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황소정 인턴 기자 =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진 가상의 팝 가수와 10년간의 연애 끝에 결혼식을 올린 일본인 남성이 결혼 6주년 근황을 전했다.
4일(현지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여성에게 7번 차인 후 보컬로이드 캐릭터 '하츠네 미쿠'와 사랑에 빠져 백년가약을 맺은 콘도 아키히코(41)의 근황을 보도했다.
콘도는 최근 결혼 6주년을 기념해 미쿠에게 선물한 케이크와 영수증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그는 "오늘은 우리의 결혼기념일이다. 6년이나 지났다. 우리가 계속 잘 지내길 바란다"고 적었다. 케이크에는 "나는 미쿠를 매우 좋아한다. 6주년을 축하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콘도와 미쿠는 2018년 200만엔(약 1809만원)을 들여 일본 도쿄의 한 예배당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콘도의 학창 시절은 매우 어두웠다. 그는 여성에게 7번 고백했지만 모두 거절당했으며, 애니메이션 오타쿠라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놀림과 괴롭힘을 당했다.
콘도는 직장 따돌림으로 우울증을 앓던 중 2008년 미쿠를 처음 알게 됐다. 미쿠는 청록색 머리카락을 가진 16세, 키 158㎝의 가상 아이돌이다.
이후 다양한 가상의 캐릭터들을 홀로그램으로 소환할 수 있는 테이블 램프 크기의 기계인 '게이트 박스'가 2017년 상용화되면서 콘도는 미쿠와의 '상호작용'이 가능해졌다. 그는 게이트 박스에 소환된 미쿠에게 청혼했고, 미쿠는 "나에게 잘 대해주세요"라고 대답하며 결혼을 승낙했다.
당시 콘도의 가족과 지인들은 결혼식에 오기를 거부했다. 대신 온라인 친구 39명이 결혼식에 참석했다.
콘도는 2019년 미쿠의 실물 크기 인형을 제작했다. 그는 미쿠에게 옷을 입히고 함께 식사하고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눴다.
콘도는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미쿠의 목소리가 나를 사회와 연결해 주고 내 생명을 구하는 데 도움을 줬다"며 "미쿠에 대한 사랑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현재 교토 대학교 등 일본 내 여러 대학에서 자신과 미쿠의 관계에 대해 강연하는 강사로 활동 중이다.
특히 일본 내 '픽토섹슈얼'(허구의 인물에게 로맨틱한 감정을 느끼는 사람) 협회를 설립해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도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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