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한국 교회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통계 데이터가 어려운 교회를 살리는 역할을 하길 바랍니다."
지난 21일 목회데이터연구소에서 만난 지용근 소장에겐 한국교회 회복이 그 누구보다 절실하다.
"통계 데이터는 날 객관화하는데 유용한 도구입니다. 직관력이 뛰어난 교회 목회자가 자신을 객관화해 자기교회를 바라볼 때 개선점이 보이고 더 나은 전략 방향을 수립할 수 있습니다. 한국 교회가 지금 하락하고 있는데 하락 속도를 늦추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지난 2019년 1월 설립된 통계 관련 기독교 비영리 연구기관 목회데이터연구소는 현재 한국 사회 이슈, 트렌드 등 목회에 필요한 조사통계 정보를 전국 2만여 명의 목회자와 리더십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연구소가 무료로 제공하는 주간 리포트 '넘버즈'는 2019년 6월 제1호를 시작으로 지난달 28일 현재 260호까지 발간됐다.
한국 교회 회복이 절실한 이유는 코로나 이전으로 회복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 소장이 통계 데이터를 통해 확인했기 때문이다.
연구소가 지난 2월 '넘버즈'에 발표한 '한국교회 추적조사 2024'에 따르면 목회자들은 ‘코로나 이후 사역 회복도’ 관련 질문에 교인 현장 예배 참석률을 100으로 봤을 때, 성인 예배의 경우 2024년 기준 87%, 교회학교는 81% 수준까지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일 현장 성인 예배가 코로나 이전보다 '성장한 교회'는 15%에 그쳤다. 성인 예배 참석률을 '회복한 교회'는 31%지만 '회복하지 못한 교회'는 절반이 넘는 54%에 달했다.
지 소장은 이 결과에서 나타난 한국 교회의 양극화를 우려했다. "최근 10년 사이 신도 3000명 대형교회가 크게 줄었어요. 전체 교회 수가 줄면서 격차가 더 벌어지니 하향 양극화가 되고 있는거죠."
지 소장이 지적한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한국 교회 흐름을 보면 한국교회 하락 원인이 더 명확해 진다.
지 소장은 코로나 이전 대비 교인 수와 교회사역 미 회복 외에도 높아진 온라인 신앙생활, 30·40세대 교회 이탈, 초고령 사회에 노인 사역 욕구 증가, 부교역자 사역 기피를 달라진 점으로 꼽았다.
특히 지 소장은 부교역자 사역 기피 현상에 주목했다. 그 원인을 교회 권위주의적이고 수직적인 조직 문화로 꼽았다.
지 소장은 "부목사, 전도사 등 부교역자들이 적은 월급과 교회 당회장 목사들과 장로들의 갑질에 버티지 못하고 있다"며 "목회 전체가 하락세다. 사양 산업에 인재가 안 들어오고 빠져나가듯이 전도사와 젊은 목사가 교회에 가지 않아 인력 수급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교회 양극화 속에서도 목사 연령이 낮아질수록 성장한다"며 "목사가 60대 중반이 되면 힘들어서 잘 움직이지 못하고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고 교회도 움직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 소장은 코로나 이후 한국 교회 현상들을 종교 부문 베스트셀러 '한국교회 트렌드 2025'에도 담았다. 이 책은 정확한 조사 자료들을 토대로 2025년 한국교회 트렌드를 전망하고 예측한 국내에서 유일한 한국교회 생존전략 트렌드 분석서다. 교보문고 10월 4주차 베스트셀러 집계에 따르면 이 책은 종교 부문 5위를 기록했다.
연구소는 지난 2022년 말부터 신학 교수, 언론인, 현직 대형교회 및 소형교회 목회자, 기독교 문화 전문가, 조사통계 전문가로 TFT를 구성해 '한국 교회 트렌드 2023', '한국 교회 트렌드 2024'를 출간한 바 있다.
이번 책은 '아무리 힘들어도 살 길은 있다'는 슬로건 하에 우울한 예측과 전망에도 한국 교회가 회복을 넘어서 부흥을 꾀할 수 있는 10가지 키워드를 제시한다.
10가지 키워드는 유반젤리즘(유튜브 신앙생활), 멘탈 케어 커뮤니티(정신건강), 포텐셜 레이어티(평신도 사역), 오소프락시(신앙 양극화), 패밀리 크리스천(가족 종교화), 스피리추얼 Z세대(20대 청년세대), 싱글 프렌들리 처치(싱글 사역) 시니어 미니스트리(고령 교인 사역), 솔트리스 처치(세속화), 미션 비욘드 트래디션(선교 트렌드) 등이다.
지 소장은 그중 패밀리 크리스천, 시니어 미니스트리, 싱글 프렌들리 처치를 앞으로 계속될 현상이자 한국 교회가 회복해나갈 수 있는 전략으로 꼽았다.
"소그룹은 단지 사람들이 먹고 마시는 게 아닌, 자기 삶을 나누는 곳입니다. 한국 교회는 결국 가족적인 소그룹 운영으로 승부를 봐야 해요 또 하나는 노인들이 늘고 있으니 노인 사역이 한국 사회에 굉장히 큰 키워드가 될 거예요."
지 소장은 싱글 프렌들리 처치를 가장 중요한 전략으로 제시했다.
"30대 넘어가는 미혼자들이 가정 중심적 교회에서 발붙일 데가 없어요. 이들이 교회에 원하는 건 싱글에 대한 편견을 없애달라는 거예요. 권위주의적이고 수직적인 교회 내부 문화가 바뀌어야 합니다. 젊은 사람들이 자유롭고 즐겁게 신앙생활을 하도록 마당을 만들어 줘야해요. 그러려면 기성세대의 양보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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