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대표 국제미술전 '포에버 이즈 나우'
12개국 참여…1년 간 기획 첫 한국 작가 입성
5016개 그림 매달린 강익중 '네개의 신전' 전시
"한글, 아랍어, 영어, 상형문자' 어우러진 놀라운 신전" 호평
주최측 "내년에도 한국 작가 참여 했으면"…K아트 물꼬 터
글로벌 전시기획자 발돋움..이규현 "한국 작가 제안서 또 내고 싶다"
[카이로=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그야말로 '맨 사막에 헤딩'했다.
이집트 사막, 피라미드 앞에 강익중의 '한글 신전'을 세웠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을 실감했다. 지난 1년 간 무대포로 덤벼 사막에 꽃을 피운 'K-아트'는 찬란했다. 거대한 삼각형 피라미드와 이제야 만난 듯 어울려 세계 각국의 미술인들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사막과 바람 사이에서 알록달록 존재감을 뽐내며 한글과 K아트의 위상을 높이고 있는 가운데 누구보다 더 벅찬 감동을 받은 이는 전시 기획자 이규현(52)이앤아트 대표다.
이집트의 대표적인 랜드마크 미술 전시회인 '포에버 이즈 나우(Forever Is Now)'에 올해 처음으로 한국 작가를 입성시켜 성공적인 '글로벌기획자'로서의 발판을 마련했다. 2021년부터 매년 열리는 이 전시는 이집트 문화부, 관광유물부, 외무부, 유네스코(UNESCO) 후원으로 열려 개막 리셉션이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앞에서 성대하게 진행됐다.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12개국 12명의 작가가 참여한 전시는 '미술 문화 국력'을 뽐내는 경쟁의 장이기도 하다.
이집트에 따르면 매년 피라미드를 방문하는 관광객은 1000만 명이 넘는다. 현재 카이로 등 이집트는 지난해 인구 1억2000만 명을 돌파, 관광대국으로 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 가장 빠르게 경제발전을 이루고 있다.
이집트 사막, 피라미드 앞에 강익중의 '한글 신전'을 세웠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을 실감했다. 지난 1년 간 무대포로 덤벼 사막에 꽃을 피운 'K-아트'는 찬란했다. 거대한 삼각형 피라미드와 이제야 만난 듯 어울려 세계 각국의 미술인들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사막과 바람 사이에서 알록달록 존재감을 뽐내며 한글과 K아트의 위상을 높이고 있는 가운데 누구보다 더 벅찬 감동을 받은 이는 전시 기획자 이규현(52)이앤아트 대표다.
이집트의 대표적인 랜드마크 미술 전시회인 '포에버 이즈 나우(Forever Is Now)'에 올해 처음으로 한국 작가를 입성시켜 성공적인 '글로벌기획자'로서의 발판을 마련했다. 2021년부터 매년 열리는 이 전시는 이집트 문화부, 관광유물부, 외무부, 유네스코(UNESCO) 후원으로 열려 개막 리셉션이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앞에서 성대하게 진행됐다.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12개국 12명의 작가가 참여한 전시는 '미술 문화 국력'을 뽐내는 경쟁의 장이기도 하다.
이집트에 따르면 매년 피라미드를 방문하는 관광객은 1000만 명이 넘는다. 현재 카이로 등 이집트는 지난해 인구 1억2000만 명을 돌파, 관광대국으로 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 가장 빠르게 경제발전을 이루고 있다.
피라미드 앞에 세운 강익중의 5m 높이 '네 개의 신전(Four Temples)'은 모든 감각을 자극한다. 한글, 아랍어, 영어, 상형문자로 이뤄진 신전은 글 이전의 그림을 넘어 모든 감정을 번역해낸다. 세계의 모든 고통과 갈등을 포용하고 노래하는 치유의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5016개의 그림이 가로 20x세로 20cm의 포맥스 보드에 인쇄가 되어 하나하나 철골 구조에 매달렸다. 사막에서 부는 거센 모래 바람으로 그림이 흔들리고 서로 부딪치면서 작품은 오히려 힘이 세졌다. 마치 방울이 흔들리는 것 같은 자연스러운 소리가 울리고 강렬하게 내리쬐는 햇빛에 반짝이면서 희망의 빛으로 치환되고 있다.
카이로 기자지구 피라미드 현장에서 만난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강익중(64)은 "피라미드 앞에서 전시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한 일"이라고 감격했다. 그는 "4000년 동안 피라미드가 한글이 오기를 기다린 것 같다. 밤에 피라미드가 한글에게 '이제 왔냐'고 대화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면서 피라미드 앞에서도 기죽지 않고 반짝이는 '한글 신전'에 대해 자부심을 표했다.
그러면서 "이번 작업은 바람과의 싸움이었다"면서 "피라미드는 움직이지 않고 서 있지만 한글 신전은 바람 덕분에 살아있는 생물체처럼 움직여 호흡하고 상생하고 통합하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더 보람 있다"며 "이 작품이 세계를 화해시키고 치유하는 해독제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바랐다.
이집트에 처음 선보인 한국의 작가 강익중 작품은 호평이 잇따르고 있다. '포에버 이즈 나우' 디렉터 나딘 압델 가파르 감독은 "강익중의 작품은 올해 작품들 중에 가장 드라마틱하고 가장 주제를 잘 녹여낸 작품이다. 사막에 한글, 아랍어, 영어, 파피루스에 기록된 상형문자가 어우러진 이런 템플이 세워져 놀랍기 그지 없다"며 "내년에도 한국 작가 작업을 선보였으면 한다"는 러브콜을 보냈다.
실제로 10월24일 개막과 함께 공개된 작품은 사막에 설치된 12개국 작가 12명의 작품 중 가장 인기를 끌었다. 특히 이집트의 한국어 열풍으로 개막 첫날 강익중은 아이돌 못지않은 사진 세례와 각국 기자들의 인터뷰 요청이 이어졌다.
