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점유율…2위 삼성과 50% 이상 격차
파운드리 한우물…21세기 '곡괭이' 기업
"너무 잘 나간다"…반독점 우려 지속
[서울=뉴시스]이현주 기자 =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승승장구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주요 빅테크들의 주문을 휩쓸면서 몸값이 치솟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최근 시가총액 1조 달러(약 1370조3000억원)를 넘기며 엔비디아에 이어 반도체 기업 중 두 번째로 '1조 클럽'에 올랐다.
TSMC는 올 3분기 순이익으로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3253억 대만달러(13조8000억원)을 달성했다. C.C. 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CEO)는 "AI 수요는 진짜고, 향후 수년 동안 이는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TSMC의 자신감은 각종 숫자에서도 드러난다. 올 2분기 기준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을 보면 TSMC는 62.3%로 2위 삼성전자 11.5%와 50% 이상 차이를 보였으며, 이 격차는 계속 벌어지는 중이다.
AI반도체 시장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엔비디아조차 TSMC 앞에서는 한 수 접는다는 평이다.
최근 엔비디아 최첨단 제품 '블랙웰' 제품 결함을 둘러싸고 TSMC와 엔비디아의 갈등설이 불거지자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직접 나서 "블랙웰에 설계 결함이 있었고, 이는 100% 엔비디아 잘못"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황 CEO는 "기능은 좋았지만 설계 결함으로 인해 수율이 낮았다"며 "TSMC의 도움으로 수율 난항에서 회복하고 놀라운 속도로 블랙웰 생산을 재개할 수 있었다"고 TSMC를 치켜세웠다.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와 경쟁 중인 삼성전자와 인텔조차 TSMC에 구애하는 모습도 엿보인다.
삼성전자는 최근 엔비디아 납품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 돌파를 위해 TSMC와의 협력 가능성을 시사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올 3분기 실적 발표 후 가진 콘퍼런스콜(전화회의)을 통해 "복수 고객사들과 커스텀(맞춤형) HBM 사업화를 준비하고 있다"며 "커스텀 HBM은 고객의 요구사항을 만족시키는 것이 중요해 베이스 다이 제조와 관련된 파운드리 파트너 선정은 고객 요구를 우선으로 내외부 관계없이 유연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HBM3E(5세대) 시장에서 SK하이닉스 등 경쟁업체에 밀렸다는 평가를 받는 삼성전자는 6세대 제품인 HBM4 개발 및 양산에 사활을 걸고 있다.
HBM4부터는 베이스 다이에 고객의 요구에 맞춘 기능을 넣기 위한 공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때부터 파운드리 공정이 매우 중요해진다. 당초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자사 파운드리를 통해 생산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이번 발표로 TSMC와 손잡을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파운드리 사업 부진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텔도 차세대 미세 공정 반도체 물량 확보를 위해 TSMC 의존도가 더 커지고 있다. 팻 겔싱어 인텔 CEO는 조만간 대만을 방문해 TSMC 경영진과 회동하고 사업 협력을 위한 논의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TSMC의 입지는 '3㎚(나노미터·10억분의 1m)대 시대'로 진입하며 더욱 강화되고 있다. 현재 TSMC는 3~5나노 초미세 공정과 차세대 패키징 기술인 '칩 온 웨이퍼 온 서브스트레이트(CoWos)' 등 첨단 기술을 사실상 독점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세 공정 반도체 공급 역량, 수율 등 여러 측면에서 TSMC의 우위가 강화되고 있다"며 "삼성전자, 인텔 등 경쟁사들이 TSMC를 따라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TSMC는 지난해 기준 전 세계 528개 고객을 위해 1만1895개의 제품을 제조했다. AI 산업에서 TSMC가 갖는 위상은 엔비디아 이상이다.
애플도 TSMC가 없으면 최신 스마트폰용 칩 제조가 불가능할 정도다. 뿐만 아니라 자동차, IT 등 분야 전 세계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들이 TSMC와 협력을 타진하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플랜B는 없다. 모든 것이 TSMC의 어깨 위에 있다"는 발언은 TSMC의 대체 불가능성을 보여준다.
TSMC가 가진 힘은 '고객 우선주의'에서 온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TSMC는 1987년 '순수 파운드리'라는 새로운 반도체 산업의 지평을 연 기업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반도체 설계-제조 분업화에 대한 개념이 없던 시절부터, TSMC는 긴 안목에서 반도체 스타트업과 동반자 관계를 이어왔다. 퀄컴, 브로드컴 등도 TSMC가 오랜 시간 공들여 관계를 쌓아온 파트너 중 하나다.
