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준 대표, 송영숙·박재현 고발…코리그룹, 임종윤이 최대주주
업계 "재단 의결권 제한 및 전문경영인체제 명분 희석 목적인듯"
"배임 확정 시 취업제한…송 회장의 경영관여 제한 목적도 있어"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주총회를 약 2주 앞두고 형제 측 인사가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를 배임 혐의로 고발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어 한미사이언스는 3인연합(신동국 회장·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 및 이들을 위한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업체도 형사고발했다.
1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성준 코리그룹 대표는 지난 13일 송 회장과 박 대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혐의로 서울강남경찰서에 고발했다.
코리그룹은 경영권 분쟁 중인 한미약품그룹에서 형제 측인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가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다.
한 대표는 박 대표가 송 회장이 2002년 설립한 가현문화재단에 이사회 승인 없이 기부행위 한 것을 문제 삼았다. 고발장에서 한미약품이 이사회 결의나 승인 없이 송 회장과 박 대표의 결정과 지시로, 송 회장이 운영을 관장하는 가현문화재단에 3년간 119억원 상당의 기부금을 제공해 한미약품과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가현문화재단에 2022년 42억원, 2023년 60억원, 올 상반기 17억원을 기부한 것을 문제삼았다.
한 대표는 고발장에서 "박재현은 대표이사로서 법령에 따라 직무를 수행해야 하고, 상법에 따라 중요한 자산의 처분·양도 관련 업무집행은 이사회 결의에 따라야 할 의무가 있다"며 "그럼에도 송영숙의 지시에 따라 이사회 승인없이 가현문화재단에 기부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고발에 대해 업계는 임 이사가 한미사이언스 지분 4.9%를 보유한 가현문화재단의 의결권을 제한하고, 3인연합의 '전문경영인 체제' 명분을 희석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송 회장의 경영 관여를 궁극적으로 차단하려는 의도란 의견도 있다.
가현문화재단은 지난 3월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송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즉 3인연합 측에 표를 던진 바 있다.
형제 측은 오는 28일 경영권 관련 중요한 표결이 있는 주총을 앞두고, 가현문화재단 의결권 행사의 중립성에 대해 계속 지적해왔다. 고발장에서 한 대표는 "주주총회에서 공정하고 중립적인 의결권을 행사해야할 지위에 있는 가현문화재단이 이 같은 기부를 통해 부당한 의결권을 행사하는 행위는 엄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도 지난 7일 기자간담회에서 "28일 주총에서 그룹 내 가현문화재단, 임성기 재단이 공정하고 중립적인 의결권 행사를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당장 주총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의결권 제한의 실익을 얻을 거란 기대보단 명분 확보를 통해 소액주주의 표심을 얻기 위한 것이란 의견도 있다. 3인연합은 선진화된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을 강조하고 있고 한미약품은 독립 경영을 선포한 후 전문경영인 박 대표 중심의 독자 경영에 나서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고발의 결과가 언제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법적인 실익 보단 박재현 대표의 과실을 주장해 부각함으로써 정말 전문경영인이 맞냐고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며 "실상은 최대주주의 이익에 부합하는 활동을 했다고 주장하면서, 명분을 확보하려는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배임 혐의를 제기한 건 송영숙 회장 등의 경영 관여를 원천적으로 제한하려는 목적이 있다는 관측도 있다. 특경법에선 5억원 이상의 배임, 사기, 공갈, 횡령, 재산 국외 도피 혐의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기업 총수 등 임원은 징역형의 경우 5년, 징역형 집행유예의 경우 2년 동안 유관업체에 취업할 수 없도록 명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권을 확실히 잡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미약품 관계자는 "그룹의 명운을 가를 주총을 앞두고 있는데 의결권 행사 지위를 가진 재단에 밑도 끝도 없이 고발부터 하는 행태에 심각한 문제의식을 갖는다"고 말했다.
이어 "가현문화재단은 임성기 선대회장이 한미약품 창립 동반자인 아내 송 회장과 함께 한국 사진예술의 발전을 위해 설립한 공익재단으로, 20년 이상 한미약품그룹의 기부 등을 통해 운영되고 있다"며 "고발의 실제 주체인 임종윤 사장이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10여년 기간에도 이사회 의결 없이 100억원 이상 가현문화재단에 기부가 진행됐다"고 말했다.
한편, 한미사이언스는 지난 15일 강남경찰서에 3인연합 및 이들을 위한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업체도 위계 및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고발했다. 3인연합이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업체와 공모해 회사 로고를 도용하고 거짓된 정보로 주주들에게 잘못된 판단을 종용하는 사례가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3인연합은 "한미사이언스 최대주주 및 사내이사를 한미사이언스가 형사고발 하는 행위는 당연히 중요한 소송의 제기이며, 따라서 이사회 의결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