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Mr. 플랑크톤' 조재미
해조와 떠난 여행길…솔직한 매력 연기
열다섯에 시작한 배우 인생 "욕심 많다"
'오징어 게임' 등으로 세계적 인지도↑
[서울=뉴시스]강주희 기자 = "흔하지 않은 상황과 흔하지 않은 스토리가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분명 로맨스 코미디인데 우리가 알던 느낌과 조금 다른 로맨스 코미디라고 해야 할까. 뭔가 새로운 이름을 지칭해서 만들고 싶은 장르였어요."
배우 이유미(30)는 넷플릭스 새 시리즈 'Mr. 플랑크톤' 시나리오를 처음 읽던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그의 말대로 이 드라마는 보통의 로맨스 코미디와 조금 다르다. 최근 공개된 만큼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유미가 말한 '흔하지 않다'는 것만큼 분명하다. 다양한 작품에서 각기 다른 얼굴로 변신했던 그가 이번 작품에서도 새로운 얼굴로 극을 이끌었다.
지난 8일 공개된 'Mr. 플랑크톤'은 실수로 잘못 태어난 남자 해조(우도환)가 친아버지의 정체라도 알고 죽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여행길에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여자 조재미가 강제 동행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유미가 맡은 재미는 해조와 마찬가지로 부모 없이 보육원에서 자란 인물. 재미는 한 번도 받아보지 못했던 엄마의 사랑을 아이에게 퍼주는 것이 오랜 꿈이었는데 종갓집 5대 독자 어흥(오정세)과 결혼식을 앞두고 조기 폐경을 진단 받고 좌절한다.
설상가상으로 결혼식 당일 자신을 찾아온 전 연인 해조와 기구한 여행길에 오르면서 재미의 인생은 말 그대로 '재미'없이 꼬이기만 한다. 이렇게 복잡한 인생사를 가진 재미를 이유미는 어떻게 생각했을까. 시나리오만큼 재미에게 호감을 느꼈다는 그는 "재미의 매력을 완벽히 살릴 배우가 내가 맞을까 고민했을 정도로 캐릭터에 대한 호감과 궁금증을 많이 느꼈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재미는 태어날 때부터 혼자인 친구잖아요. 태어날 때부터 가족이 없는 기분은 어떤 걸까. 엄마가 어느 정도로 필요했고 얼마만큼 갈망했을까. 이런 생각에서 시작해 재미의 결핍과 아픔들을 이해하려고 했어요. (재미의 인생이) 불행하다고 말할 수 있지만 그것을 발판 삼아 성장하는 재미의 삶을 공부하는 게 큰 매력이었습니다. 제 눈엔 솔직하고 멋있고 사랑스러웠어요."
이유미의 노력은 드라마 곳곳에서 드러난다. 조기 폐경 진단을 받고 장례식장에서 서럽게 우는 재미부터 해조에게 사랑스럽게 애교를 부리다가도 싸울 땐 악을 쓰며 멱살을 잡는 재미까지. 자칫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이야기에 이유미는 재미의 다양한 모습으로 분위기를 환기하고 몰입도를 더했다. "재미의 입장에서 모든 것을 이해하려고 했어요. 제가 이해를 못하고 연기를 하면 보는 분도 이해를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감독님과도 소통을 많이 했죠."
특히 재미가 해조의 도움으로 친모를 만나는 장면에선 감정선을 만드는 데 공을 들였다. "눈을 보자마자 '내 엄마가 맞다'라는 느낌이 오는데 '과연 저 사람은 내가 딸이라는 것을 알까'하는 두려움, 엄마에게 다른 가족들이 있다는 이상한 배신감, 그리고 다시 모른 척 하고 돌아서는 엄마. 또 다시 엄마에게 버림받은 기분을 느낀 재미는 해조와 같이 있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 같아요. 해조도 나를 버리고 가지만 해조와 함께 가야겠다는 생각을 더 극대화하게 되는 것 같아요."
2009년 중학교 3학년 때 건전지 CF로 처음 데뷔한 이유미는 단역과 조연을 맡으며 연기 경력을 쌓아왔다.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준비할 정도로 연기 활동에 매진했다. EBS 어린이 드라마 '미래를 보는 소년'(2010)에서 귀여운 매력을 가진 주인공을 맡기도 했지만 이후엔 주로 어두운 역할을 맡았다. 영화 '박화영'(2018)에서 부모에게 버림받아 정신적으로 불안한 가출 청소년 세진, 드라마 '보이스 2'의 아동 성폭행 사건 피해자 희주 등이다.
2021년은 이유미에게 고무적인 해다.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2021)에서 어린 나이에 임신부가 돼버린 윤세진을 맡아 제58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영화 부문 여자 신인 연기상을 받았다. 같은 해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선 지영으로 출연하며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 오징어 게임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이유미의 인지도는 단숨에 상승했고, 이듬해 제74회 크리에이티브 아츠 프라임타임 에미상에서 드라마 부문 여우단역상(게스트상)을 받았다.
데뷔 15년 만에 화려한 필모그래피를 쌓을 수 있던 배경에는 연기에 대한 확신과 자신의 꿈을 지지해준 부모님이 있다. 이유미는 "너무 감사하게 많은 작품들을 연기를 할 수 있었고 많은 캐릭터들을 해낼 수 있는 기회들이 많았다"며 "늘 한결 같은 마음으로 그때의 놀라움, 그때의 새로움을 계속 가지고 달려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꿈을 늦게 찾거나 시도조차 못해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저는 어릴 때 꿈을 찾았고 어머니가 옆에서 도와주셔서 성인이 될 때까지 연기를 할 수 있었다"고 했다.
매 작품마다 깊게 녹아드는 그에게 '롤모델이 있냐'고 물었다. "롤모델을 선정하지 않는 편인데 선배님들을 만나면 너무 멋있어요. 이 직업을 오랫동안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하며 또 새로운 것을 보여주는 모습이 너무 존경스럽거든요." 가장 최근에 만난 선배 배우로는 '힘쎈여자 강남순'과 'Mr. 플랑크톤'에서 만난 김혜숙을 꼽았다. "김혜숙 선배님은 너무 좋은 선배님이세요. 신이 많이 겹치지 않았지만 같이 있으면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세요. 저의 미래도 이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이유미는 넷플릭스 새 시리즈 '당신이 죽였다'를 통해 또 한번 전 세계 시청자들과 만남을 앞두고 있다. '당신이 죽였다'는 벗어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살인을 결심한 두 여자가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이유미는 한때 촉망 받는 동화 작가였지만 남편의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는 희수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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