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뉴시스] 김동영 기자 = "가정 형편이 녹록하지 않아 배움에 대한 갈망이 컸습니다. 나 같은 사람이 없길 바라는 마음에서 장학금을 기부하고 싶었습니다."
80대 국수가게 할머니가 노점상을 거쳐 국수 팔아 어렵게 모은 쌈짓돈을 자신의 아들이 교장 직무대리로 근무하는 인하대학교 사범대학 부속중학교(인하사대 부속중학교)에 기부했다.
31일 인하사대 부속중학교에 따르면 박승희(88) 할머니는 지난 20여 년 동안 경기도 광명에서 조그마한 국수 가게를 운영하면서 모은 돈을 매년 1~200만원씩 아들이 근무했던 인하사대 부속중학교를 비롯해서 안산강서고, 인천대안교육지원센터 등에 할머니 가게 이름을 딴 '안동장학금'으로 기부했다.
경북 봉화에서 서울로 상경해 산동네 판잣집을 전전하면서 슬하의 4형제를 키워낸 박 할머니는 젊은 시절에는 주로 행상과 노점상을 전전하면서 어렵게 생계를 꾸려왔다.
65세부터 시작한 조그마한 국수 가게로 경제적 여유가 생겼다고 한다.
박 할머니는 "어릴 적 가정 형편이 녹록하지 않아 초등학교 입학도 못했기에 배움에 대한 갈망이 누구보다 컸다"며 "나 같은 사람이 없길 바라는 마음에서 말년에는 꼭 장학금을 기부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장학금 지급 대상으로는 "공부도 중요하지만 학교생활을 성실하게 열심히 생활하는 학생들"이라고 지목했다.
김창완 교장직무대리는 "어머님께서 길거리 행상을 하실 때 버스 차비 500원을 아끼고자 무거운 짐을 잔뜩 머리에 이고, 백운역에서 효성동까지 1시간을 걸어 다니셨다"며 "평생 자신을 위해서는 천 원짜리 한 장도 못 쓰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점상과 국수 가게를 하면서 어렵게 모은 쌈짓돈을 흔쾌히 전달하는 어머니의 굽어진 손가락을 보면 가슴이 먹먹하다"면서 "어려운 학생들에게 어머니의 마음을 잘 전달하는 것으로 감사의 마음을 대신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그동안 박승희 할머니는 김창완 교장직무대리가 근무하는 인하사대 부속중학교와 교육기관 등에 장학금을 기부했는데, 그 기부금은 2006년부터 지금까지 약 2000만원 정도 된다.
박 할머니가 기부한 2000만원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 100여 명에게 전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