무엇보다 단순히 설계대로 만드는 것을 넘어 고객 요구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TSMC는 특히 자사의 엔지니어들에게 서비스 정신을 강조하는 것으로 잘 알려졌다. 주요 고객사가 새로 개발하는 반도체 프로젝트에 대해 설계 초기부터 협업하며,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이는 고객사와 '동고동락'한다는 평가를 받게 한다.
다양한 반도체 생태계 기업이 참여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Open Innovation Platform·OIP)'를 원팀 구축도 주목받는다. HBM 선도 업체인 SK하이닉스도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Santa Clara)에서 개최된 'TSMC OIP Ecosystem Forum 2024'에 참석해 엔비디아-TSMC-SK하이닉스 간 협업 관계를 강조했다.
현재 AI 산업의 수익화는 지난한 과정이 시작됐지만 그래도 당장 돈을 버는 기업들은 AI 반도체를 만드는 회사들이다. 지난 1800년대 미국 '골드러시' 시대, 막상 돈을 번 사람은 금을 캐러 간 사람이 아니라 삽과 곡괭이를 팔던 사람이었던 것과 마찬가지다.
TSMC는 항상 혁신 기업과 가까운 곳에 있었다. TSMC 창업자 모리스 창이 2001년 이제 막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엔비디아 황 CEO를 직접 만나 신뢰감을 쌓기 시작했단 사실이 업계에 회자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여러 파운드리 중에서도 TSMC에 'AI 가속기' 생산을 부탁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슈퍼 을'로 통하는 TSMC는 현재 전 세계에서 찾는 '반도체 맛집'으로 통한다. 세계 각국과 기업들은 TSMC가 자국과 인근에 공장을 지어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모리스 창은 최근 "반도체의 자유무역 시대는 끝났다"고 경고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보호무역주의 시대에 TSMC의 몸값이 더 치솟고 있는 셈이다.
TSMC의 올 3분기 매출에서 원가를 제외한 '총마진'의 비율은 57.8%에 달한다. 매출이 100원이라면, 생산에 직접 비용을 지불하고 남은 금액이 57.8원이라는 뜻이다.
높은 마진율은 아낌 없는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때 전 세계 반도체 기업들은 모두 자본지출을 줄였지만, TSMC만 설비투자를 크게 늘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TSMC의 최대 고객이 애플과의 관계도 하루아침에 쌓아 올린 것은 아니다. TSMC는 호시탐탐 삼성전자가 맡고 있던 애플 칩 제조를 수주하기 위해 기회를 노렸고, 2010년 애플과 삼성의 특허 분쟁이 시작되자 최대 수혜자가 됐다.
당시 애플은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설계 내재화를 추진 중이었는데, TSMC는 이후 애플의 아이폰, 아이패드 등 모든 AP를 수주하며 성공 신화를 써내려갔다.
애플의 제프 윌리엄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지난 2017년 TSMC 설립 3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모리스 창과 나는 함께 내기를 걸기로 했고, TSMC는 11개월 만에 90억달러를 투자했고 6000명의 직원이 24시간 내내 일했다"며 "대단한 투자였다. 멋진 파트너십이다"라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두 회사의 관계가 파트너를 넘어 혈맹 수준에 이르렀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웬델 황 TSMC 부사장은 최근 "TSMC에서 높은 수준의 자본지출은 항상 다음 해에 더 높은 성장 기회와 상관관계가 있다"며 "내년은 건전한 성장의 해가 될 것이다. 내년 자본지출도 올해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TSMC이지만 최근 예상치 못한 리스크에 직면하게 됐다. 파운드리 독주가 지속되면서 미국 등 주요국에서 TSMC의 '반독점'을 견제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TSMC에 대한 주요 빅테크들의 첨단 반도체 생산이 몰리자 지정학적 리스크와 과도하게 높은 제조 단가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가 단위로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인공지능(AI) 시장에서 특정 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전체 AI 시장이 안게 될 불확실성과 리스크는 확대될 수 밖에 없다.
TSMC도 이를 의식한 듯 '파운드리 독점' 이미지를 벗기 위한 차원의 전략을 발표했다.
