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조수원 기자 = "한국문학은 아주 적은 양이 번역돼 있고 번역의 품질과 내용들이 미약한 것 같다."
최근 만난 제13회 박경리문학상 작가인 프랑스 소설가 실비 제르맹의 말은 충격이었다. 소설가 한강이 한국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기쁨에 들뜬 기분에 찬물을 끼얹는 말이었다. 그는 "한국어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구해서 본 한국 시집을 읽어보면 조악하고 부족한 상태로 번역돼 있어서 안타깝다"고 했다.
노벨문학상 '한강 열풍'에 그의 책이 동이 나고 출판계가 특수도 누리며 국내에 '문학 붐'이 일어난 현상과 달리 외국 작가의 지적은 따끔했다.
"노벨문학상 작품을 번역 없이 읽을 수 있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는 우리나라 독자들의 반응은 되레 번역이 얼마나 중요 한지를 새삼 일깨운다.
한강의 작품도 번역본으로 세계에 알려졌다. 한강의 소설들은 한국문학번역원의 지원으로 현재까지 프랑스어, 베트남어, 스페인어 등 총 28개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에서 76종으로 출간됐다.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한 '채식주의자'와 프랑스 메디치상, 에밀기메 아시아문학상을 받은 '작별하지 않는다'도 번역본으로 이뤄낸 결과다.
한강의 소설을 세계에 알린 영국인 번역가 데버라 스미스가 다시 주목받은 이유이기도 하다. 스미스는 소주를 ‘코리안 보드카’, 만화를 ‘코리안 망가’ 식으로 한국 단어를 풀어 쓰기보다 그대로 번역한 공로가 컸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 번역에도 형이나 언니 같은 단어를 그대로 썼다.
스미스는 “항상 원작의 정신에 충실하고 가능한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언어 형태도 살리려 한다”며 “부실한 번역은 우수한 작품을 훼손할 수 있지만, 아무리 뛰어난 번역이라도 보잘것없는 작품을 명작으로 포장할 수는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현재 한국 문학은 노벨문학상을 안았지만 비상하기 위한 동력인 번역 현실은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라는 평이 많다. 3세대 번역가까지 나오고, 한국문학이 한 해 200여 종 해외에 소개되는 수준이지만 더 노력이 필요하다는 분위기다. 특히 정부는 올해 한국문학번역원 번역 인력 양성 예산을 지난해보다 절반으로 줄여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정은귀 한국외대 교수 겸 번역가는 "데보라 스미스를 능가할 정도의 학생들이 많지만 시장의 문이 너무 좁다"며 "번역 고료는 20년 전과 비슷할 정도로 번역 조건은 더욱 나빠졌다"고 했다. 최애영 한국문학번역원 교수도 "우수한 번역 인력이 양성돼도 기회를 얻지 못한다"며 "번역가들이 번역 시장에 한 번만 내보내면 앞길을 헤쳐나갈 수 있는데 그 길을 찾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노벨문학상은 한강 작가의 개인적 영광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 문학의 위상을 높이고 국위선양 쾌거다. 혹자는 '대한민국 유일 노벨문학상 한강'이 될 것이라고 한다. 한강의 노벨문학상은 번역의 승리라고도 불린다. 정부의 번역가 양성과 한국문학 번역 지원 사업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