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두, 득표율 55%…스토이아노글로에 10%P 차 승리
"몰도바 구했다…국외 세력 공격에서 민주주의 수호"
경찰·외무부, 결선투표 당일에도 외부 세력 공작 보고
[서울=뉴시스] 이명동 기자 = 러시아의 압박 속에서 치러진 몰도바 대통령 선거에서 친(親)서방파인 마이아 산두 몰도바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했다.
AP, 가디언 등 외신을 종합하면 친유럽연합(EU) 성향 행동연대당(PAS) 소속 산두 대통령은 2일(현지시각) 치러진 대선 결선투표에서 개표율 98.83% 기준 득표율 55.01%로 당선을 확정 지었다.
친러시아 성향 제1야당 몰도바공화국사회당(PSRM) 소속 알렉산드르 스토이아노글로 전 몰도바의회 부의장은 44.99%로 고배를 마셨다.
이번 선거는 지난달 20일 치러진 대선에서 산두 대통령이 득표율 42.49%로 과반 득표를 하지 못해 치러졌다. 당시 스토이아노글로 전 부의장은 득표율 25.95%로 2위에 올랐다.
선거 이튿날 산두 대통령은 "몰도바 여러분은 승리했다. 오늘 여러분은 역사책에 기록될 만한 민주주의와 관련한 교훈을 줬다. 오늘 여러분은 몰도바를 구했다"라고 승리를 선언했다.
그는 "국외 적대 세력에 의한 더러운 자금, 매표 행위, 선거 간섭 등 계획과 범죄 단체를 통한 전례 없는 공격에 직면했다"면서 "여러분은 국민이 투표를 통해 목소리를 내기로 결정했을 때 국민의 힘을 거스를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스토이아노글로 전 부의장은 "모든 사람의 목소리는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며 "이제부터 우리에게 부과된 증오와 분열을 종식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옛 소련에서 독립한 몰도바는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대고 있다. 역사적 이유와 지리적 근접성으로 러시아의 영향력을 계속해서 받고 있다.
선거 당일 몰도바 경찰은 "국내외 투표소로 유권자를 조직적으로 수송한 데에 합리적 증거를 확보했다"면서 "러시아, 벨라루스, 아제르바이잔, 튀르키예로 항공 수송 활동과 관련해 증거를 조사하고 기록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같은 날 몰도바 외교부는 "투표를 막으려는 의도로 독일 프랑크푸르트, 영국 리버풀과 노샘프턴에 설치된 투표소가 가짜 폭탄 위협의 표적이 됐다"고 알렸다.
경제학자 출신 산두 대통령은 세계은행(WB) 전무이사를 지낸 뒤 총리와 교육장관 등을 역임했다. EU 가입을 추진해 온 그는 지난해 12월 기구 정상회의에서 '가입 협상 개시' 결정을 따내 절차가 진 중에 있다.
반면 1차 투표에서 떨어진 친러시아 성향 후보 일부는 스토이아노글로 전 부의장을 향한 지지를 선언하면서 산두 대통령이 재선하면 몰도바는 '제2의 우크라이나'가 될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스토이아노글로 전 부의장은 EU와 러시아 사이에서 균형 잡힌 외교정책을 수행하겠다고 천명해 왔다.
몰도바 권력 구조는 의회제(내각책임제)로 분류되지만 직선제로 선출된 대통령은 4년 임기로 외교·안보 분야에서 실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한편 지난달 26일 치러진 옛 소련 구성국인 조지아 총선에서 친러시아 성향의 집권 여당이 친서방 야당 연합을 누르고 과반 득표하면서 국제사회 이목이 몰도바 대선에 집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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