3년째 이집트에 거주하며 국제미술전에 도전장을 내민 이규현 대표는 전직 미술 담당 기자(조선일보) 출신으로 미술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잃지 않고 있다. 12년 간 근무하던 기자직을 내려놓고 외교관인 남편을 따라 미국에서 중동 이집트까지 이동했지만, 미술의 끈을 잇고 있다.
'글로벌 전시 기획자가 되어보겠다'고 장난처럼 했던 말은 끝이 창대해졌다.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강익중 작가와 함께 시작한 전시 진행은 디테일에 강한 작가와 이규현 대표의 완벽성에 우여곡절 파도를 수백 번은 타야 했다. 이론과 현장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특히 사막에서 작업은 평생 경험해보지 못할 속이 타 들어가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글로벌 전시 기획자'가 되겠다'는 야심은 순간 순간 흔들렸지만, 행사를 개막하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힘이 불끈 솟아 올랐다. 작품 설치부터 마무리까지 감독하고 관람객을 맞이하며 작품을 설명하고 바람에 떨어지는 작품을 다시 붙이고, 작가와 작품을 국내외 언론에 홍보까지 1인 10역을 소화하고 있는 이규현 대표와 현지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강익중 전시' 기획은 영리한 전략이었다, 이규현 대표는 "이집트에도 분 한국어 열풍 덕분으로, 한국문화가 통해 너무 보람이 있다"고 했다. 특히 사막에서의 작업은 전시 기획자로서 대지 미술의 진리를 맛보며 기획자(큐레이터)로서 진정성을 깨달았다고 했다. 떨어지고 찢기면서 자연에 순응하는 법도 배웠다. "강익중의 작품은 한 면으로 인쇄해서 붙이면 편리한데 한 글자 한 글자 5016명 사람들의 목소리가 울리는 것처럼 작업하겠다는 작가의 의도를 살렸다"고 했다.
"작업을 해 놓고 다음날이면 떨어진 작품들을 다시 붙이고 철골이 기울어져 있어 다시 세우기를 반복하면서 마치 건물을 짓는 것처럼 공사한 작업"이다. 그칠 줄 모르는 사막의 바람에 애를 태우고 있는 이 대표는 전시가 폐막하는 11월16일까지 마음을 졸이고 있다. 이제 이집트에 한국 전문 전시 기획자로 이름을 알린 이 대표는 "애국자가 된 것 같다"고 설렘을 보였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그림자 같은 '전시 기획자'의 일이다.
이집트 피라미드에 왜 강익중이었나?
그러던 차에, 한글을 소재로 오랫동안 작업을 해온 강익중 작가가 전세계인과 함께 한글로 작품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평화와 소통을 주제로 하는 작가이니 분쟁 상시지역이기도 한 중동에서 그의 작품을 선보이면 장소특수성과 시의성에도 맞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작년 가을에 피라미드 앞에서 하는 국제미술전 ‘포에버 이즈 나우’ 를 보았다. 4500년 전의 문화유산인 피라미드 앞에서 세계 각국의 현대미술을 보여준다는 이 전시의 컨셉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고, 지금까지 한국작가가 한명도 들어가지 않았던 게 아쉬웠다. 이 전시에 첫 한국 작가로 강익중을 선보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 현재, 미래를 잇고 소통과 화합을 추구하는 이 전시의 취지에도 맞고, 한글을 소재로 하는 그의 작품이 이집트인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전시는 어떻게 추진했나?
사막의 바람 대단하다. 전시 작업이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
하지만 막상 다 설치하고 나니, 모래 바람에 드로잉이 하나하나 흔들릴 때 나는 딸그락 소리가 마치 5016명 사람들의 소리 같아서 정말 아름다웠다. 여러 드로잉을 한번에 인쇄하면 설치하기 훨씬 쉬웠을텐데 굳이 5016개를 따로 제작해서 하나하나 매다는 것으로 설계한 작가의 의도가 그대로 나타나니 놀라웠다. 4개의 언어가 알록달록하게 표현된 강익중의 작품은 사막의 흙빛깔과 참 잘 어울린다.
'한글신전' 안에서 사진 찍는 학생들도 많고 작품 반응이 좋다 인상적인 평은?
여름에 이 작품 제작에 들어갈 드로잉을 수집할 때엔 이집트의 문화센터, 국제학교, 난민학교를 찾아갔었다. 이집트에는 아프리카 각국의 난민들이 900만명 정도 산다고 한다. 난민학교에서 받은 그림을 보면, 세계 어느나라 아이들과 다름없이 똑같은 꿈을 꾸는 아이들과 언젠가는 평화로워질 고향을 꿈꾸는 어른들의 마음이 그대로 나타나 있다. 배경이 아무리 달라도 지금 이 시기를 사는 우리 현대인들은 같은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작가는 이런 방법을 통해 보여줬다. 또 여기에 한국의 예술나눔 공익재단 아이프칠드런의 협력으로 탄자니아와 한국의 어린이 각각 100여명의 작품들도 선보일 수 있었다.
전시 첫날은 KBS 정용실 아나운서가 이 작품의 소재인 ‘아리랑’의 가사를 한국어로 가르치는 헹사를 했는데, 아인샴스대학의 한국어과 학생들이 그 이벤트에 가고 싶다고 그날 오후 수업을 취소해달라고 그 학과의 오세종 교수님께 부탁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수업을 취소하고 교수님과 학생들이 왔는데, 학생들이 이 작품에 참여한 자신들의 그림을 들고 자신들의 꿈을 한국어로 이야기하고 아리랑을 열심히 배우는 것에 크게 감동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