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의 한 오피스텔에서 모녀 살해 혐의
法 "비난동기 살인…범행 잔인하고 포악"
"유가족 정신적 충격의 크기, 표현 못해"
유족 측 "무기징역, 어이없다…사과 없어"
[서울=뉴시스] 장한지 이소헌 기자 = 서울 강남의 한 오피스텔에서 모녀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고 도주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학선(65)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박씨의 '우발적 살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보복이나 금전·관계유지 등 자신의 이익을 목적으로 저지른 '비난동기 살인'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중형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오세용)는 1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박학선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범행을 위한 사전계획이 있었던 점, 범행 이후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우발적 살인이라는 박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우발적이라고 보기에는 범행 방법이 집요하고 잔혹하고 목숨을 끊는 데 집중했다"며 "이 사건 범행은 양형기준에서 정하고 있는 살인범죄 제3유형인 비난동기 살인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사실상 불륜 관계 유지를 위해 그 관계에 방해된다고 판단된 피해자의 딸을 살해한 것에 해당된다"며 "범행 발각이나 피해자의 신고를 우려해 살해한 경우로 비난동기 살인에 해당함이 명백하다"고 했다.
아울러 범행의 잔인성 및 포악성, 재범의 가능성, 피해자 유가족의 지속적인 정신적 고통 등을 고려해 형량을 가중했다.
재판부는 "살인범죄는 존엄하고 절대적 가치를 지닌 사람의 생명을 비가역적으로 침해하는 범죄"라며 "이 범행 특성 자체로 다른 어떤 범죄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죄질이 무겁고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가 현장에서 느꼈을 심리적, 신체적 고통은 감히 가늠할 수조차 없다"며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두 사람을 한꺼번에 잃게 된 유가족의 정신적 충격의 크기는 언어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하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향후 가족이나 교제 상대방에게 분노를 느끼는 상황에서 폭력 범죄를 재범할 가능성이 결코 낮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우리 사회 전반에서 최근 데이트폭력에 대한 경각심과 엄벌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는 점 등을 비춰볼 때 일반동기 살해보다 더 높게 볼 필요가 있다"고 양형 사유를 설명했다.
선고 직후 피해자 유족은 "많이 화났다. 사람을 2명이나 죽였는데 무기징역을 선고한 것은 어이없다고 생각한다"며 "다행히 재판부는 우발적 살인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박씨는) 단 한 번의 사과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박학선은 피해자인 60대 여성 A씨와 교제했던 사이로, A씨의 딸 B씨 등 가족들이 교제를 반대하고 피해자도 이별을 통보하자 지난 5월30일 서울 강남의 한 오피스텔에서 이들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박학선은 범행 당일 모녀의 사무실이 있는 오피스텔 부근 커피숍에서 결별 통보를 받자 'B씨에게 직접 확인하겠다'며 사무실로 가 B씨를 살해하고 도망가는 A씨를 쫓아가 살해한 것으로 파악됐다.
범행에 사용한 흉기는 도주 중 범행 현장 인근의 한 아파트 공원에 버린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박학선의 범행으로 A씨가 현장에서 숨졌고, 30대인 B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을 거뒀다.
경찰은 박학선을 추적한 끝에 다음 날인 5월31일 범행 약 13시간 만인 오전 7시45분께 서울 지하철 4호선 남태령역 인근 노상에서 긴급 체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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