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농협금융·은행 정기검사 종료…'배임·횡령' 제재 착수

[서울=뉴시스] 최홍 기자 = 금융감독원이 NH농협금융지주·농협은행에 대한 정기검사를 마무리하고 본격적으로 제재에 착수했다. 최근 농협금융·은행에서 배임·횡령 등 금융사고가 발생하고 농협중앙회의 인사·경영 개입 논란이 불거진 만큼 높은 수위의 제재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금감원은 농협금융·은행에 대한 제재 조치안을 작성 중이다. 조만간 금감원은 제재 조치안을 농협금융에 통보하고, 최종 제재수위를 확정하기 위해 제재심의위원회 일정을 논의할 계획이다.

금감원 제재 절차는 '금융사 제재 사전 통보→제재심 개최→대심제 운영→제재 수위 결정→최종 제재 통보' 순으로 이뤄진다. 제재 수위에 대한 최종 결과가 내년 초쯤 나오는 것이 유력하다. 제재는 과태료 등 금전제재를 포함해 기관제재가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금감원은 농협은행에서 발생한 100억원대 배임사고를 계기로 수시검사에 착수했다. 이어 정기검사 주기가 도래함에 따라 수시검사를 정기검사로 확대했다. 정기검사는 금융회사의 규모에 따라 2~5년 주기로 진행되는 대규모 검사다.

농협금융·은행은 최근 각종 금융사고에 연루되며 논란이 됐다. 2022년에는 농협은행·NH선물에서 불법 외환송금 사고가 터졌고, 지난해 말에는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사고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올해부터는 횡령과 불법대출, 사기 등의 금융사고가 이어졌다. 2월 109억원 불법대출에 이어 5월 51억원 공문서 위조와 10억원의 초과 대출이 발생했다. 8월에는 117억원의 부당 대출이, 이달 초에는 140억원의 부동산 담보대출 사기 사건이 일어났다. 최근에는 울산 지역의 한 지점에 근무 중인 계장 A씨가 70대 고객 B씨의 예금 2억5000만원가량을 빼돌린 사고가 있었다.

금감원은 농협은행의 금융사고가 농협금융지주 차원의 내부통제 부실과 최대주주인 농협중앙회로 촉발된 지배구조 문제로 보고 있다. 이번 정기검사도 각종 금융사고가 발단이었지만, 농협중앙회를 정점으로 한 독특한 지배구조에 더욱 초점이 맞춰졌다.

다른 금융지주들은 지분이 분산돼 지배주주가 없는 소유 분산 기업인 반면 농협금융지주는 농협중앙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신용·경제 사업 부문이 분리됐음에도 농협중앙회가 계속해서 금융지주와 계열사의 인사·경영에 개입해 금융 경쟁력과 안정성을 떨어트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농협 브랜드료를 근거로 금융계열사로부터 자금을 가져가거나 물밑으로 계열사 인사 개입이 수차례 일어났던 점이 대표적이다. 금감원도 농협중앙회의 과도한 인사개입으로 농협금융의 지배구조가 취약해지고, 내부통제 약화와 다수의 금융사고 유발로 이어졌다고 인식하고 있다.

한편, 금감원은 지난해말 마련된 '은행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을 토대로 농협금융과 계열사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있다. 농협중앙회가 금융계열사 인사·경영권을 행사할 때 주주총회 안건 부의 등 공식적인 절차를 활용하도록 하고, 금융전문성 등 계열사 CEO에 대한 자격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