융 척결하는데 효과적이라 생각한다"고 당부했다.
앞서 '연이율 수천%'의 불법 채권추심에 시달리던 싱글맘 A씨는 지난 9월22일 전북 완주의 한 펜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채업자로부터 A씨에 대한 비방이 담긴 협박 문자 메시지를 받은 A씨의 지인은 경찰 정보관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렸지만, A씨에 대한 보호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이 정식 수사에 착수한 건 지인이 처음 피해 상황을 알린 지 46일 만이었다.
한편 해당 사건과 관련,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불법 추심에 대한 강력 대응을 촉구하자 경찰은 뒤늦게 '불법 사금융 특별전담팀'을 꾸리겠다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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