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지기' 배신하고 절도하려 한 60대, 살인 참극까지

[여수=뉴시스]이영주 기자 = 전남 여수에서 70대 여성을 살해한 60대 남성은 직장을 잃고 궁핍해지자 수십년 지기 지인의 금품을 훔치려고 침입했다가 범행에 이른 것으로 잠정 파악됐다.

5일 전남 여수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살인 등 혐의로 긴급체포된 60대 남성 A씨는 지난 3일 오후 11시께 여수시 신월면 한 단독주택에 침입해 거실에 있던 70대 여성 B씨를 향해 흉기를 휘두른 뒤 달아났다. 흉기에 왼쪽 가슴을 찔린 B씨는 함께 살던 딸에 의해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전날 새벽 숨졌다.

범행 직후 A씨는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달아나다 사건 발생 15시간여 만인 전날 오후 2시께 전남 순천버스터미널에서 붙잡혔다. A씨는 순천버스터미널에서 연고가 없던 경남 진주로 도망치려고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숨진 B씨 가족과 수십년 가까이 막역하게 지내온 것으로 파악됐다. 타 지역에 주민등록을 둔 A씨는 20여년 전부터 여수 지역에 터를 잡아 선원으로 일하며 B씨 가족을 알게 됐다.

A씨는 B씨 가족의 집에 초대받으며 절친하게 지내오다 최근 직장을 잃게 돼 수입이 끊겼다. A씨는 자신을 초대해준 B씨의 집 서랍장에 금품이 항상 있던 것을 떠올리고 범행에 옮겼다.

A씨는 챙모자와 마스크를 쓴 채 B씨의 집에 침입했다. B씨 가족이 대문 앞 수도계량기 위에 집 열쇠를 놓아둔다는 사실을 떠올려 열쇠를 찾아낸 뒤 잠긴 대문을 열었다.

A씨는 거실로 들어서자 마자 B씨와 마주쳤다. 소스라치게 놀란 B씨가 소리지르자 몸싸움이 있었고 이 과정에서 B씨 주방에 놓여있던 흉기를 집어들어 범행했다. 범행 직후 A씨는 금품을 훔치지 못한 채 달아나다 B씨 집 주변 공터에 흉기를 버렸다.

A씨는 범행 직전 술을 마셨던 것으로도 파악됐다. 혹여나 B씨에게 들키더라도 자신의 신원이 탄로나지 않도록 모자와 마스크를 썼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A씨는 경찰에 자신의 범행 사실을 시인했다.

경찰은 조사된 내용을 토대로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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