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 많이 가진 김정은과 잘 지내야"
"주한미군 주둔비용 10배 받아낼 것"
트럼프 발언에 한국인들 핵무장 지지 늘어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김정은과 브로맨스를 재개할 지를 두고 한국인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트럼프는 유세 동안 한미 동맹이 최악의 거래라면서 한국이 주한미군 비용을 충분히 부담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한국에 핵위협 가하는 김정은에 대해선 옛 친구인 것처럼 묘사했다.
트럼프는 지난 7월 김정은에 대해 “핵무기를 많이 가진 누군가와 잘 지내는 것이 좋다. 김정은도 나를 다시 보려 할 것이다. 사실 그가 나를 그리워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 사람들이 트럼프의 당선에 대해 불안감을 느낀다. 지난번 트럼프 첫 임기 동안 겪었던 양국 관계의 풍랑이 재연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이다.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크게 올리지 않을 경우 다시 주한미군 철수를 위협할 수 있으며 김정은과 브로맨스를 다시 벌이는 외교적 오판을 할 것으로 우려한다.
극동문제연구소 이병철 연구원은 “한미 관계가 격랑에 빠질 것이다. 김정은과 트럼프가 다시 연애편지를 주고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트럼프 당선에 아직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전보다 핵무기를 크게 늘린 김정은이 더 많은 협상 카드를 든 채 미국과 협상을 재개할 기회라고 생각할 것으로 예상한다.
김정은이 협상에 다시 응할 경우 핵미사일을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제한하는 대가로 제재를 풀고 주한미군을 축소하도록 요구할 것이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김정은이 미국이 핵보유를 인정하고 핵무기 감축협상에 응하기를 원할 것이다. 그런 협상이 벌어지면 한국에는 충격과 혼란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 북미 협상에 대해 한국인들은 불신과 기대가 섞인 반응을 보였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타협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도 일부 있었으나 협상은 이듬해 두 번째 회담에서 결렬됐다.
이후 김정은은 한미와 관계를 단절하고 핵미사일을 크게 늘렸으며 러시아와 동맹을 맺고 무기와 병력을 러시아에 지원하고 있다.
트럼프가 중단시켰던 한미 동 군사 연습을 재개됐으나 트럼프 재선으로 다시 중단될 위험이 있다. 특히 북한이 한국과 대화를 거부하는 상태에서 북미 대화 재개가 가져올 한국의 불안감은 클 수밖에 없다.
트럼프는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에서 북한에 관심을 보였다고 윤대통령이 밝혔다.
김정은은 트럼프와 대화가 빈손으로 끝나면서 수모를 겪었다. 이와 관련 이화여대 박원곤 교수는 “김정은이 이번에는 전제조건을 철저히 제시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으로선 트럼프가 동맹을 거래 대상으로 보는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트럼프는 한국을 머니 머신(money machine)이라고 부르며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10배 가까이 올린 100억 달러를 받아낼 것이라고 장담했었다.
한국에서는 트럼프 재당선을 계기로 핵보유 필요성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한국인의 약 70%가 핵보유를 지지한다.
박인국 전 주유엔 대사는 지난 7월 “트럼프 당선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핵을 가진 북한과 핵없이 맞서야 한다는 공포가 현실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대통령도 핵무장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미국과 워싱턴 선언에 합의한 뒤 철회한 적이 있다. 한국이 비핵화 노선을 다시 약속하는 대신 미국이 모든 군사력으로 한국을 보호하기로 약속하는 내용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트럼프가 워싱턴 선언을 휴지조작으로 만들 것이다. 한국은 외교 및 안보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게 될 것이다. 한국인들이 핵무장을 더 많이 지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