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철 전 통일부장관, '트럼프 당선과 한반도 평화' 초청 강좌
경기시민포럼, 11일 경기여성비전센터서
"안개가 자욱할수록 균형과 유연한 대처 필요"
[수원=뉴시스] 이준구 기자 = 김연철 전 통일부장관(인제대 교수)은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된 것은 정치적 양극화의 현실에서 공화당 지지층의 결집이 민주당보다 강했던 것과 반이민 정서, 바이든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실망감, 그리고 경제적 양극화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11일 오후 7시 경기여성비전센터서 경기시민포럼이 주최한 '미국 대선결과와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김 교수는 "트럼프 현상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라며 "집권계획에서도 노숙자 캠프의 운영, 미등록 이민자의 대규모 추방, 공무원의 신속한 해고 등 과격한 방안들이 포함돼 미국에서 내전 같은 대결의 정치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외교적으로 개입의 축소와 비용의 떠넘기기가 핵심으로, 러시아와 중동전쟁이 단기적으로는 전쟁의 동력이 약화되겠지만 세계적인 차원에서는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분쟁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도 했다.
기후변화에 대한 공동 대응과 관련해서는 "트럼프 1기에 이미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탈퇴한 바 있고, 세일 가스를 비롯한 환경파괴가 가속화될 것이다. 국제기구의 역할도 줄어들고, 기능이 마비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약화되고 있다"며 "구질서의 붕괴는 이미 시작되었지만, 트럼프의 귀환이 붕괴의 속도를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미국의 보호 무역은 세계적인 경기침체를 부를 것이라고 예상한 김 교수는 "트럼프 진영은 모든 중국산 제품에 60% 이상, 유럽에 대해서도 10%의 관세를 매길 것"이라 예상했다. 또 "지정학적 여러 상황을 고려하면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트럼프는 외교를 비용으로 접근한다. 이는 미국의 세금을 다른 나라의 안보를 위해 쓰지 않겠다는 것이며, 각자가 스스로 안보 비용을 부담하라는 것"이라며 "앞으로는 전통적인 동맹의 논리는 통하지 않을 것이기에 실질적으로 동맹을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는 버리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의 한반도 정책에 대해서 언급한 김 교수는 "일부에서 판이 흔들리는 혼란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희망하지만, 근거가 없다.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에 따라 한국 정부의 정책이 중요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기회를 찾을 능력도, 해법을 마련할 의지가 없다 혼돈 그 자체"라고 했다. 그는 "작전통제권을 가진 미국의 상황 관리 능력을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점도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 미·중 대결의 격화는 한반도에서 외교·군사의 협력이 아니라 대결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며 경쟁에 규칙이 없고, 이익 추구에 규범이 없는 혼돈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 진단했다.
김 교수는 "안개가 자욱할수록 방향이 아니라, 균형이 중요하다. 균형이란 중간의 위치가 아니라, 치우치지 않는 움직임이기에 신중하고도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며 "베트남의 대나무 외교처럼 강한 뿌리, 튼튼한 줄기, 유연한 가지로써 혼돈의 시대를 헤쳐갈 유연함과 균형을 준비할 때"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