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누가 쓴다고?…'애물단지' 공중전화 없애지 못하는 이유[사이다IT]

기사등록 2024/11/17 07:30:00

최종수정 2024/11/17 13:35:42

전국 공중전화 설치 대수 2만4900대·월평균 30건 이용 그쳐

시내전화 회선도 1047만대로 지속 하락

보편적 역무로 지정돼 서비스 폐지 어려워…사업자 손실 부담↑



공중전화 부스 *재판매 및 DB 금지
공중전화 부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스마트폰이 없던 과거에 100원이면 길거리에서 3분 간 친구와 통화할 수 있었던 무인 공중전화. 이제 길거리에서 도통 찾아보기 어려워졌습니다.

발길이 끊긴 공중전화 부스엔 '심폐소생술 체험 부스', '전기자동차 충전 부스‘, ’ATM 결합부스‘ 등이 들어서며 무한 변신을 꾀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공중전화 이용률은 급감하고 있습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KT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공중전화 총 설치 대수는 2만4982대입니다. 2018년 5만 9162대, 2019년 4만 6790대, 2020년 3만 9230대, 2021년 3만 5658대, 2022년 2만 8858대, 2023년 2만 4982대로 매년 줄어들고 있습니다.

공중전화 한 대당 월평균 이용 건수와 평균 통화량은 각각 30.8건, 25.7분이었습니다. 일 평균으로 따져보면 1명이 1분 미만으로 공중전화를 쓰고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를 전국적으로 운영하는데 적잖은 비용이 들어갑니다. 운영사 입장에서는 만년 적자 사업이죠. 이처럼 '애물단지'가 된 공중전화 부스를 아예 폐기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공중전화는 보편적 역무로 지정된 서비스입니다. 보편적 역무란 모든 이용자들이 언제 어디서나 적정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기본적인 전기통신서비스를 말합니다. 비수익 지역 및 취약 계층에 최소한의 삶의 질을 보장하기 위해 정부가 공적 개입을 통해 제공하는 통신복지 서비스로 보면 됩니다.

우리나라는 2000년부터 시내전화, 공중전화 등 음성 서비스 위주로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해왔습니다. 정부는 유선전화 1위 사업자 KT를 시내전화, 공중전화,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의무가 있는 보편적 역무 제공사업자로 지정했고, 서비스 제공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하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나누어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국내 공중전화는 KT 자회사 KT링커스가 위탁 운영하고 있습니다. KT의 공중전화 관련 영업손실은 2018년 184억원, 2019년 168억원, 2020년 140억원, 2021년 137억원으로 적자가 누적됐습니다. 이에 KT링커스는 공중전화와 연계한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물류 사업 확대로 체질 전환을 꾀하고 있지만 공중전화 사업은 여전히 적자는 면치 못했습니다.

게다가 KT링커스 200여명 직원들의 평균 연령대가 50대에 이르러 대부분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보편적 역무인 공중전화 서비스를 접을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결국 KT링커스는 내년 1월21일 KT서비스남부에 흡수합병하기로 했습니다. KT 측은 "KT링커스의 인력감소 및 노령화 이슈로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KT서비스 남부와의 합병을 결정하게 됐다"라며 "KT링커스의 현 임금 및 처우를 유지해 수평이동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서울=뉴시스] KT 원주 통신사료관에는 시대별 전화기가 전시돼 있다.
[서울=뉴시스] KT 원주 통신사료관에는 시대별 전화기가 전시돼 있다.

애물단지가 된 통신서비스는 공중전화 뿐만 아닙니다. 시내전화(홈 유선전화) 이용률도 급감하고 있습니다. 어릴 적에는 친구 집에 전화를 걸어 수화기를 바꿔 달라고 하는 것이 일상이었지만, 휴대전화 등장 이후 집 전화의 필요성이 낮아졌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유선 통신서비스 회선 현황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국내 시내전화는 1047만대로 집계됐습니다. 12월 기준 ▲2018년 1433만대 ▲2019년 1360만대 ▲2020년 1286만대 ▲2021년 1221만대 ▲2022년 1162만대 ▲2023년 1097만대 등으로 최저치를 경신 중입니다.

시내전화에 대한 보편적 역무 사업자 역시 KT입니다. 지난 9월 기준 국내 시내전화 가입 회선은 KT가 835만대, SK브로드밴드 168만대, LG유플러스 44만대로, KT가 압도적으로 많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KT의 올 3분기 실적발표에 따르면 홈유선전화 매출은 172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6% 감소했습니다. 과거 시내전화는 이통사의 효자 노릇을 하는 수익원이었지만, 이제 전체 유선 매출의 13% 비중에 그치는 규모로 쪼그라들었습니다.

결국 KT는 지난 6월 원폰서비스, 집전화프리요금제 등 일부 일반전화 요금제 및 서비스를 종료했습니다. 서비스 종료 이유로 가입자 부재(이용 저조) 등을 꼽았습니다.

이처럼 시대의 흐름에 따라 애물단지로 전락, 이용률이 저조함에도 운영 및 유지 비용으로 민간사업자인 통신사들이 그 손실을 부담해야 한다는 점에서 보편적 역무를 해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다만 여전히 공중전화나 시내전화 등이 국민의 통신기본권이나 사회안전망 차원에서는 필수적인 서비스라고 봐야 한다는 주장도 무시하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공중전화의 경우 상대적으로 노인 유동 인구가 많은 시장 인근이나, 휴대전화를 쓸 수 없는 범죄 상황에 노출됐을 때 비상시 대체통신수단으로 필요하다는 설명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신질서 규범의 재정립에 따라 보편적 역무 제도의 변화는 불가피하지 않을까요. 진성오 한양대  과학기술정책학과 교수는 '디지털 심화 시대의 새로운 디지털 규범과 보편적 역무 개편 방향' 논문을 통해 "현행 보편적 역무 제도는 감면 대상이 늘어나고 통신시장 성장이 정체돼 사업자의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에 제도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며 시장 왜곡이 커지고 있다"라며 "경쟁 중립성을 보장하고 소비자의 후생을 최대한 확대하기 위해 정부를 포함한 사회전반의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대체 누가 쓴다고?…'애물단지' 공중전화 없애지 못하는 이유[사이다IT]

기사등록 2024/11/17 07:30:00 최초수정 2024/11/17 13:35:42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