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50분 전후로 학생들 교문 밖으로 나서
"펜 내려놓자마자…잠 자고 싶다 생각 들어"
"가족들과 쇼핑·마라탕 먹기·여행가는 게 꿈"
[서울=뉴시스] 오정우 우지은 기자, 김태완 인턴기자, 남의정 인턴기자 = "사회탐구가 끝나고 펜 내려놓자마자 든 방에 있는 책을 몽땅 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수능날인 14일 오후 4시50분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자고등학교(여의도여고)에서 시험을 마친 박주연(18)양은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그러곤 교문 밖에서 기다리던 어머니와 얼싸안았다. 박양 어머니는 조금씩 내리는 비에 수고한 딸이 젖을까 자신의 우산을 건넸다. 이어 "두 번은 없다 주연아"라며 손을 꼭 감쌌다.
유명 남자 아이돌 그룹 '라이즈'를 좋아한다는 조민경(18)양은 수능 종료를 알리는 벨이 울리자마자 라이즈 콘서트를 볼 생각에 설렌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고 했다.
조양은 "아직 실기 면접이 남아있지만 12월에 라이즈 콘서트를 볼 생각에 너무 기대된다"며 "면접이 끝나고 나서는 에스파의 지젤처럼 '핑크 머리'를 하고 싶다"고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시험 종료 전인 오후 4시께. 여의도여고 앞 3m 폭의 일방통행 1차로를 사이에 두고 학부모와 가족 등 30여명이 줄줄이 늘어섰다. 비가 내리는 상황에서도 이들은 닫힌 철문 사이로 혹시라도 자녀의 모습이 보일까 고개를 들거나 시계를 초조히 쳐다보고 있었다.
눈에 실핏줄이 터진 채 두 손을 꼭 잡고 여동생이 나오기만을 기다린 대학생 2학년 박서현(20)씨는 "동생이 오늘 잠자리를 뒤척거리느라 오전 1시가 돼서야 잔 것 같다"며 "나도 덩달아 긴장돼서 오전 2시에 동생이 잠 든 것을 보고 잤다"고 했다.
박씨는 "동생이 시험 끝나고 마라탕을 같이 먹으러 가자고 했다"며 시험이 끝나면 '파마' '라식'과 함께 '롯데월드 알바'를 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고3 여자친구를 기다리던 이모(17)군은 해바라기 꽃을 든 채 발을 동동거리고 있었다. 이군은 "해바라기의 꽃말처럼 10대의 마지막을 불태워버리자는 의미에서 사왔다"며 "시험이 끝나면 파스타와 대게를 먹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주도에서 스카이다이빙을 하는 게 원래 꿈이어서 수능 끝나자마자 제주도행 티켓을 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후 4시50분을 전후로 교문 밖으로 학생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자 어머니는 자녀를 부둥켜 안고 '고생했다' '어려웠지' '우리 딸 장하다' 등을 속삭였다. 가족들은 황급히 우산을 자녀들에게 건네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시험이 끝난 학생들은 펜을 내려놓자마자 '자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가족들과 먹고 싶은 것들을 떠올렸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양천구 금옥여자고등학교에서 수능을 보고 나온 이모(18)양은 "집 가서 넷플릭스를 정주행할 것"이라며 "오늘은 집 가서 삼겹살 먹고 밀린 잠을 자겠다"고 했다.
김모(18)양도 "친구들이랑 인형 뽑기를 먼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며 "가족들과 뷔페에 갈 것"이라고 했다.
서울 광진구 광남고등학교에서 시험을 마치고 나온 김효빈(18)양은 "시험이 끝나 행복하다"며 "가족과 쇼핑하고 싶다"고 웃었다.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서 수능을 치르고 온 노영진(18)군은 "제주도 여행을 가고 싶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