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美佛 이의제기에 일시중지…하루만에 기각
"내년 3월 계약체결 목표로 차질없이 진행할 것"
[세종=뉴시스]이승주 기자 = 우리 정부의 체코 원전 수주가 미국과 프랑스의 이의제기란 고비를 다시 한 번 넘어서며 내년 본계약 체결까지 고삐를 단단히 고쳐 잡았다. 신한울 3·4호기 착공식까지 마무리하며 원전 드라이브를 재가동할 전망이다.
2일 에너지 당국 및 업계 등에 따르면 체코 원전 발주사 대표단 60여명은 오는 11일부터 약 2주간 한국을 방문해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발주사 사장을 포함해 발주사의 모회사인 체코전력공사 고위 인사도 함께 동행해 국내에 운영 및 건설중인 원전을 시찰할 계획이다. 방한 중에는 두산에너빌리티의 주기기 제작 역량 등도 함께 점검할 방침이다.
이번 방문은 체코 당국 측에서 미국과 프랑스의 이의제기를 기각한 이후 잡힌 일정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동안 본계약까지 우려되던 고비들을 넘어 최종 수주까지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체코 반독점 당국은 30일(현지시각) 한수원의 원자력발전소 신규 건설사업 계약을 일시적으로 보류 조치했다. 당시 체코 당국 측은 "프랑스전력공사(EDF)와 미 웨스팅하우스의 이의제기에 따라 선제적인 결정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시정지 자체가 이들의 이의제기를 어떻게 평가할 지 시간을 가지기 위한 일시적인 보류조치일 뿐, 이 사안 자체를 어떻게 결정할 지를 시사하는 것이 아니란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럼에도 이 같은 발표에 국내에서는 사업이 중단되거나 문제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동안 프랑스와 미국 측에서 꾸준히 이의제기를 해온 데다, 마침 전일 신한울 3·4호 착공식을 진행하며 기대감을 키우던 때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30일 윤석열 대통령은 경북 울진에서 '신한울 원전 1·2호기 종합준공 및 3·4호기 착공식'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이제 팀 코리아가 체코에서 원전을 건설할 준비를 하고 있는데, 내년 본 계약 체결이 잘 성사되도록 직접 끝까지 챙기겠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날 '2050 중장기 원전 로드맵'과 '원전특별법 등 제도적 뒷받침과 수출 지원 및 연구개발 투자 확대 등도 약속한 만큼 체코 원전 수주에 차질이 빚어졌다면, 정부의 원전 드라이브 동력 전체를 잃을 수 있는 문제였다.
체코 당국의 이 같은 조치가 보도되자, 대통령실이 즉각 진화에 나섰다. 대통령실은 해당 외신 보도에 "본계약 진행과 아무 문제가 없다. 국민 여러분께서는 안심하셔도 좋다"는 입장을 전했다.
박상욱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은 "탈락한 경쟁사에서 제소한 것이고, 아주 루틴한 절차적으로 있는 일시적 현상"이라고 답했다.
박 수석은 "제가 이번에 대통령 체코 순방을 수행하며 다녀왔는데, 체코 현지에서 정부는 물론 시민들이 한국과 원전 동맹을 넘어 과학기술 전 분야에 첨단기술 동맹으로 나아가려는 강한 의지를 느끼고 왔다"고 덧붙였다.
이어 한수원도 입장문을 내고 "입찰 참가자인 경쟁사에서 진정을 접수해 관련 표준 절차에 따라 예비 조치를 한 것"이라며 "한수원과 발주사 간 계약협상은 예비조치 명령과 관련 없이 기존에 정해진 절차와 일정에 따라 내년 3월 계약 체결을 목표로 차질 없이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다행히 체코 측에서 일시중지한 지 하루 만에 미국과 프랑스 측의 이의신청을 기각하면서 업계의 우려는 말끔히 불식된 상태다. 체코 반독점당국은 30일(현지시각) 성명을 내고 "두 회사의 제안과 관련한 절차는 대부분 중단됐고, 다른 부분은 기각됐다"고 밝혔다.
앞서 체코 측은 안전상의 이유로 입찰 진행 규정에 이의제기를 할 수 없도록 규정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웨스팅하우스와 프랑스 EDF도 입찰 시 이를 수용했지만, 우선협상대상자에서 탈락하자 이를 무시하고 이의제기에 나선 상태다. 체코 측은 이의제기를 할 수 없다는 것에도 반박한 바 있다.
체코 정부는 지난 7월 두코바니 원전 2개 호기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수원을 포함한 팀코리아를 선정했다. 한수원 측은 내년 3월로 예정된 최종 계약까지 계속 협상을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한수원 측은 "한수원과 발주사 간 계약협상은 예비조치 명령과 관계 없이 기존에 정해진 절차와 일정에 따라 내년 3월 계약 체결을 목표로 차질 없이 진행할 계획"이라며 "체코당국의 요청이 있을 경우 우리 입장을 자세히 설명하는 등 체코 측과 긴밀히 소통·공조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체코 당국 역시 내년 3월까지 한수원과의 계약을 마무리하고, 오는 2029년부터 신규 원전 건설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