이런 가운데 반독점 규제에서 자유로운 삼성전자가 TSMC의 반독점 리스크를 발판 삼아 대형 고객사들을 끌어모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대만의 TSMC가 중국 화웨이에 공급하기 위해 첨단 스마트폰 및 AI 반도체를 생산해 미국의 대중 수출 제재를 위반했는지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TSMC가 2020년 이후 화웨이에 첨단 반도체를 제조한 사실이 밝혀지면 미 상무부는 대중 수출 제재 위반으로 TSMC에 미국 기술에 대한 일시적 접근 제한을 내릴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애플 같은 미국 빅테크들도 TSMC에 첨단 반도체 위탁 제조를 맡기기 어려워진다.
이번 조사에 대해 업계에서는 미국 정부가 TSMC에 대한 '반독점 규제'를 하기 위해 본격적인 견제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미국 정부는 AI·반도체 업체들을 상대로 대대적인 '반독점 조사'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 정치권에서도 TSMC를 통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애플과 엔비디아 등 주요 AI 업체들이 모두 TSMC라는 한 업체를 통해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는 만큼 TSMC의 지정학적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최근 중국과 대만의 긴장 관계가 고조되고 있는데다 대만에서 지진과 태풍 등 자연재해가 잦아지면서 생산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TSMC의 높은 제조 단가도 미국 정부가 TSMC에 반독점 규제를 내릴 또 다른 근거로 꼽힌다. TSMC는 3분기 주력 공정인 3나노와 5나노에서 제조 단가를 최대 8% 인상하기로 했다. TSMC에 의존하고 있는 미국 빅테크들에게 불리한 상황이다.
TSMC가 독점으로 과도한 이윤을 남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TSMC는 시장에서 반독점 우려가 확산하자 최근 파운드리와 패키징, 테스트 등을 포함한 '파운드리 2.0'이라는 새로운 전략을 꺼내 들었다. 파운드리를 기본으로 하되 패키징, 테스트 영역까지 확장해 TSMC 점유율을 30% 까지 낮추겠다는 것이다.
웨이저자 TSMC CEO는 "(시장에서의 입지가) 커보이지만 TSMC는 지배적이지 않다. 반독점 우려 사항이 아니다"고 말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자 파운드리 2위 삼성전자가 TSMC의 반독점 리스크를 고객사 확보의 기회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반독점 규제에서 자유롭다는 점과 유리한 제조 단가 등을 전략 무기로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TSMC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삼성이 받을 수혜는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달 미국 대선 이후 미국 정부의 반독점 업체에 대한 규제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4일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최근 시가총액 1조 달러(약 1370조3000억원)를 넘기며 엔비디아에 이어 반도체 기업 중 두 번째로 '1조 클럽'에 올랐다.
①파운드리 독주…2위 삼성과 50% 이상 격차
TSMC의 자신감은 각종 숫자에서도 드러난다. 올 2분기 기준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을 보면 TSMC는 62.3%로 2위 삼성전자 11.5%와 50% 이상 차이를 보였으며, 이 격차는 계속 벌어지는 중이다.
AI반도체 시장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엔비디아조차 TSMC 앞에서는 한 수 접는다는 평이다.
최근 엔비디아 최첨단 제품 '블랙웰' 제품 결함을 둘러싸고 TSMC와 엔비디아의 갈등설이 불거지자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직접 나서 "블랙웰에 설계 결함이 있었고, 이는 100% 엔비디아 잘못"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황 CEO는 "기능은 좋았지만 설계 결함으로 인해 수율이 낮았다"며 "TSMC의 도움으로 수율 난항에서 회복하고 놀라운 속도로 블랙웰 생산을 재개할 수 있었다"고 TSMC를 치켜세웠다.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와 경쟁 중인 삼성전자와 인텔조차 TSMC에 구애하는 모습도 엿보인다.
삼성전자는 최근 엔비디아 납품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 돌파를 위해 TSMC와의 협력 가능성을 시사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올 3분기 실적 발표 후 가진 콘퍼런스콜(전화회의)을 통해 "복수 고객사들과 커스텀(맞춤형) HBM 사업화를 준비하고 있다"며 "커스텀 HBM은 고객의 요구사항을 만족시키는 것이 중요해 베이스 다이 제조와 관련된 파운드리 파트너 선정은 고객 요구를 우선으로 내외부 관계없이 유연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HBM3E(5세대) 시장에서 SK하이닉스 등 경쟁업체에 밀렸다는 평가를 받는 삼성전자는 6세대 제품인 HBM4 개발 및 양산에 사활을 걸고 있다.
