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울산지부 회견 "채용·시설·회계업무 부과 말라"
[울산=뉴시스]구미현 기자 = "체육 전담 교사로서 운동회 업무, 소년체전 등 각종 체육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 대회를 앞두고는 보험회사도 알아보고, 렌터카 계약도 한다. 학생 선수 옷, 신발 사는 것도 제 몫이다"
울산 동구의 한 초등학교 5학년 담임교사로 근무하는 임모씨의 토로다. 올해로 교사 생활 24년차를 맞은 그는 초년생 시절이나 서울 서이초 사건이 발생한 이후인 지금이나 학교 현장은 변한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임 교사는 “수업을 하다 남는 시간에 행정업무를 하는 것인지, 행정 업무를 하다 쉬는 시간에 수업을 하는 것인지 이제는 헷갈릴 지경”이라고 했다.
또 다른 울산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저학년의 경우 협력 강사 채용, 학습 부진 학생을 가르치는 두드림강사 채용, 도서관 도우미 채용, 배움터 지킴이 채용 등 각종 업무를 학기 초인 3월에 도맡아 하고 있다"며 "아이들을 알아가야 하는 3월에 채용업무을 하느라 시간을 허비한다. 이런 학교에 아이를 맡기고 싶겠느냐"고 따졌다.
그는 이어 "인간으로서 일에 한계치라는 게 있지만 교사 업무는 한계가 없다"며 "교과서 한 줄 덜 가르치는 건 표가 안나지만 채용업무 못하면 표가 난다. 수업보다 채용업무에 신경써야 하는 게 지금 학교의 가장 큰 문제"라고 우려했다.
이 교사는 "채용업무를 하다 보면 초과 업무를 할 수 밖에 없지만 초과를 다는 것조차 일처럼 느껴져 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울산지부는 31일 울산시교육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사들에게 채용, 회계, 시설업무를 부과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전교조 울산지부는 "과도한 행정업무는 교사를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고, 교사가 수업을 준비하고 아이들과 함께 할 시간과 여유를 송두리째 빼앗아 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교사들이 오롯이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이 필요하다"며 "교육활동은 교사가, 행정업무는 직원이 하는 게 기본"이라고 덧붙였다.
전교조 울산지부는 "지난 2월 울산시교육청에 단체교섭 요구안으로 ‘채용 회계 시설 업무를 교사 업무에서 분리하라’고 요구했지만 울산시교육청은 ‘단체교섭 요구안 수용 불가’라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천창수 교육감은 ‘교사가 가르치는 일에 전념할 수 있는 교육 여건을 만들겠다’고 공약을 제시했다"며 "교사들은 그 공약에 열렬히 환영하며 박수와 지지를 보냈지만 현재까지 궁색한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고 질타했다.
박현옥 전교조 울산지부장 "공약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라며 "교사가 가르치는 일에 전념할 수 있도록 교사 업무 정상화 방안을 즉각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 밖에 교사 정원 확보, 학급당 상한제 실시 등을 요구했다.
한편 전교조 울산지부는 기자회견에 앞서 최근 사망한 인천의 한 초등학교 특수교사를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인천 미추홀경찰서와 특수교육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오후 8시께 초등학교 특수교사인 30대 A씨가 미추홀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특수교육계는 평소 A씨가 격무에 시달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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