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디지털화에 노인 소외…현금 결제 거부 방지 대책 필요"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금융·경제 디지털화 가속으로 현금의 의존도가 높은 고령층의 불편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현금 결제를 높이는 정책 마련과 새로운 지급결제수단 도입 시 노년층도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정책 고려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내놨다.

한국은행은 31일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디지털 이해도와 현금수요 간의 관계-BOK경제연구'를 발간했다. 작성자는 이경태 한은 금융통화연구실 부연구위원과 박재빈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다.

이번 연구는 먼저 금융·경제의 디지털화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가속화되면서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짚고, 디지털화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디지털 이해도가 낮은 소비자들도 변화된 지급결제 환경에 잘 적응하는지에 대한 보고서다.

저자들은 분석을 위해 2021년 실시된 한은의 '지급수단 및 모바일금융서비스 이용 행태 조사'의 마이크로데이터, 지역별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자료, 지역별 금융기관 점포 및 ATM 분포자료를 결합하여 회귀분석 등을 실시했다.

분석 결과 디지털 이해도가 낮은 소비자는 코로나19와 같이 비대면 결제방식이 외생적으로 강제되는 상황에서도 현금을 계속 이용하려는 성향이 매우 강했고, 모바일금융서비스로 이행하는 정도도 낮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팬데믹 기간 중 디지털 이해도가 낮은 소비자가 휴대 현금을 줄일 확률은 평균 16%에 불과해 디지털 이해도가 높은 소비자가 휴대 현금을 줄일 확률 26%보다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들이 모바일금융서비스 이용을 늘릴 확률은 32%에 불과했다. 이는 디지털 이해도가 높은 소비자가 46%를 기록했다는 것에 비해 14%포인트 낮은 수치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 강도가 높았던 지역에서 모바일금융서비스 이용이 더욱 확대된 것으로 조사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시행 지역의 경우 모바일금융서비스 이용을 늘릴 확률은 디지털 이해도가 낮은 소비자가 37%로 이해도가 높은 소비자(51%)보다 낮았다.

저자들은 시뮬레이션 결과 현금 결제를 받지 않는 상점·서비스의 등장으로 인해 디지털 이해도가 낮을수록 소비자 후생 감소가 더 클 것이라는 결과를 도출했다. 특히 현금 의존도가 높고 디지털 이해도가 낮은 고령층의 소비자 후생 감소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 부연구위원은 "현금을 받지 않는 상점이 늘면서 디지털 이해도에 따른 결제 활용도가 차이가 크다"면서 "현금결제 수용성을 높이는 정책과 지급 결제 수단 도입시 디지털 소외계층도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정책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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