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오페라단 "'라보엠', 젊은 성악가 주축…책 무덤 같은 무대 연출"

[서울=뉴시스]조수원 기자 = 서울시오페라단이 창단 39년 만에 처음으로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La Bohème)'을 선보인다.

오페라 라보엠은 앙리 뮈르제의 원작 소설 '보헤미안의 생활 정경'을 바탕으로 19세기 파리 라탱지구의 크리스마스이브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젊고 가난한 예술가들의 사랑과 낭만이 담긴 작품이다. 시인 로돌포와 미미의 사랑, 이들이 겪는 기쁨과 고통 등을 다뤘다.

7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오페라 라보엠 제작발표회에서 박혜진 서울시오페라단장은 "오페라에 맞게끔 젊은 성악가들을 주축으로 캐스팅했다"며 "무조건 젊은 게 아닌 많은 활동을 하면서 어느 누가 봐도 '저 사람은 저 역할에 맞는 사람 캐스팅했구나'를 느낄 수 있도록 오디션도 했다"고 말했다.

서울시오페라단은 이번 첫 프로덕션에서 원작을 투영해 '책'을 소재로 무대를 연출했다.

연출을 맡은 엄숙정 연출가는 이날 제작발표회에서 "앙리 뮈르제 작가가 로돌포에게 자신을 투영했고 푸치니도 자신이 젊은 시절 작곡했던 곡을 서두부터 차용해서 작품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며 "원작 작가나 작곡가들이 우리에게 어떤 한 페이지를 꺼내서 읽어주는 이야기"라고 했다.

엄숙정은 "무대 자체를 거대한 책이라는 모티프를 따와 커다랗고 오래된 서재, 책 무덤 같은 느낌으로 무대를 형상화했다"며 "책이라는 기록, 또 기억이라는 것 소재로 가져왔다"고 전했다.

책 속 문자들이 하얀 바탕에 검정 글씨체인 점에서 착안해 의상 콘셉트도 화이트와 블랙 차용했다고 덧붙였다.

미미 역에는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자 소프라노 서선영과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 소프라노 황수미가 더블캐스팅됐다.

서선영은 "젊고 새로운 에너지를 많이 받는 거 같아 연습 올 때마다 설레고 새로 충전하는 시간"이라며 "일상이지만 누군가에게 과거일 수 있는 그런 시간을 되돌아보면서 그때의 감정을 더듬어 보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로돌포 역은 테너 문세훈과 김정훈이 연기한다. 두 사람에게 이번 오페라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한국에서의 첫 오페라인 문세훈은 "임하는 자세가 남다르다"며 "캐스팅이 다들 어린 나이가 편이라 보셨던 라보엠과는 에너지가 다른 느낌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훈은 한국에서 오페라 주연을 처음 맡았다. 김정훈은 "2012년부터 지금까지 외국에서만 라보엠 100여 회 했는데 한국 와서 훈련한 작품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며 "작품 자체가 친구들처럼 현실에 있을법한 젊은 예술가 이야기이고 사는대로 음악 연습하고 있기에 좋은 에너지를 갖고 있다"고 했다.

박혜진 단장은 오페라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유명한 성악가들의 국내 활동을 독려하기도 했다.

박 단장은 "오페라라면 딱딱하고 어렵다는 인식 때문에 관객들이 항상 정체돼 있고 늘어나지 않는다"며 "우리나라 성악가들의 자질은 세계 어느 곳에 내놔도 뒤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K오페라 시대가 올 것이라 믿는다"며 "대중들에게 좀 더 가까이 가기 위해 많은 유명하신 분들이 우리나라에서 활동해 주면, 관객층이 젊어지고 더 많은 관객 올 것"이라고 전했다.

라보엠은 오는 21~24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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