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동아시아 안보 협력 강화 초래 가능성 강조
북한과 러시아의 중국 정보 공유 등 민감 사안 자극
전문가 "희망일 뿐…파병 중국 푸틴 지지 약화 못해"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대해 중국이 못마땅해 하는 것으로 판단하는 미 국무부가 최근 집중적으로 북한에 대한 경고를 중국에 전달하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3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미 당국자들은 중국과 대화가 중국의 북한 러시아 파병 불만을 키울 것으로 말한다.
북러 관계 강화로 중국의 대북한 영향력이 줄고 러시아 파병이 동아시아 안보 정세를 중국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바꿀 전망이다.
고위당국자들에 따르면 국무부가 최근 며칠 새 중국 당국자들에게 이 문제를 집중 제기했다.
가장 최근에는 커트 캠벨 부장관과 국무부 아시아 책임자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차관보, 유럽 책임자 제임스 오브라이언 차관보가 셰펑 주미 중국대사 관저에서 중국 외교관들을 여러 시간 동안 만났다.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이 미국 각 기관들에게 중국에 우려를 전달하도록 지시했다고 한 당국자가 밝혔다.
미국의 행보는 중국이 최소한 김정은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김정은의 파병을 저지하려 할 것으로 기대한다.
북한 파병 소식이 알려지기 전에도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만난 블링컨 국무장관이 북러관계 강화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북러 관계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전후해 밀접해지고 있어서 표면적으로는 중국이 북한 파병을 지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중국의 입장은 아직 분명하지 않으며 미 정보기관들은 시진핑 주석 등 최고위 지도자들의 파병에 대한 생각을 파악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은 북중러가 함께 미국 중심 연합군과 싸웠던 한국전쟁을 연상시킨다. 당시 북중러 연합은 미국 주도 연합군보다 약했다.
미 당국자들은 북중러가 공산주의에 뿌리를 두고 이데올로기적으로 반미 정서를 공유하고 있음을 잘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국 중 가장 강대국인 중국이 북러관계 강화에 대해 불편해하는 것으로 본다.
중국은 특히 북한 파병을 계기로 유럽이 대만 문제 및 한반도 상황 등 동아시아 정세에 더 많이 관여하게 되는 것도 꺼린다.
따라서 미 당국자들은 북한 파병을 둘러싸고 중국과 갈등이 생기는 상황을 최대한 활용하려 든다.
매튜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30일 미국이 중국에 직접적으로 “현재의 문제가 동아시아 각국은 물론 중국에도 우려가 됨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존 커비 백악관 대변인도 지난주 “시주석이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른다.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중시한다는 중국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현재 진행되는 일에 대해 크게 우려하는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이 문제를 중국과 소통하고 있고 우리 생각을 최대한 전달하고 그들의 생각을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 당국자들은 유럽 국가들과 일본 한국 등 동맹국들도 중국에 입장을 전달해주기를 기대한다.
국제위기그룹(ICG) 미중 관계 선임 연구원 알리 와인은 미국의 목표가 “러시아와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과대평가됐다는 생각과 유럽과 아시아에 불안을 초래할 것임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 스팀슨 센터 중국 책임자 윤선은 지난 9월 만난 중국 당국자들이 북러관계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면서 “김정은이 ‘러시아를 이용해 중국을 견제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고 전했다.
현대 중국 및 냉전 역사가인 존 델러리 연세대 교수는 “중국 입장에서 러시아의 핵개발 기술 지원 못지않게 중국에 대한 북한과 러시아의 정보 공유를 우려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중국입장에서 북한 파병에 대한 우려는 국가 전체의 외교 목표에서 지엽적인 사안일 수도 있다. 시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몇 년 동안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면서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내내 러시아를 외교적, 경제적으로 지원해왔다.
미 브루킹스 연구소 중국 전문가 라이언 하스는 “북한의 러시아 파병은 중국과 한국 및 일본과 관계에는 부정적일지라도 중러 관계 강화에 부합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러 협력이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 틈을 벌릴 수 있는 기회라는 미국의 판단은 증거로 뒷받침되지 않는 희망에 근거한 것”이라며 “중국은 러시아와 관계 강화에 많은 것을 투자하고 있다. 북한 파병이 중국의 푸틴 지지를 약화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