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새 13곳 감소해…공공도서관과 통합 흐름
장애인들 "일반도서관, 전용 도서 적고 경사로 불편해"
[서울=뉴시스] 신항섭 기자, 최혜림 인턴기자 = 11월4일 한글 점자의 날이 98주년을 맞았지만, 시각장애인들이 점자책이나 자료를 제공 받을 수 있는 장애인도서관은 점점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장애인도서관 예산 지원 확대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국립장애인도서관에 따르면, 올해 전국 장애인도서관은 31곳으로 집계됐다. 이는 8년 전인 지난 2016년 44곳 대비 13곳 감소한 수준이다.
장애인도서관은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균등한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지식 정보에 접근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전제로 설립돼 운영되고 있다. 즉, 지식취약계층의 지식정보격차를 해소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장애인도서관은 점차 줄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말에는 31년의 역사를 이어가던 서울점자도서관도 폐관했다. 이 도서관은 사립으로 운영됐으나 사업구조 개편으로 문을 닫았다.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공동도서관과 통합되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공동도서관은 2016년 1010곳에서 지난 2022년 기준 1236곳으로 200여개 이상 증가했다.
장애인들은 별도의 장애인도서관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장애인도서관에는 장애인을 위한 별도의 공간적 인프라가 구비돼 있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 서하늘(30)씨는 "장애인도서관이 공공도서관에 편입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책이 너무 없다"면서 "초등학교 3학년 때 일반도서관에 점자도서가 있다고 해서 가봤는데, 어른들이 읽는 책밖에 없어 너무 실망스러웠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이어 "또 일반도서관에는 경사로가 제대로 안된 곳도 있다"면서 "음성 스크린이나 텍스트 음성 변환(TTS) 장치 지원도 안되고 점자 책도 없다면 책을 읽을 방도가 없다"고 덧붙였다.
다른 시각장애인 정모(29)씨도 "장애인은 자리를 찾는 과정에서 지팡이로 의자를 치거나 소음을 낼 수 있다"면서 "약시라서 탁상용 독서 확대기를 사용해 글자를 보는데, 비장애인이 함께 있으면 공부 집중도 안되고 내 글자만 크게 보여 눈치가 보였다"고 전했다.
전문가들도 도서관을 통합하는 것보단 분리하는 것이 낫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한국점자도서관 사서로 근무 중인 윤유정(27)씨는 "공공도서관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도서들을 제작할 수 있는 여건이 안된다"면서 "점자 도서는 일반 도서에 비해 부피가 많이 나간다. 통합시에는 (공간이) 많이 축소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점자도서관은 점자 전문 사서 뿐 아니라 점역 교정 해주는 인력, 점자 도서 제작해주는 팀 등이 따로 분리돼 있다"며 "이런 것들을 공공도서관에서 운영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은실 국립장애인도서관 지원협력과 사무관은 "별도의 장애인도서관이 더 많아지면 좋겠지만, 장애인도서관 건립과 운영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전했다.
그러면서 "장애인도서관 뿐만 아니라 공공도서관에 대체자료 개발·제작·보급, 독서보조기 보급 및 독서문화프로그램 지원을 계속적으로 확대해 전국에 있는 장애인의 독서 인프라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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