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금감원 문제 지적에도 유상증자 강행할까?

[서울=뉴시스]이창훈 기자 = 금융감독원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추진한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와 유상증자에 대해 부정 거래 성립 가능성을 지적하면서, 최 회장 측이 유상증자를 계속 추진할 지 주목된다.

금감원이 부정 거래 가능성을 언급한 만큼, 위법 정황을 포착했을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특히 최 회장 측이 금감원 조사에도 불구, 경영권 방어를 위해 유상증자 계속 추진할 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전날 브리핑을 열고 고려아연 공개매수와 유상증자 위법 여부를 집중 조사한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고려아연이 공개매수 신고 당시 재무구조상 중대한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공개매수 기간 중 유상증자를 위한 기업 실사를 진행한 것에 주목한다.

금감원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공개매수 사무취급자이자 유상증자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이 지난달 14~29일 기업 실사를 진행한 직후인 같은 달 30일 이사회를 얼어 유상증자를 확정했다.

문제는 유상증자를 위한 기업 실사 기간이 고려아연 공개매수 기간(지난달 2~23일)과 일부 겹친다는 점이다.

금감원은 고려아연이 차입금으로 자사주를 취득·소각하고 이후 유상증자를 통해 차입금을 상환하는 계획을 세웠을 수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경우 공개매수 신고 당시 재무구조상 중대한 변화가 없다고 밝힌 고려아연은 증권신고서 허위 기재, 중요 사실 누락에 해당할 수 있다.

함용일 금감원 자본시장·회계 담당 부원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고려아연이 차입해서 자사주를 소각하고 바로 유상증자를 해서 상환할 것이고 이사회가 이걸 다 아는 상태에서 순차적으로 진행만 시킨 것이라면 기존 공개매수 신고서에는 중대한 게 빠졌거나 부정 거래 소지가 다분하다"고 밝혔다.

금감원이 최윤범 회장 측이 추진한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와 유상증자에 대해 조사에 나서며 최 회장 측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금감원이 위법 가능성을 언급한 상황에서 유상증자를 강행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그렇다고 최 회장 측이 유상증자를 포기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힘든 상황이다. 금감원 조사로 유상증자를 자진 철회할 경우 스스로 유상증자 추진에 문제가 있다고 인정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 고려아연은 유상증자 추진 계획을 밝힐 당시에도 "법적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일부에선 최 회장 측이 유상증자를 강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들린다. 최 회장 측은 이번 유상증자에서 100% 청약에 성공하면 지분율 싸움에서 영풍 측보다 0.5%p 정도 앞설 수 있다.

최윤범 회장 측은 지난달에도 금감원의 경고를 받았으나 공개매수 가격 인상을 택한 바 있다.

지난달 11일 금감원의 경고에도 공개매수 가격을 주당 83만원에서 89만원으로 올렸다. 금감원이 고려아연 공개매수 가격 경쟁에 대해 우려를 내비쳤음에도, 가격 인상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번 금감원 조사에도 법적 문제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유상증자를 강행할 수 있다.

고려아연 측은 자사주 공개매수와 유상증자 추진 과정에서 위법한 일은 없다는 입장이다. 유상증자를 위한 기업 실사 기간과 공개매수 기간이 일부 겹친 것은 기업 실사 기간을 잘못 기입해 벌어진 단순 기재 오류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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