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강세에 고환율·고물가·고금리 재현 우려
1기보다 격화된 산업경쟁…산업별 희비 엇갈려
[세종=뉴시스]임하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가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보호무역주의로 인한 관세장벽 강화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특히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견제 강화가 한국 경제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국가간 산업정책 경쟁이 더 심화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는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달러 강세에 고환율·고물가·고금리 재현 우려
트럼프 당선인의 그간 보여준 정책기조를 보면 관세 부과 강화, 불법이민자 추방, 감세 등으로, 모두 미국 물가를 끌어올리고, 강달러를 부추기는 요인들이다.
미국의 물가가 오르면 금리 인하가 어려워지고, 이는 한국의 금리 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한국은행은 트럼프 당선에 따라 외환·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하고, 환율 강세가 금리 정책에 미칠 영향에 대해 시사했다.
정영식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국제거시금융실장은 "트럼프의 기본적인 정책방향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다시 높이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며 "관세 부과, 재정정책 감세, 불법이민 차단 등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으면 금리 인하의 여력 자체가 약화되고 달러의 강세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달러 강세는 원화 약세로 이어져 수입물가를 끌어올리고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에도 상방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달러가 강해지면 우리나라 환율은 절하돼 물가에 압박이 될 수 있다. 트럼프의 주된 1차 타깃은 중국일테니까 그 과정에서 우리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는 뭔가를 찾지 못하면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1기 때보다 격화된 산업경쟁…산업별 희비 엇갈릴 듯
트럼프 집권 2기에는 1기 때보다 국가간 산업정책 경쟁이 더 치열해진 만큼 중국 견제에 따른 리스크가 우리나라에도 발생할 수 있다.
하준경 교수는 "반도체 분야에서는 미국과의 관계성이 중요한데, 한국이나 대만에서 생산하는 것을 미국에서 하라는 압박도 강해질 것"이라며 "바이든의 보조금 정책과 달리 트럼프는 관세를 올리면 미국에 와서 생산할 수밖에 없을 거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이 대(對)미 수출이 힘들어지면 미국 수출에 있어 우리나라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도 있지만, 세계시장의 경쟁이 강화될 거라는 측면도 있다.
졍영식 실장은 "미국이 대중국 관세부과나 기술과 관련된 제재를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 대미수출 자체가 어려워지면 우리나라와 중국의 제품이 경합되는 부분에서는 유리하겠지만, 중국이 세계시장으로 나와 세계시장의 경쟁이 커지는 부분이 있다. 이는 부정적인 측면"이라고 설명했다.
보호주의 무역과 친환경 정책 완화 기조는 산업별로 각기 다른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조선업은 화석 연료로 회귀하면서 LNG, LPG 운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건설업은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추진으로 인한 수혜가 예상되지만 수요가 커지고 있는 중동시장의 긴장이 높아질 수 있다.
자동차·이차전지는 관세 인상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세제 혜택 감소로 가격 경쟁력을 낮출 전망이다. 농식품 산업 역시 보편관세 정책으로 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나온다.
정영식 실장은 "트럼프가 전기차나 친환경 배터리, 이차전지 보조금 정책을 철회하겠다고 말하기 때문에 그 부분에 수출이나 우리나라의 기업들이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원전이나 전통적인 산업들에 대한 부분들은 규제를 완화하고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말해 우리가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