HBM4부터는 베이스 다이에 고객의 요구에 맞춘 기능을 넣기 위한 공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때부터 파운드리 공정이 매우 중요해진다. 당초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자사 파운드리를 통해 생산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이번 발표로 TSMC와 손잡을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파운드리 사업 부진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텔도 차세대 미세 공정 반도체 물량 확보를 위해 TSMC 의존도가 더 커지고 있다. 팻 겔싱어 인텔 CEO는 조만간 대만을 방문해 TSMC 경영진과 회동하고 사업 협력을 위한 논의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TSMC의 입지는 '3㎚(나노미터·10억분의 1m)대 시대'로 진입하며 더욱 강화되고 있다. 현재 TSMC는 3~5나노 초미세 공정과 차세대 패키징 기술인 '칩 온 웨이퍼 온 서브스트레이트(CoWos)' 등 첨단 기술을 사실상 독점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세 공정 반도체 공급 역량, 수율 등 여러 측면에서 TSMC의 우위가 강화되고 있다"며 "삼성전자, 인텔 등 경쟁사들이 TSMC를 따라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②파운드리 한우물…21세기 '곡괭이' 기업 되다
애플도 TSMC가 없으면 최신 스마트폰용 칩 제조가 불가능할 정도다. 뿐만 아니라 자동차, IT 등 분야 전 세계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들이 TSMC와 협력을 타진하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플랜B는 없다. 모든 것이 TSMC의 어깨 위에 있다"는 발언은 TSMC의 대체 불가능성을 보여준다.
TSMC가 가진 힘은 '고객 우선주의'에서 온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TSMC는 1987년 '순수 파운드리'라는 새로운 반도체 산업의 지평을 연 기업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반도체 설계-제조 분업화에 대한 개념이 없던 시절부터, TSMC는 긴 안목에서 반도체 스타트업과 동반자 관계를 이어왔다. 퀄컴, 브로드컴 등도 TSMC가 오랜 시간 공들여 관계를 쌓아온 파트너 중 하나다.
무엇보다 단순히 설계대로 만드는 것을 넘어 고객 요구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TSMC는 특히 자사의 엔지니어들에게 서비스 정신을 강조하는 것으로 잘 알려졌다. 주요 고객사가 새로 개발하는 반도체 프로젝트에 대해 설계 초기부터 협업하며,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이는 고객사와 '동고동락'한다는 평가를 받게 한다.
다양한 반도체 생태계 기업이 참여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Open Innovation Platform·OIP)'를 원팀 구축도 주목받는다. HBM 선도 업체인 SK하이닉스도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Santa Clara)에서 개최된 'TSMC OIP Ecosystem Forum 2024'에 참석해 엔비디아-TSMC-SK하이닉스 간 협업 관계를 강조했다.
현재 AI 산업의 수익화는 지난한 과정이 시작됐지만 그래도 당장 돈을 버는 기업들은 AI 반도체를 만드는 회사들이다. 지난 1800년대 미국 '골드러시' 시대, 막상 돈을 번 사람은 금을 캐러 간 사람이 아니라 삽과 곡괭이를 팔던 사람이었던 것과 마찬가지다.
TSMC는 항상 혁신 기업과 가까운 곳에 있었다. TSMC 창업자 모리스 창이 2001년 이제 막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엔비디아 황 CEO를 직접 만나 신뢰감을 쌓기 시작했단 사실이 업계에 회자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여러 파운드리 중에서도 TSMC에 'AI 가속기' 생산을 부탁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슈퍼 을'로 통하는 TSMC는 현재 전 세계에서 찾는 '반도체 맛집'으로 통한다. 세계 각국과 기업들은 TSMC가 자국과 인근에 공장을 지어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모리스 창은 최근 "반도체의 자유무역 시대는 끝났다"고 경고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보호무역주의 시대에 TSMC의 몸값이 더 치솟고 있는 셈이다.
TSMC의 올 3분기 매출에서 원가를 제외한 '총마진'의 비율은 57.8%에 달한다. 매출이 100원이라면, 생산에 직접 비용을 지불하고 남은 금액이 57.8원이라는 뜻이다.
