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추진…소상공인 "손님 늘었다" 화색
일각에서는 젠트리피케이션 피해 우려도
[서울=뉴시스] 박정빈 인턴기자 = "가게 이름을 알릴 기회가 생겨 좋아요."
서울 종로구 서촌에 위치한 소규모 카페 '서울래빗'의 사장 이모씨는 최근 구청에서 주최하는 '서촌브랜드위크'에 F&B 이벤트 업체로 참여했다. 이씨는 "우린 생긴 지 얼마 안 된 상대적으로 작은 업장이다 보니 이런 행사에 참여해 손님들을 끌어오는 게 중요하다"며 "우리 가게는 당근 주스를 메인으로 파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브랜드위크에 참여한 또 다른 카페 '소울'의 사장 장모(25)씨 역시 "(행사에 참여하며) 주말에 손님이 많아졌다"며 "크진 않지만 매출적인 부분에서 차이를 느낀다"고 참여 소감을 전했다.
소상공인의 날을 사흘 앞둔 2일, 뉴시스는 상인 주도의 축제가 열리고 있는 서촌 일대를 방문했다. 종로구는 골목길 소규모 업장들로 서촌만의 이미지를 구축한다는 명목으로 '서촌브랜드위크'를 지난달 25일부터 진행하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로컬브랜딩 사업이 골목상권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로컬브랜딩은 지역이 가진 고유성으로부터 다른 지역과는 차별화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활동으로 정부 부처들을 포함, 전국 지자체, 각 자치구들은 로컬브랜딩을 통한 골목상권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내 핀테크 기업 핀다가 빅데이터 상권분석 플랫폼 오픈업을 통해 공개한 서울 골목상권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서울시 로컬브랜드 상권 7곳의 총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3.4%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로컬브랜딩으로 통한 상권 활성화의 부정적 효과를 우려하기도 한다. 상권 활성화는 필연적으로 '젠트리피케이션'(임대료 상승으로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 문제를 동반하기 때문이다. 서울 이태원의 경리단길이나 성수동의 수제화 거리는 로컬브랜딩 성공으로 골목상권 활성화에는 성공했지만 그에 따른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로 오랜 시간 골머리를 앓고 있는 대표적인 상권이다.
2010년대 'OO단길' 열풍의 주역이었던 경리단길은 이태원 특유의 이국적인 감성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끈 대표적인 골목상권이다. 하지만 상권이 활성화될수록 임대료가 높아지며 이곳에서 가게를 운영하던 자영업자들은 살인적인 월세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경리단길을 떠났다.
성수동 수제화 거리도 이태원의 경리단길과 비슷한 사정이다. 상권이 활성화되어 대기업의 큰 자본들이 유입되기 시작하자 젊은 예술가들로 가득했던 예전 상권의 모습을 찾아보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이에 이희정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최대한 지역의 '상생'을 추구하는 쪽으로 로컬브랜딩이 이루어져야 한다"라며 "로컬브랜딩 사업을 지원하는 지자체나 자치구들이 해당 지역의 임대료 상승과 관련하여 건물주들과 자영업자 간의 협의를 지원하는 것은 이러한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모든 지역은 수용 가능한 범위가 있기 마련"이라며 "가게에서 브레이크타임을 가지는 것처럼, 로컬브랜딩을 통해 골목상권을 활성화할 때도 사업을 운영하는 쪽에서 일정한 브레이크를 줄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이루어지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