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억 비자금 조성' 한컴 회장 차남…2심도 징역9년 구형

[수원=뉴시스] 양효원 기자 = 한글과컴퓨터그룹(한컴그룹) 계열사가 투자한 가상자산으로 96억원 비자금을 조성하고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는 김상철 한컴그룹 회장의 차남에게 검찰이 항소심에서도 1심과 같은 징역 9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같은 혐의를 받는 아로와나테크 대표에게 징역 6년을 구형했다.

13일 수원고법 형사3-1부(원익선·김동규·김종기 고법판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한컴 차남 김모(35)씨와 대표 정모(48)씨에 대한 결심공판을 열었다.

검찰은 "범행 내용을 보면 죄질이 무겁다"며 "대대적 홍보를 통한 시세 조종, 배임 혐의 중대성, 실질적 피해 회복이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해 죄책에 상응하는 선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김씨와 정씨는 실질적인 회사 지배자로 피해 변제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추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씨와 정씨 변호인 측은 "검찰 측은 아로와나토큰이 실체가 없다고 주장하는데 해당 토큰은 5억개가 발행돼 정상 거래가 이뤄지는 등 실체가 있어 전제가 잘못됐다"며 "피고인 잘못이 가볍지 않지만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선처를 해달라"고 밝혔다.

김씨와 정씨는 재판부에 "한순간의 어리석음을 후회하고 있다"며 "다시 한번 기회를 준다면 성실히 살겠다"고 호소했다.

김씨와 정씨는 2021년 12월부터 2022년 6월까지 국내 가상자산 컨설팅 업자에게 아로와나토큰 1457만1000여개의 매도를 의뢰하고 수수료 등을 공제한 정산금 80억3000만원 상당 이더리움과 비트코인을 김씨 개인 전자지갑으로 전송받아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2022년 3월 해외 가상자산 관련 업자에게 아로와나토큰 400만개의 운용과 매도를 의뢰하고 운용수익금 15억7000만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김씨 개인 전자지갑으로 전송받기도 했다.

아로와나토큰은 한컴 계열사 한컴위드에서 지분을 투자한 가상화폐다. 2021년 4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 상장됐다가 2022년 8월 상장 폐지됐다.

김씨와 정씨는 1심에서 각각 징역 3년과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1심 재판부는 검찰 측이 요청한 추징금 96억원에 대해 "제출 증거만으로 부패재산몰수법이 정한 범죄 피해 자산에 대한 추징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 선고 공판은 내달 11일 오후 2시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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