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공시로 631억 챙긴 상장사 전직 임원들 "공모한 적 없어"

[서울=뉴시스]홍연우 기자, 성이영 인턴기자 = 신규 바이오 사업을 추진한다는 등의 허위 공시로 주가를 부양해 631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전직 코스피 상장사 임원들이 혐의를 부인하며 방어권 보장을 위해 보석을 인용해달라고 호소했다.

서울남부지법 제15형사부(부장판사 양환승)는 5일 오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KH필룩스 전직 부회장 박모씨(55)와 안모(54)씨, 대표이사 안모(47)씨 등 3명에 대한 2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이들의 변호인은 모두 혐의를 부인했다.

박씨 측 변호인은 "바이오 사업에 대한 실체가 있다고 믿었고, 공모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전직 부회장 안씨 측 변호인도 "피고인이 일부 과정에서 중재 역할을 했을순 있으나 배상윤(57) KH그룹 회장과 이 사건을 공모한 적은 없다"고 했다.

대표이사 안씨 측 변호인 역시 "검찰은 안씨가 허위사실임을 알면서도 보도자료를 배포했다고 주장했으나 그런 사실에 대해 알지 못했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공판에선 이들에 대한 보석 심문도 진행됐다. 변호인들은 방어권 보장을 위해 보석을 인용해달라고 호소했다.

박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재무적 투자자에 불과하며, 다른 임직원들과 공모한 적이 없다. 현재 배 회장이 해외 도피 중인 상황에서 증거를 검토해야 하는데 구속된 상태에선 어렵다. 당뇨 등으로 건강이 악화된 점 등도 고려해달라"고 했다.

전직 부회장 안씨 측 변호인 역시 "현재 회장 배모 씨가 도피 중이며, 피고인과 연락도 되지 않는 상황이다. 증거 인멸 및 조작의 가능성이 없다"고 했다. 이어 "피고인은 필리핀에서 사업을 하던 중 현장답사 과정에서 다리를 다쳐 치료가 필요하며, 갑자기 체포돼 조사받느라 충분히 방어권을 행사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안씨는 체포되기 전 1년6개월간 해외에 체류했으며, 공범도 해외 도피 중"이라며 구속 유지를 요청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8년 신규 바이오사업을 시작할 것처럼 허위 공시하고 보도자료를 배포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 631억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2016년 전기·조명 사업을 하는 코스피 상장사를 무자본 인수한 후 2018년 1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자 받아 미국 바이오 회사와 암 치료제를 공동 개발할 것처럼 허위 공시했다.

이를 통해 종가 기준 3480원이었던 주가가 2만7150원으로 크게 올랐다. 일당은 법인 명의로 차명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매도하고, 지인 명의로 차명 보유하고 있던 전환사채를 주식 전환 후 매도해 차익을 챙겼다.

검찰은 지난 7월 부회장 박씨와 대표이사 안씨를 구속했고, 해외로 도주한 부회장 안씨는 인터폴 적색수배를 통해 지난 8월23일 필리핀에서 검거해 국내로 송환했다. 이후 이들은 구속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해외 도피로 기소중지된 배상윤 KH그룹 회장에 대한 수사도 철저히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배 회장은 4000억원대 배임 혐의로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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