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캐즘에 빠진 '부산형 일자리'…코렌스EM 미래는?

기사등록 2024/11/08 11:34:48

투자, 고용 당초 계획 절반에도 못 미쳐

정부 보조금 70여억원 반환해야 할 형편

전기차 캐즘 슬기로운 극복이 과제

[부산=뉴시스] 부산 강서구 미음산업단지 내 코렌스EM 전경(사진=홈페이지 캡처) 2024.11.0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뉴시스] 부산 강서구 미음산업단지 내 코렌스EM 전경(사진=홈페이지 캡처) 2024.11.0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뉴시스]백재현 기자 = 부산의 전기차 제조 클러스터의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 속에 지난 2022년 10월 강서구 미음산업단지에서 화려하게 준공식을 가졌던 코렌스EM. 문재인 정부의 노사상생형 일자리창출 모델로 부각됐던 '부산형 일자리'의 핵심 회사가 바로 코렌스EM이었다.

2020년 2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19 비상상황 속에서도 '부산형 일자리 상생협약식'에 참석, 축사를 통해 "25년 전 르노삼성자동차의 투자 이후 부산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7600억원이 투자되고, 4300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라며 "부산이 세계 최고의 전기차 부품 생산지로 도약할 것"이라며 치켜세웠다.

게다가 코렌스EM은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우는 중국을 검토하다 부산에 잔류키로 한 터여서 정부는 물론 지역 주민들로부터도 호감을 샀다.

호감과 기대 속에서 준공 한지 만 2년이 지난 2024년 11월 현재의 코렌스EM 모습은 지표만 놓고 보면 초라하다.

지난 7일 기자가 방문한 코렌스EM은 삼엄한 보안속에 겉모습은 정돈된 회사였지만 어딘가 허전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었다.

올해 말까지 인근에 20여 개의 중소 협력기업을 입주시키기로 했던 계획은 절반도 채 달성하지 못했다. 그나마 일부는 건물을 짓고 있는 중이다. 그 중에서도 코렌스EM에 현재 부품을 납품하고 있는 업체는 2개 사에 불과하다.

준공 당시 "정보통신기술(ICT)로 협력기업들의 공장들을 연결시켜 하나의 공장처럼 만들겠다"거나 "지역 제조업 디지털 전환의 새로운 모델이 될 것"이라던 자신감 넘치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고용 측면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370명 고용을 목표로 했었고,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205명이던 이 회사 인원은 현재 164명으로 줄었다. 주로 연구개발 인력들을 연봉과 근로조건이 좋은 대기업들에 빼앗기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당연히 회사 재무상태도 좋지 못하다. 지난 2022년의 118억2760만원 매출에 142억9900만원 영업손실을 기록한데 이어 지난해는 매출 82억6600만원에 195억5300만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런 상황임에도 출범 상시 약속했던 투자 및 고용 약속을 지키지 못해 정부로부터 지원 받았던 보조금 중 70억원 이상을 반환해야 할 형편이다.

부산형 일자리의 주인공이었던 코렌스EM은 이같이 초라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꼽힌다.

우선 당초 생산하려했던 전기차 구동모터를 생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소형모터를 연간 30만대 모 글로벌 회사에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으로 납품하고 있다.

코렌스EM은 당초 2025년 전기차 구동모터를 포함한 드라이브 유닛 5만 대 생산을 시작으로 2026년부터는 연간 50만 대 이상의 구동시스템과 전동화 부품 생산을 목표로 잡았었다.

상황이 이러니 당초 3500억원을 투자하려던 목표도 1458억원을 투자하는데 그쳤다.

이처럼 계획이 어그러진 첫 번째 이유는 독일 BMW와의 계약 불발이다. 이 회사 전략기획팀 관계자에 따르면 처음에는 물량공급으로 진행되던 협의가 어긋나면서 기술이전으로 변경됐는데 갑자기 BMW가 기술이전료를 과도하게 요구했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고생은 우리가 다하고 돈은 BMW가 다 버는 구조라 성사될 수 없었다"

이 회사 이종수 전략기획팀장의 말이다.

이 팀장은 "당시 이미 다른 글로벌 회사와도 접촉이 있었고 스스로 어느 정도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에 BMW에 목을 맬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이달 중 제3국에서 중재가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코렌스EM이 당초 계획했던 구동모터는 지난해까지 현대자동차에 6만 대를 납품한 것이 전부다. 현대차에 이어 곧바로 납품이 예상됐던 글로벌 회사와의 계약이 무산된 탓이다.

코렌스EM이 직면한 가장 큰 과제는 구동모터의 안정적인 납품처 확보인 셈이다. 이에 대해 코렌스EM은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포함해 모두 15개 프로젝트를 통해 수주활동을 적극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거의 90%까지 성사된 업체도 있었지만 최근 전 세계적으로 직면하고 있는 전기차 캐즘(Chasm)으로 인해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2~3년 이내에 전기차 시장은 반드시 올 수밖에 없다"면서 "그때 투자하면 늦기 때문에 코렌스EM은 고객사들과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꾸준히 기술개발과 품질향상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렌스EM은 내년까지 '실리콘 카바이드 협력기반의 전기차용 인버터 시스템 개발', '친환경차용 250kw급 풀 Sic 모듈 및 드라이브 유닛 개발' 등 5개의 정부 과제를 진행 중이다.

결국 '부산형 일자리'의 상징인 코렌스EM의 미래는 전기차 시장 캐즘을 얼마나 빨리 그리고 슬기롭게 건너느냐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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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캐즘에 빠진 '부산형 일자리'…코렌스EM 미래는?

기사등록 2024/11/08 11:34:48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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