높은 마진율은 아낌 없는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때 전 세계 반도체 기업들은 모두 자본지출을 줄였지만, TSMC만 설비투자를 크게 늘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TSMC의 최대 고객이 애플과의 관계도 하루아침에 쌓아 올린 것은 아니다. TSMC는 호시탐탐 삼성전자가 맡고 있던 애플 칩 제조를 수주하기 위해 기회를 노렸고, 2010년 애플과 삼성의 특허 분쟁이 시작되자 최대 수혜자가 됐다.
당시 애플은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설계 내재화를 추진 중이었는데, TSMC는 이후 애플의 아이폰, 아이패드 등 모든 AP를 수주하며 성공 신화를 써내려갔다.
애플의 제프 윌리엄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지난 2017년 TSMC 설립 3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모리스 창과 나는 함께 내기를 걸기로 했고, TSMC는 11개월 만에 90억달러를 투자했고 6000명의 직원이 24시간 내내 일했다"며 "대단한 투자였다. 멋진 파트너십이다"라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두 회사의 관계가 파트너를 넘어 혈맹 수준에 이르렀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웬델 황 TSMC 부사장은 최근 "TSMC에서 높은 수준의 자본지출은 항상 다음 해에 더 높은 성장 기회와 상관관계가 있다"며 "내년은 건전한 성장의 해가 될 것이다. 내년 자본지출도 올해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③"너무 잘 나간다"…반독점 우려도 불거져
TSMC에 대한 주요 빅테크들의 첨단 반도체 생산이 몰리자 지정학적 리스크와 과도하게 높은 제조 단가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가 단위로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인공지능(AI) 시장에서 특정 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전체 AI 시장이 안게 될 불확실성과 리스크는 확대될 수 밖에 없다.
TSMC도 이를 의식한 듯 '파운드리 독점' 이미지를 벗기 위한 차원의 전략을 발표했다.
이런 가운데 반독점 규제에서 자유로운 삼성전자가 TSMC의 반독점 리스크를 발판 삼아 대형 고객사들을 끌어모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대만의 TSMC가 중국 화웨이에 공급하기 위해 첨단 스마트폰 및 AI 반도체를 생산해 미국의 대중 수출 제재를 위반했는지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TSMC가 2020년 이후 화웨이에 첨단 반도체를 제조한 사실이 밝혀지면 미 상무부는 대중 수출 제재 위반으로 TSMC에 미국 기술에 대한 일시적 접근 제한을 내릴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애플 같은 미국 빅테크들도 TSMC에 첨단 반도체 위탁 제조를 맡기기 어려워진다.
이번 조사에 대해 업계에서는 미국 정부가 TSMC에 대한 '반독점 규제'를 하기 위해 본격적인 견제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미국 정부는 AI·반도체 업체들을 상대로 대대적인 '반독점 조사'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 정치권에서도 TSMC를 통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애플과 엔비디아 등 주요 AI 업체들이 모두 TSMC라는 한 업체를 통해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는 만큼 TSMC의 지정학적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최근 중국과 대만의 긴장 관계가 고조되고 있는데다 대만에서 지진과 태풍 등 자연재해가 잦아지면서 생산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TSMC의 높은 제조 단가도 미국 정부가 TSMC에 반독점 규제를 내릴 또 다른 근거로 꼽힌다. TSMC는 3분기 주력 공정인 3나노와 5나노에서 제조 단가를 최대 8% 인상하기로 했다. TSMC에 의존하고 있는 미국 빅테크들에게 불리한 상황이다.
TSMC가 독점으로 과도한 이윤을 남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TSMC는 시장에서 반독점 우려가 확산하자 최근 파운드리와 패키징, 테스트 등을 포함한 '파운드리 2.0'이라는 새로운 전략을 꺼내 들었다. 파운드리를 기본으로 하되 패키징, 테스트 영역까지 확장해 TSMC 점유율을 30% 까지 낮추겠다는 것이다.
웨이저자 TSMC CEO는 "(시장에서의 입지가) 커보이지만 TSMC는 지배적이지 않다. 반독점 우려 사항이 아니다"고 말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자 파운드리 2위 삼성전자가 TSMC의 반독점 리스크를 고객사 확보의 기회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반독점 규제에서 자유롭다는 점과 유리한 제조 단가 등을 전략 무기로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TSMC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삼성이 받을 수혜는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달 미국 대선 이후 미국 정부의 반독점 업체에 대한 규제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