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22일 한서교통 3217번 버스기사 오명석씨
"눈 풀려 있고 숨 안 쉬어"…2분 만에 의식 회복
버스회사 칭찬게시판 글로 뒤늦게 선행 알려져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퇴근길 버스 안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승객을 버스 기사가 심폐소생술로 살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5일 서울버스조합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오후 6시53분께 한서교통 3217번 버스가 신호를 기다리며 정차하던 중 하차문 근처에 서 있던 여성 승객이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놀란 승객들이 웅성거리자 버스 기사 오명석씨는 차를 세워두고 하차문 쪽으로 향했다.
쓰러진 여성을 본 오씨는 처음 겪는 상황에 잠시 당황했지만 곧 심폐소생술 교육 장면을 떠올렸다.
교육 때 배웠던 대로 오씨는 다른 승객에게 119에 신고해 달라고 요청한 뒤 직접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쓰러졌던 여성은 약 2분 만에 의식을 되찾았다.
오씨는 119구급대가 도착하자 여성 승객을 인계한 뒤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이 사실은 버스회사 게시판에 오른 칭찬 글 덕에 뒤늦게 알려졌다. 오씨의 다급한 외침을 듣고 119에 신고를 했다는 한 승객은 지난달 29일 버스회사 칭찬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그는 "누구 하나 나서지 못하는 상황에서 기사님의 침착한 대처로 여성은 의식을 찾을 수 있었다"며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지금도 심폐소생술을 하던 기사님이 생각난다. 시민의 발이 돼 주시는 멋진 기사님, 안전 운행하세요"라고 적었다.
오씨는 4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승객이 쓰러졌다 해서 뒤로 가서 봤는데 눈동자가 풀려 있고 숨도 안 쉬어서 솔직히 겁도 나고 당황했다"며 "여자분이라 망설였는데 버스 내에서 발생한 일이라 제가 그냥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오씨는 사내 심폐소생술 교육 당시가 떠올랐다고 했다. 그는 "한서교통에 입사해서 교육을 받았다. 마네킹을 누르고 압박 강도도 그때 느껴봤다"며 "그때 배운 대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승객이 의식을 되찾은 뒤에도 오씨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해당 승객 상태를 살핀 뒤 버스에서 내려 후미에서 기다리고 있던 다른 차량들을 1차로로 진행하게 하는 등 교통 정리를 했다. 그는 "승객 상태를 확인한 뒤 교통 정리를 하러 왔다 갔다 했고 그 사이에 구급차가 도착했다"고 설명했다.
'승객을 무사히 댁까지 모셔다드리겠다'는 구급대원의 말을 들은 오씨는 버스로 돌아와 운전대를 잡고 그날 운행을 마무리했다. 오씨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며 겸손한 태도를 유지했다.
그는 "(심폐소생술을 하는 일이) 저한테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을 안 해봤다"며 "그냥 신속하게 떨지 않고 배운 대로만 하면 누구나 위험한 상황을 넘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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