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에이닷'·LGU+ '익시오' 출시…KT는 MS와 합작 예고
통화녹음, 보이스피싱 감지, 일정 관리 등 개인 비서 기능 제공
일정 가입자 확보 후 구독모델 도입 등 유료화 꾀해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이동통신사들의 미래 먹거리로 인공지능 비서(AI 에이전트)가 부상하고 있다. 이통3사 모두 AI 회사로 체질전환에 집중하면서 통신사업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일반 사용자 시장(B2C) 영역에서 수익화를 노려보겠다는 구상이다.
SK텔레콤은 이통3사 가운데 가장 먼저 AI 에이전트를 선보였다. 지난 2022년 5월 베타버전으로 출시하고 2023년 9월 정식 출시된 에이닷은 한국어 기반의 AI 개인비서 서비스다. 이용자의 질문과 요청에 맞춰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다가 지난해 10월에는 아이폰 통화녹음 기능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다.
당시 애플이 아이폰 통화녹음 기능을 제공하지 않아 에이닷 서비스가 많은 호응을 얻었고, 이에 힘 입어 작년 4분기 가입자 34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 9월에는 앱 정식 출시 1년 만에 가입자가 500만명을 넘어섰다.
최근 애플이 아이폰 통화녹음을 공식 지원하고, LG유플러스도 아이폰 통화녹음 앱을 출시했다. 이에 에이닷이 통화녹음 만으로 가입자를 추가로 유치하는 것이 어려워지자 SK텔레콤은 통화녹음을 넘어 LLM(대규모언어모델) 기반의 대화 서비스 등 ‘개인 비서’ 서비스로서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에이닷은 지난 8월 대규모 서비스 개편을 통해 챗GPT, 퍼플렉시티, 클로드 등 최신 LLM 7종 기반의 대화형 서비스를 골라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용료는 당분간 무료다. 또 SK텔레콤이 1000만달러를 투자한 미국 AI 기업 ‘퍼플렉시티’ 검색엔진을 탑재해 생성형 AI 검색 경쟁력도 끌어올렸다. 이어 지난달에는 PC 버전에서도 멀티 LLM 에이전트를 선보였다.
이밖에도 에이닷 앱은 음악, 미디어, 증권, T멤버십 영화예매 등 각 영역별로 특화된 전문 에이전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할 일, 일정, 기록 등 개인의 일상을 통합 관리할 수도 있다.
SK텔레콤은 에이닷 성공 경험을 기반으로 내년 북미 시장에서 AI 에이전트 사업에 도전한다. 사용자의 요청에 대해 스스로 목표와 계획을 세우고 수행할 수 있는 비서 역할에 충실한 서비스다. 올해 비공개 베타테스트를 진행한 뒤 내년 북미 지역에 출시할 예정이다. 다양한 글로벌 사업자와 협력을 통해 해외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 7일 자체 개발한 온디바이스 AI 통화 비서 ‘익시오’를 출시하면서 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 회사가 자체 개발한 경량화대규모언어모델(sLLM) ‘익시젠’과 구글의 대규모언어모델(LLM) ‘제미나이’를 함께 적용한 익시오는 아이폰 전용 애플리케이션으로 통화녹음이 핵심 기능이다. 이밖에도 ▲전화 대신 받기 ▲보이는 전화 ▲실시간 보이스피싱 감지 등 기능을 제공한다.
회사는 익시오 대부분의 기능을 온디바이스 환경에서 구현했다고 강조했다. 통화 내용을 실시간으로 텍스트로 전환하거나, 실시간으로 보이스피싱을 감지하는 등의 기능은 데이터를 서버로 전송하지 않고 기기 안에서 처리하는 온디바이스 기술을 기반으로 이뤄진다. 특히 통화 녹음 및 요약은 실제 음성 데이터가 서버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보안 상의 강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LG유플러스는 향후 익시오를 집안 내 가전 등에 적용되는 미디어 에이전트, 싱스(Things) 에이전트 등을 연결하는 '홈 에이전트'까지 완성해나간다는 계획이다. 홈 에이전트에서는 구글을 비롯한 빅테크들과의 협업도 추진한다.
KT는 아직 아이폰 통화녹음을 포함한 AI 에이전트 서비스를 출시하지 않았으나, 빅테크 MS(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을 예고한 상황이다. 최근 MS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맞고 한국어 특화 AI 모델 및 한국형 클라우드 서비스 개발, AX 전문기업 설립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B2C에서는 KT의 서비스에 MS의 대화형 AI ‘코파일럿(Copilot)’을 도입할 예정이다. 양사는 코파일럿 스튜디오와 애저 AI 스튜디오를 기반으로 맞춤형 AI 에이전트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AI 에이전트는 통신사 뿐만 아니라 국내외 IT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는 분야다.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 카카오도 AI 구독형 서비스이자 일종의 AI 에이전트 서비스인 '카나나' 출시를 예고했다.
해외 빅테크 기업들 사이에선 이용자를 대신해 알아서 일을 처리해주는 AI 에이전트 출시가 한창이다. 구글은 영화 '아이언맨'의 AI 비서 '자비스'에서 이름을 딴 AI 에이전트를 조만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람의 명령에 따라 컴퓨터 화면을 캡처한 뒤 스크린샷 이미지·텍스트를 분석하고 필요한 버튼을 클릭하거나 검색창에 텍스트를 입력할 수 있다.
오픈 AI의 대표적 경쟁업체인 앤스로픽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대신해 복잡한 작업을 처리해주는 AI에이전트 베타(테스트) 버전을 출시했다. 이 서비스는 AI 에이전트가 컴퓨터 스크린에 있는 내용을 스스로 해석해 버튼을 선택하고, 텍스트를 입력해 웹사이트를 탐색하는 등 작업을 실시간으로 실행할 수 있다.
이처럼 통신사를 비롯한 국내외 기업들이 AI 에이전트 서비스에 열을 올리는 것은 일정 가입자가 확보되면 구독모델 등으로 수익화가 용이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양섭 SK텔레콤 CFO(최고재무책임자)는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AI 서비스를 구축하기 위한 인프라 비용은 광고만으로 충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구독 모델이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이에 대표적인 구독 모델을 보유한 통신사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SK텔레콤은 장기적으로 에이닷 유료화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무료로 제공 중인 다양한 LLM을 묶어 제공해 향후 구독료를 받는 형태가 예상된다. 지난 10월 SK텔레콤은 자사 전화 앱 ‘T전화’를 ‘에이닷 전화’로 개편하고 통화녹음 및 요약 기능을 제공했는데, 통화녹음 요약건에 대해 매월 30건으로 제한했다. 이에 조만간 에이닷이 유료화 수순을 밟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LG유플러스 익시오 역시 우선 가입자를 끌어 모은뒤 유료화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전용 으로 익시오 앱을 출시해 1년 내 1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한다는 목표다.
김지훈 LG유플러스 최고전략책임자(CSO)는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익시오 같은 B2C 에이전트 서비스는 고객 가치를 높여 고객에게 인정받는 데에 우선 집중할 것"이라며 "그러다 보면 가입자와 이용량이 늘어 매출 증대로 연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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